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박민규,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삼미슈퍼스타즈를 등장시켜 풀어낸 그의 스토리는 자못 진지하다. 가난의 70년대를 지나고, 폭압의 80년대를 맞으며 우리가 통과해온 비극적 역사를 소재로, 자신의 인생관을 탁월한 방법으로 드러내고 있다. 삼미슈퍼스타즈를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갭을 읽고 있으며, 프로의식과 구조조정 사이의 고통과, 어떤 노력을 해도 변화하지 않는 프랜차이즈의 세계적 자본 권력의 음모를 통렬하게 꿰차고 있는 작가. 일찌기 이런 주제를 이런 식으로 펼친 작가는 없었다. 그의 글은 개그를 뛰어넘어 해학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교육헌장과 애국가에서는 극도의 패러디 작가로, 삼미슈퍼스타즈에서는 다다이즘의 꼴라쥬같은 문체로, 결국 자본과 삶의 의미 규정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추상화를 보는 듯, 늘어진 시계바늘과 일그러진 사물들을 투영하고 있다.

그가 우리 시대의 비극을 이토록 경쾌한 문체로 희극적이고 해학적으로 그릴 수 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조신몽'에서처럼 그는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진짜 인생은 욕망, 성공, 부귀 영화와 사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도시 삼천포.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279쪽)

그의 해학의 완성은 서울에 살 필요가 없음을 인식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해 준 아름다운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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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06-08-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사 두었던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스포츠 만화의 <무대리>를 읽은 느낌이랄까요. 재미있었고, 또한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더군요. 뭔가에 쫓기듯이 살아왔다는 느낌이니까요. 민족의 슬기를 모으지도 새 역사를 창조하지도 못했던 삶이면서 말입니다.

글샘 2006-08-0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밌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