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를 리뷰해주세요.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 - 역사도시, 이희수 교수의 세계 도시 견문록
이희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9.11 이후로 유명해진 이희수 교수.
9.11을 우사(USA)인들은 비극이라 할지 몰라도, 세계 문명사에서 본다면, 이슬람 문화를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에서도 그 이후 이슬람에 대한 서적들이 봇물 터졌으니 말이다. 

이 책의 표지엔 아름다운 돔들과 사막과 아라베스크 문양들이 가득차 있다.
비쩍 마른 낙타 한 녀석이 '그 깊은'과 '이야기'의 날줄, 씨줄 사이를 유유히 걷고 있다.
이 녀석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드리운 동심원처럼 보이는 사막의 모래 물결 위를 멀미도 하지 않는 것처럼 슬몃 타고 오른다. 멋지다. 

이 책을 기행문으로 점수를 매기라면, 글쎄, 별로다.
기행문은 여행자가 느낀 감상을 주로 드러내 줘야 감칠맛이 나는데, 이희수는 그런 수다쟁이 여행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감칠맛나는 수다를 기대하는 이라면, 바람의 딸이란 여자를 찾기 바란다.
이희수는 바람의 친구다.
이희수의 이야기는 정감보다는 주지적이다.
고딩 시절, 시가 주지적이니 주정적이니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더랬는데,
딱, 이희수의 기행문이 주지적이다. 써야할 것들을 또박또박 쓰고 있지만, 헤프게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역사면 역사, 문화면 문화가 있어야 할 자리에 꼬박꼬박 있다. 그렇다고 도판이 후지거나 조잡스럽지도 않다. 그렇지만... 내가 별을 하나 뺀 데는 심심한 이유가 있다.
그 심심함은 깊고 깊은이 아닌... 그냥 심심해서 ㅎㅎ
역사 도시들이 너무 낱낱이 따로 놀아서, 책 전체가 하나로 묶이지 않는 아쉬움이 나의 심심함이다. 

전체적으로 이슬람의 문화를 보여주는 그룹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다.
그리고, 그의 여행지들이 현대의 제1세계, 부유한 그룹들을 슬쩍 벗어난, 그렇다고 한참 개발에 목줄을 매는 그런 곳도 아닌, 수천 년의 역사의 침전물들을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도 왠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곳들을 소개해 주는 그의 글들이 한편한편 아름답고 빛난다. 그런 면에서 반갑다. 어찌 보면, 그의 소개는 류시화 처럼, 반편만 보여주는 등신인지도 모르겠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160)
아우슈비츠에서 읽은 이 글귀를... 마음 아프게 새긴다.
이 민족은 수천 년의 역사에서 수천 번의 침략을 당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의 비애 아닐까... 되풀이되는 아픔을... 

그 아픔은... 아직도 멕시코 인으로 불리길 싫어하는 마야인들과,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쿠쿨칸 피라미드를 보면서, 전통 민속 공연을 팔아 먹고 사는 잉카를 보면서... 그들의 역사도 오버랩되어 슬픔이 밀물진다.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 이라고 선전하던 이슬람을... <관용과 다문화 공존의 정신>으로 보여주는 이란의 이스파한... 예전에 읽은 베니스의 개성 상인에 등장하던 도시 이스파한... 거기 한 번 꼭 가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128쪽같은 아름다운 입체로 천장을 꾸밀 줄 아는 예술가들이 살았던 도시라면... 꼭 보고 싶다. 

터키의 '세마'라는 회전춤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잘랄루딘 루미의 이야기를 터키를 통해 듣는 일도 즐거운 일이었다. 

모스크, 아라베스크... 알함브라... 이런 단어들을 슬몃슬몃 듣고 지나가는 일들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이희수가 들려주는 이슬람의 역사에 대한 애틋함을 깊이 새기면서 읽는 나였기에 좀더 아련하게 들리는 이야깃소리 사이로 짙은 피비린내를 맡곤 하면서 책갈피를 넘기는 시간들이 두렵기도 하긴 했지만... 

유명짜한 도시에 대한 여행 정보들을 얻기 위한 기행문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아쉽게도 별것 아닌 문화 정보에 한탄을 내뱉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서평단 도서로 받은 것인데...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 이야기, 문화 도시 -랑 함께 보내주지 않은 점 조금 아쉽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위에 많이 적었다.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이... 이슬람 문화, 아라베스크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끼고 싶은 사람. 기행문을 좋아하는 이. 중세의 이슬람을 읽고 싶은 사람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이희수의 이슬람 문화...  

이 책에서 좋은 대목도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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