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연기 - 연기와 숨어있는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
키스 존스톤 지음, 이민아 옮김 / 지호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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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하나 더 주고 싶은 책을 하나 만났다. 어디서 이 책을 만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긍정했고, 기뻤다. 지음이란 말이 있다.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지음이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연극의 즉흥 연기를 위한 안내서이면서도, 인생의 안내서, 인생이란 연극같은 게임의 법칙을 이해시키는 심리학 지침서라고도 생각했다.

왜 그런지는 읽어보아야 안다. 이 책은 연극에 관련된 책으로만은 읽을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 이유는 작가의 사고가 창의력 덩어리로 뭉쳐있고, 정말 열린 사고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그것이기 때문이다. 왜 예술가들은, 진정 열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이코 취급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이 행하는 의사 소통 과정을 다른 사람들은 낯설어 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 책에서 지위 거래 놀이만 읽어 보아도, 세상 사는 처세에, 그리고 특히 남을 가르치거나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많은 직업들에 큰 교훈을 줄 것이다.

난 그의 열린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우리 닫힌 교실을 맨날 보면서 갑갑했던 나의 시야를 툭 틔워주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던 것이다. 내가 지난 2년간 연극부를 맡으면서 느꼈던 경이로운 체험의 원인들을 이제야 원리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왜 연극부 아이들은 맨날 문제아인데도 아름다웠는지를...

------- 나는 그의 이런 말들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기록한다. -------

예술이란 아이들 안에 있는 것이며 어른이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는 교사는 아이들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시범을 보여주어서도 안 되며 이것은 옳다, 저것은 나쁘다 등등 가치 판단을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믿었다.(27쪽)

학생은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다... 학생이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경험하게 하느냐가 교사의 재능인 것이다.(28)

창의력이 제일 뛰어나다고 생각한 아이들을 미워했다. 아이가 창조적이면 다루기가 더 어려울 테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 아이를 미워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29)

죽은 듯이 기가 죽어 있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하면 이 아이들이 갑자기 빛이 나면서 똑똑하게 보인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30)

대부분의 사람은 사춘기 때 자기 재능을 잃어 버린다. 나는 차츰 어린이가 미성숙한 어른이 아니라 어른이 발육 불능 어린이라고 생각한다.(39)

토론에서 나온 생각치고 기발한 것은 없다... 최상의 논쟁은 평론가의 재능을 보여 줄 수는 있어도 그런 데서 나오는 해결책 중에 탁월한 것은 없다.(40)

(44쪽의 경험은 연극을 해본 사람 아니면 전혀 모른다.)

많은 교사가 몇 명의 학생한테만 눈길을 집중시키곤 하는데, 이러한 행동은 반 전체의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48)

ㅇㅇㅇ 선생님은 전부 다 좋아했고 벌을 주지 않고, 훌륭하게 기강을 잡으면서도 매우 인간적이었다. 그 선생님은 우리한테 장난을 치다가는 이내 수수께끼같은 평온에 젖어들었다. 길에서 보면 꼿꼿하지만 편안하게 걸었고 미소를 머금은 표정이었다. ... 지위 놀이의 대가로 자신의 지위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할 줄 알았다... 먼저 자신의 지위를 변화시킴으로써 어떠한 상황도 수월하게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63)

사람들이 정말로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낭패를 보았으나 동정심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건들이다.(67)

모든 목소리와 몸짓에는 어떤 지위가 암시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보게 된다.(137)

많은 교사가 어린이를 미성숙한 어른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성인을 위축된 어린이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우수하고 보다 존경받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바로잡힌 많은 어른들은 원한에 차고 비창조적이고 겁에 질리고 상상력 없는 아주 적대적인 사람들이다. ... 그들은 교육과 양육에 의해 상처입은 사람들...(149)

모차르트가 독창적이 되려고 애를 썼다고 가정한다면...(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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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2004-03-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은 책입니다. 꼭 사서 읽고 제 책장 맨 위에 꽂아 놓을 겁니다.

세상이란 거짓, 그리고 자기방어
철이 일찍 든다는 건
그런 세상에 적응해서 진실을 가리는 커튼
깊은 밤 별빛 달빛 후광아래
닫힌 커튼을 걷으면
아이는 웃음 짓고
혹은 홀로 삐쳐 쓸쓰러워하기도 하는
철이 든 아이
해가 뜨면
가면과 짙은 가운 걸친

굳센 철가면이 된다.

제가 전에 썼던 글입니다.

토깽양 2004-05-1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되고 싶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