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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이옥전집 1 :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ㅣ 완역 이옥 전집 1
이옥 지음,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9년 3월
평점 :
이옥을 자신을 '실로지인'(길잃은 사람)이라 하였다. 스스로를 체제 바깥의 아웃사이더 또는 소수자로 인식하였으며, 선비의 일원으로 생각지 않았다.
깊은 소외의식을 가진 탓에 경세, 사회의식을 반영하는 글이 적으며,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늘어놓는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글의 형식은 부, 기, 서 등 다양하다.
그의 시선은 백성을 훈계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며, 이욕을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자세를 응시한다.
비로소 인간을 '이상적 훈도의 대상'이 아닌 <인간 그 자체>로 본 것이다.
그의 글에선 감정이 풍부한 하층 여성, 시정의 인정물태 등 선비들이 몰가치하다고 여긴 영역에 주목한 점이 돋보이며, 민중의 언어를 풍부하게 사용하였다.
작은 물고기가 없다면, 용은 뉘와 더불어 임금 노릇을 하며, 저 큰 물고기들이 또한 어찌 으스댈 수 있으리.
용의 道란, 그들에게 구구한 은혜를 베풀기보다, 차라리 먼저 그들을 해치는 족속들을 물리쳐야 한다...<물고기에 관한 부> 멋진 말이다.
거북을 읊은 부는 언어 유희의 극치를 경험하게 한다. 시경의 시들을 자유자재로 배치하는 능수능란한 글솜씨를 보여준다.
개구리 울음, 벌레 소리를 읊은 부, 거미... 등에서는 섬세한 관찰자의 눈을 표현한 근대 정신의 발현을 느낄 수 있다.
학질을 저주하는 사에서는 붓으로 벌주고 먹으로 포위하는 것이 한 때의 크나큰 상쾌함이라고 하여 글쓰는 맛을 보여주며,
오자구부에선 아들을 낳은 여인이 군역, 세금 등의 과도한 징수에 대한 현실 비판이 드러난다.
길고 장엄한 규장각부를 통하여, 칭찬과 폄척 등의 선인의 평가를 통하여 도낏자루와 수레바퀴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모범과 격식을 얻을 수 있는 규장각의 설치를 극찬하였다.
이런 부 賦란 장르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으면서도 외우고 읊조려서 풍자하고 찬미하여 사람을 깊이 감동시키는 역할을 하여 이옥이 즐겨 쓰는 장르가 되었다.
나비가 바람에 나부껴 연못 물에 빠져 죽음을 애도하는 글에서는 몸을 가벼이 여기고 놀이를 좋아하는 세태를 꾸짖고 있고,
한거부에서는 화려한 문채를 품고 팔여다 월형을 받은 이야기를 들여와서 순정한 문체를 어지럽힌다고 충군의 역에 처해진 자신의 처지를 빗대기도 하였다.
350-351쪽의 나한전 오백나한상 묘사는 절묘하고 재미있는 재치가 돋보이며,
귀양가는 길에 면화로 베를 짜는 과정을 세밀하게 적은 데서는 일꾼의 노력과 수고가 기록되고 있다.
382쪽의 북한산의 누정 묘사도 탁월하여, 산수 변화를 누에 기문으로 남길만한 것이라 하고 있다.
낮부터 저녁까지 날씨가 맑더니 이튿날 아침에는 구름이 끼었다.
산색의 어둡고 밝음과 수기의 흐름과 맑음을 이번 걸음에서 모두 파악하게 되었다.
다시 보니 저녁 산은 마치 아양을 떠는 것 같아 고운 단풍잎이 일제히 취한 모양이요
아침 산은 마치 조는 것 같아 아련히 푸르름이 젖어드는 모양이다.
저녁의 물은 매우 빠르게 흘러 모래와 돌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며,
아침의 물은 기가 있어 바위와 구렁이 비에 적셔진 것과 같다.
불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드러나는데,
살지고 손이 부드러운 승려는 잘 먹고 일 안함을 비판하고 있다.
부끄러워 피하는 승려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백성들의 말(斗)이 다름은 관에서 도량형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함에 대한 비판글이다.
야인(백성)은 군자를 봉양한다.
저 군자여, 하는 일 없이 녹을 먹지 않는가?
아, 이 마지막 구절은 나를 뜨끔하게 한다.
자라나는 세대를 훌륭하게 가르치라고, 야인들이 주는 녹을 받아 먹으면서,
과연 아이들을 잘 지도하고 있는지... 부끄러워할 따름이다.
정조의 문체반정은 조선의 <유교 중심 세상>을 부흥시키려는 일환이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국왕이 국경까지 도망간 사건과 남한산성에서 항복한 사건 이후로 국가와 지배계급을 보는 눈은 예전같지 않았다.
이미 마음이 떠난 이에게 아무리 사미인곡 류의 "향묻은 나래로 꽃마다 앉았다가 님의 옷에 옮으리라... 님이야 날인줄 모르셔도 내 님 좇으려 하노라"하며 러브레터를 날린다 하여도... 이왕지사 물건너간 마음엔, 느끼한 사랑노래가 더 신물나게 할 뿐이다.
이옥이 관심을 가졌던 저잣거리의 인정, 시정의 풍물들이 소품문으로 숨겨져 있다가 이제서야 얼굴을 드러낸다. 이런 고전들의 축적이 문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될 것을 나는 믿는다.
인문학적 관심이 많으시지만, 이쁜이들과 시간 보내시느라 이런 책 읽기 힘드시다고 내게 먼저 선물로 보내주신 *&^%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의 옥에티...
337쪽의 신루기를 신루이야기로 옮기지 않고 신루기 이야기라 적었다. 오류겠지? 아니면 신기루 蜃氣樓 이야기라고 적으려다가 실수를 한 거든지...
343쪽의 지도에서 부산, 대구, 광주가 들어간 건... 글쎄... 그 당시에 알맞은 지명들인지... 궁금하다.
369쪽의 상랑의 한자가 향랑으로 되어 있는데... 오류인 것 같다. 상랑은 尙자를 쓰고, 향랑은 向자를 써야하는 데 상랑 옆에 向랑(계집랑이 안 나옴...ㅠㅜ)이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