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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서 맥주를 마시다 - 쾌락주의자 전여옥의 일본 즐기기
전여옥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전여옥. 그녀의 이름은 이미 '일본은 없다'라는 책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책을 고른 이유도 그 이름에 대해 어느정도 기대를 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즐거운 일은 없었나요?'라는 물음에 쓰게 됐다는 글... 기대가 되었다. 일본은 없다의 속편쯤 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삿포로에서 맥주를 마시다' 여행기 제목으로는 그럴듯하지 않은가? 홀로 이국의 카페에 앉아서 고즈넉이 맥주 한잔을 마시며 인생을 생각하고 여행을 생각하는, 그런 그림이 연상되기도 했다. 최근, 일본 여행이 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질 않아서 대신에 여행기를 열심히 읽고있는 내게 딱일듯한 책이었다.
읽고 난 지금은 솔직히 실망이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컬러 사진이 들어간 '맛집'을 소개하는 잡지에 지나지 않는듯하다. 그것도 만원짜리 잡지. 주관적인 성향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일반인에겐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듯한 잡지 말이다. '오마카세(스시집 주인의 추천요리)'요리를 시켜 먹으려면 대체 얼마를 들여야 한단 말인가?
일본인의 상류사회-혹은 서양사회-에 대한 동경이나 그로인한(?) 스타벅스의 성공, 빠지지 않는 성(性)관련 내용을 넣어 비판-내지는 눈요기-삼는것도 좀 부족해 보였다. 어물쩡하다. 비판이라기 보다는 일본하면 으레 떠올리는 성문제 어쩌고를 들먹여 독자들의 은밀한 호기심을 얻으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데비부인(철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일본의 TV에 요상한 장신구에 왕족차림을 하고 나오는 여자-호스티스 출신으로 동남아 지역의 어느 왕의 첩으로 들어가 지금은 늙어 일본에 돌아와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는 여자라한다. 일본 여행기책에서 이렇게 시시콜콜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가 방송에 나오는것도, 그녀가 '먹히는'것도 일본인이 동경하는 왕실에 대한 선망때문이라는것도 좀 억지스러웠다. 내가 봤던 데비부인은 그저 웃음거리였다. 요상하리만치 커다란 반지를 열손가락에 끼고 나와 '남편이 유전(油田)을 선물해주더라구요'하면 MC는 어이없어서 웃는... 그런 존재였다. 선망이라니.
요즘은 일본문화 개방이라해서 안방에서도 일본의 방송을 볼 수 있다. 아직은 몇몇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의 코너에 한정 되었지만 그만큼 일본의 문화가 더 들어오고 있다는 소리다. 이제 이렇게 대충 만든 책은 설곳이 없다. 몇일 여행하고 뚝딱 만들어 낸듯한... 그저 없어서, 몰라서, 정보가 부족해서, 한일양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이제야 개방이니 얼마전에는 꽁꽁 막았었지.) 팔리던 책들은 개방으로 하여금 그 진가(!)를 드러낼 것이다. 전여옥 이름하나로 믿고 봤는데 광고만 그럴듯하다. 나는 돈이 엄청 많아서 일본에서 택시를 타고다니며 오마카세 스시를 맘껏 시켜먹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일본으로 유명한 그녀가, 발로 뛰어다니며 얻은 생생한 알짜 여행기를 원했는데...... 비뚤어진 시선은 언제나 비뚤어져 있을 뿐이다. 음식여행기 중간중간에 나오는 절이나 온천 기행기. 원치않는 패키지 여행에 끌려다닌 듯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