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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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작년 7월 시국미사에서 사제들이 성경 속의 이 말을 들려줄 때 얼마나 눈물을 줄줄 흘렸던지... 고3 담임이라 아이들 자습시켜놓고 내려와서 교무실에서 아프리카를 틀어놓고 시국미사를 보면서 가슴 속이 시원하게 씻기는, 말 그대로 '배설'로서의 카타르시스가 '영혼의 정화'를 이루는 순간을 맛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2008, 서울 촛불의 기억>이다. 물론 촛불집회가 가장 상징적으로 이루어졌던 광화문 일대와 kbs 방송국 앞을 다룬 책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전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사람들과 서울 나들이를 두 번이나 했던 나로서는, 촛불집회를 넘어선 촛불시위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로서 온 국가를 들썩였던 것임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다.
표지의 사진에 은하수 속을 여행하는 작은 별들처럼 아른거리는 점들을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사람들이 보인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말한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 시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982)
김종삼 시인의 '시인'은 곧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중의 한 사람일 수도 있고, 물대포 아래서 방패에 찍힐까 두려움에 가득찬 눈을 한 한 사람일 수도 있다.
마치 4.19 아침에 엄마 몰래 쪽지를 남기고 나온 여학생처럼, 책상 위에 마지막 편지를 엄숙하게 남기고 왔다던 어느 여대생의 비장함을 들으며, 나는 몹시 안쓰러웠다.
그렇게 비장할 것도 없는 촛불시위를 하러 가면서, 엄청 대단한 마음을 갖고 가는 여린 마음들 속에서 나도 시인을 만났고 하느님들을 만났다.
하늘은 저 멀리 있지 않았다.
촛불집회장에서 만났던 그 아이는 올해 바라던 영산대에 들어가서 김용석 선생을 만나고 있는지, 전대협 깃발들던 그이는 이제 살도 좀 붙고 했는지, 그 이쁜 아내랑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지,
빵모자 눌러썼던 그이는 여전히 긴머리로 폼도 좀 잡는지.
또 촛불 커플이었던 둘이는 아직도 잘 사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마음을 터놓은 듯이 길거리를 걸으며 하드 하나씩 빨던 순수함을 만났던 그 거리가 바로 하늘이었다.
다시 봄.
저들은 올봄을 두려워하고 있다.
쌩쑈를 다 저지르며, 청와대에서 '저질 살인자' 뉴스를 '선정적으로 활용'하라는 80년대 썬데이 서울 식의 방식으로 용산의 살인 진압을 무마하려는 저들의 대갈통에서는 올 봄이라고 뜨거운 촛불이 타오를 때, 다시 80년 광주의 모습을 반추하며 진압에 혈안이 될 것을 다짐하고 있을 것이 뻔한 노릇이다.
이제 북측과 미국마저 정권의 앞길을 재촉한다면, 저들이 내세울 무기란 것은 무대뽀로 일관하는 것 외엔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들에게 '방송의 장악'은 그만큼 절실할 것이다.
아직도 국민들의 대부분은 인터넷 매체보다는 지상파 방송의 무지몽매한 뉴스짓거리에 속아넘어가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다수는 박그네의 거취에 눈길을 두며, 쥐박이보다는 박그네가 훨 낫다는 착각을 하고 있음을 저들이라고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 장악 시나리오대로 올봄은 다시 뜨거워질 것이고, 용산 참사의 비극은 전두환 모가지에 걸린 80년 광주의 가시와도 같이 이명박의 목구멍에서 뜨거운 통증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올 것이다.
"용산은 없다 용산은 없다 용산은 없다... 없음 자체가 없다. 애초에 용산이란 건 없었다."고 스스로 세뇌시키고 싶겠지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용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시 촛불을 들 것이다.
황사와 함께 봄이 오고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그 봄이...
아, 이 기록은 아름답고 아름답지만, 기획자들이 일부러 피했을 상처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들이 더욱 애달픈, 아직도 진행중인 언론소비자 주권운동의 재판과 촛불 재판의 불공정성 시비와 더불어, 미친듯이 발호할 조중동의 엉구럭부리기에 저년옥이란 또라이의 헐리우드 액션까지 가지가지 하는 것들과 함께 이 쎄~~~한 봄을 맞으려 하니, 참, 세상 오래 흘렀어도 더럽고 더럽다.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대상 : 정치에 관심이 적은 분들. 특히 한나라당에 호의적인 분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아고라, 대한민국사1~4(한홍구)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선언문 전문...
이 책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얼굴을 보면서, 어른으로서 부끄럽게 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