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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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의 대한민국史는 역사책이 아니다.
여느 역사책이 멸균실 안의 '안전한 사실'만을 나열하는 객관성을 표방하는 무미건조한 것인 반면,
강준만의 역사 이야기에서는 과연 그 객관성이 진실에 가까운 사실들을 나열한 것이냐면서,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많은 사료들을 제시해 주는 것이고,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는 역사란 것은 밑바탕부터 조작되어 온 것임을, 특히 대한민국사의 역동적인 현장들을 읽어내는 데는, '객관적 역사'보다는 '주관적 관점'이 중요한 것임을 역설한다. 

되도 않은 정부에서 되도 않은 짓거리를 일삼는 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교과서의 좌편향에 대하여 부르르 떨면서, 되도 않는 <특강>을 기획했다.
좌빨로 변해가는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오른쪽 사상을 가르치려고 특강을 실시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불덮고 자고있는 아이들을 진중권은 불쌍하다고 아동학대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이 책은 총 8회의 특강 자료를 모아둔 것인데,
뉴라이트의 준동 이유, 간첩사건에 대한 진실, 삽질의 본체와 민영화의 뒷모습, 각종 괴담의 역사와 경찰 폭력의 역사, 교육 파괴 현장과 촛불에 대한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이 책의 결론은 이것이다. 지금 모두들 촛불의 역동성에 대하여 감격하고, 3년반 뒤의 선거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겠지만, 정책 중심의 선거를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민주당으로선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언제든 이런 반동의 파시즘은 돌아올 수 있다. 잘 준비해야 한다... 이런 것. 

박정희가 밥솥을 마련했더니, 두환이가 퍼먹고, 태우가 누룽지 먹고, 영삼인 밥솥 깨먹고, 김대중이 전기밥솥 마련해 놓으니, 무현이는 코드만 만지작거렸고, 국민들의 아우성에 쥐박이는 "밥은 내가 해 줄게, 내가 금방 지을 수 있어." 하고 그 전기밥솥을 장작불 위에 딱 올려 놓았다는 이야기는 참 비극적인 현대사를 잘도 요약했다. 이 책엔 이런 유머로 풍자하는 대목이 많다.
그의 역사 이야기 특강은 그래서 어렵지도 않고, 재미가 있다.
아, 간혹, 상세한 역사 이야기를 잘 모르는 이들은 건너뛴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그것은 그의 대한민국사 1-4권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전부 쓰잘데기 없는 구석기시대부터 일제시대까지의 것들이니깐. 이승만이 죽이고, 박정희가 죽이고, 전두환이 죽인 이야기는 어디에도 안 나오니깐... 그 숫자가 몇백이 아니라 수십 만에 이른다는 건 교과서에선 금기로 여기니깐... 

경부고속도로는 4차선이다(지금은 아니지만)와 자장면은 맛있다...를 <국가 기밀>로 다루었던 비극적인 역사... 아, 이건 나라가 아니었잖은가. (91) 

쥐박이의 영원한 멘토, 건설은 나의 종교다...를 외치던 김현옥은 아직도 교통체증이 별로 없는 부산의 부둣길로 10차선 이상의 도로를 만든 사람이다. 와르르 무너지는 아파트, 백화점을 양산하던 그넘의 종교는 아직도 삽질을 멈출 생각을 않고... 

이 책은 슬프게도, 예언하는 가운데 그 예언들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좀있다가 경찰이 사람도 죽일 거예요... 용산에서 여섯 죽었고,
좀있으면 교사 잘릴 거예요... 일제고사 사건으로 수십 명 잘린다.
괴담이 끝도없이 나올 거예요... 아, 장자연 리스트엔 이러니 저러니 하더니... 화려한 루머, 초라한 진실? 이러고 결과가 나왔다. ㅍㅎㅎㅎ 화려한 진실과 초라한 수사 결과겠지...  

그의 강연에서 장자연 리스트를 생각도 못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연예인들이 권력과 매개된 소문에서 벗어난 게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다음이죠.
전에는 권력이 부르면 네, 하고 가는 게 딴따라였는데 민주화되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연예인과 권력자가 얽힌 괴담들이 많이 사라졌다.(240)... 그거나... 그건 니 생각이고... 그런 거였다.ㅠㅜ 

전세계적으로 엘리트의 연속성이 가장 강한 나라다. 오바마는 이주노동자 집안인데... 신라가 고려에 안착하고, 다시 조선으로 이어지고, 친일파는 해방 후 더 잘먹고 잘살게 되고...(304) 

전교조에 대한 쓴소리도 옳다.
국민들이 전교조에 기대하는 건 멋진 플레이다. 그런데 전교조는 심판이 판정을 편파적으로 하는 걸 보고 심판이 호각을 불 때마다 쫓아가서 항의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이 떠나는 것이다. 전교조는 지금 그런 꼴이다. 불리한 상황을 안으면서 더 멋진 플레이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교원평가 같은 걸로 싸우는 것이 내요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명한 일인가? 하는 도종환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는데, 내 생각도 그렇다. 아무리 세상이 어떻다고 해도, 그저 불평만을 늘어놓는 세력은 침몰한다. 

촛불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이들이 잊고 있던 곗돈으로 비유한 것도 재미있다.
그 곗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촛불 집회가 아직도 용산 추모 등으로 심판의 호각 소리에 뒤따라가는 현실에서는 승리를 점칠 수 없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정책에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
희망공작소 같은 데서 블루 오션을 제안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제 희망의 세력이 점점 저변을 확대해 가야 한다.  

국제 인권 기구 앰네스트의 상징은 촛불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이다. 아니 철조망을 뚫고 솟아난 촛불 하나가 그 표상인데, "당신은 희생자가 되지 말지어다, 가해자가 되지 말지어다. 아니, 방관자가 되지 말지어다." 이런 말들로 그들의 생각을 보여준다. 맨날 투덜대는 불평분자가 되지 말고 조용히 촛불하나 들라는 앰네스티의 정신이야말로, 앞날을 살아가는 정신이 되어야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옥에티 :

226쪽. 벌려주죠... 벌여주죠...로 바꿔야...
304쪽. 유래를 찾기 힘든... 유례...로 바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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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4-26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홍구샘 글 정말 잘쓰죠? 그나마 이런 역사를 쓰는 분이 계시다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글샘 2009-04-27 16:06   좋아요 0 | URL
이런 특강이 생겨야 함이 비극적이지만... 그나마 이런 특강을 하고, 듣고, 책으로 펴내는 세상이라 다행입니다만... 제발 이런 책 좀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겠어요. ㅠㅜ

띠보 2009-05-27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한겨레출판 마케팅부 한성진입니다.
저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겠어요 ㅠㅜ
알려주신 옥에티 중
226쪽의 벌려는 2쇄에서 벌여로 수정이 되었구요
304쪽은 사전을 찾아본 결과
유래가 맞는 듯 합니다.
특강은 앞으로도 2,3부가 나온다고 하니
같이 읽어요 :)

사물이나 일이 생겨남. 또는 그 사물이나 일이 생겨난 바.
비슷한 말 : 내유4(來由)·인의6(因依).

* 한식의 유래
* 유래가 깊다
* 유래를 찾기 힘들다
* 이 민속 행사의 유래는 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 전설 중에는 특정한 풍속의 유래를 설명하는 것이 많다.
(출처 : 다음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