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발견 - 철학자 김용석의 유쾌한 세상 관찰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김용석의 글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의 글에선 가식이 묻어나지 않아 그런 듯 싶다.
이 책을 옆에 놓아두고, 다른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데(사실은 어젯밤에 더 중요한 일이 있었지만, 맘 속으로만 계속 공그르고 있으면서 다른 책들을 읽었다. 나의 더러운 독서 습관이다. ㅠㅜ)
아들이 이 책 표지를 보더니,
"어, 저 아저씨, 이명박 닮았다." 그랬다. ㅍㅎㅎㅎ
김용석 선생님, 지성합미다. ㅠㅜ 

이 책은 이미 나온 지 꽤 된 것이었다. 7년 전.
그런데, 일상 속에서 발견한 것들이, 그가 로마에서 살다 온 신선한 눈으로 본 것들이어서인지 꽤나 의미심장하다.
짧은 글들을 통해서 한국인들의 내면을 한국인 아닌 시각으로 객관적인 메스를 들이대는 해부학적 재미가 있고,
그렇지만 외피만을 훑어대는 미녀들의 수다 식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역사에서 우러나온 혈액 속의 전통까지 꿰뚫는 생리학적 재미까지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글들이 짧으니 오랜 시간 걸려 읽을 것도 없어 즐겁고,
짧은 글들 속에서 그야말로 철학의 정수(뭐, 철학이 별건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만 외우면 철학이지 ㅋㅋ 뭘 어떻게 생각하고,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활자도 크게 ㅋㅋ 강조해 두었기 때문에 재미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시간이 없어서 미치겠는 사람은, 후루룩 넘기다가 11포인트 속의 13포인트 글자를 찾아 읽으면 될 것이다. ㅎㅎㅎ  

폰맨과 건맨은 사납다. ㅋㅋ

문명의 시대에도 인간이 야성을 유지해야 할 부분은 바로 오관이다. 오관이 야성적 민감함을 유지해야 인생이 즐겁다.(43)  

지혜의 진정한 가치는 문제의 해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방에...
청진기... 이걸로 인간성 검사부터 해 볼까?
회전문... 맨날 닫혀있다. 열림, 환대는 없이 인간을 박대하는 넘.  

관심이 있어야 관찰이 따라온다. 즉 마음을 열어두고 있어야 성실하게 살펴보게 된다.(97) 

안전불감증? 피로회복제? 부패공화국?... 불안전 불감증, 활력 회복제, 양심 공화국이라야지. 

수명 연장의 시대... 150까지 살게 될 두려움을 느낌은 나와 같다. 나는 꼭 70만 살면 좋겠다.
재수 없어 100까지 산다면... 우씨... 맨날 아프면서 오래 사는 거 나도 싫다.  

여성 단독 앵커... 여권 신장 운동은 전략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찌든 때를 무턱대고 문지른다고 벗겨지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기득권이란 것이 사회의 문신처럼 한번 새겨지면 끝장인 곳에서 타파 전략을 말하는 것 자체가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될는지도... (131)  선생님, 선생님이 그러시면... ㅠㅜ 

안티는 단절이 아니다. 능숙한 사회관계를 위한 시도이며, 앙심품고 증오를 폭발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성숙한 문화의 형태다. (171)... 개콘의 왕비호... 쥐박아, 너 개콘 보냐? 왕비호, 얼마나 이쁘냐. 대놓고 풍자하는 것. 증오가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 그게 안티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웃음도 나오고 발전도 있잖겠냐.  

획일성의 억압보다는 차라리 다양성의 복잡함이 낫다. 억압의 폭력보다는 복잡의 혼란이 낫다.(179)... 글쎄, 한국인들이 여기 동의하려면... 얼마나 지나야 할까. 내가 일개 학생부장으로서 획일성의 억압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휴  =3=3=3(179) 

고층 아파트와 대형 매장이 굵은 뼈라면 가게가 있는 동네와 노천 시장은 물렁뼈와 같다. 물렁뼈가 없으면 굵은 뼈도 원활하게 기능할 수 없다.(214) 아, 참신한 표현이다. 굵은 뼈와 물렁뼈... 근데, ㅋㅋ 단단한 뼈와 물렁뼈가 상대어가 아닐는지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사는 이 땅의 아들딸들에게 밥이 생존의 얼굴이라면 술은 실존의 가면이다.(229) 아, 술은 실존의 가면이라... 젠장. 맥주 한 잔 땡기는 발언이군.

문화에 공짜는 없다. 문화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문화를 키운다. (246)
그렇다. 황순원의 죽음은 뉴스 맨 끄트머리에 조그맣게... 이건희가 죽는다면... 된장! 버럭! 뷁#$%
엊그제 점심 시간에 오카리나 연주단을 숲속에 불러 숲속 음악회를 열어 준 우리 연구부장 샘은 참 대단한 분이다. 그 30분을 위하여 노력하신 며칠간 없는 머리칼 더 빠졌으리라...  

훌륭한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 칼 포퍼... 개개인이 정치 현상을 주시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것은 정치 권력이 폭력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줄이는 일이다.(262) 육시럴... 그래서 미디어법이란 걸 만들려는 넘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정치 현상을 주시하는, 그래서 폭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엄청 많음을 알리려는... 일이 중요하다고... 휴=3=3 

이 책엔 좋은 말들이 참으로 많아서, 내 말보담은, 옮겨 둠이 정석이다.
좋은 책엔 한심한 리뷰가 최고의 리뷰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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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4-13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겨온 글들을 읽으며 읽고싶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셨으니 훌륭한 리뷰지요. ^^

글샘 2009-04-13 00:57   좋아요 0 | URL
저는 님의 글에 댓글달고. ㅎㅎㅎ
음... 훌륭한 리뷰라... ㅋㅋ
역시 한심한 리뷰가 최고의 리뷰다. ㅎㅎ

근데, 김용석 리뷰엔 아프님이 맨 먼저 낚여야 순선데. ㅋㅋ

바람돌이 2009-04-13 01:06   좋아요 0 | URL
아프님 주무시나봐요. 오늘 안보이시네요. ㅎㅎ
아님 주무시다 좀 있다 깨실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