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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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독서는 질적으로 문제가 있음에 많은이가 공감할 것인데, 이 나라의 출판에 '자기 계발' 영역이 큰 돈벌이가 된다는 건 웃기고도 남을 짜장인데... 그런 책들은 주로 ~~하우스(이거, 무슨 도박장도 아니고...)에서 낸다는 것이 또 웃기는 짬뽕이라, 이런 책들을 읽긴 하지만 감동적이지 않은 경우가 흔하디 흔한데... 이 책은 예외였다. 

학생 부장을 맡게 되어 생각만 많은 요즘...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상태라... 사람들의 욕도 한 마디 들은 적 없지만...
다들 떼밀려 맡은 자리를 두고, 고생 많을 거라 위로의 말들을 한다.
고생 많을 자리에 왜 떠민 거삼? 쳇.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두 번 흘렸다.
한번은 작은 카스테라를 목으로 삼키다 가루가 기도로 들어가 켁켁거린다고 눈물이 쏙 빠졌고,
눈물을 흘리던 끝이라 그런지... 이토벤의 바이올린을 동료들이 완성해 주는 대목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 책이 전하려는 경청의 지혜는 단 하나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자신을 텅 비워야 한다.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지혜이고, 말하는 것은 지식의 한계이며, 경청은 발견하고 공감하고 상생하는 유일한 길임을 전해 주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이름이 있을 뿐이요. 그 이름은 본질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금강경의 이야기나,
도를 도라 말하면 제대로 도를 아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노자의 이야기나,
귀를 왕처럼 크게 하고, 눈을 열 배로 크게 뜨고, 전심전력하여 하는 행동이 들을 청(聽)이란 글자고,
질병 중에 입으로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 걸리는 병을 암(癌)이라 한다는 이야기도 기억해 둘만 하다. 

잘 하려고 하면, 덧난다.
학생부장을 의욕적으로 시작하려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아이들을 열라 단속하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다.
각 학년에서 지도하도록 독려하고, 원칙을 세워 주고, 진행을 시키는 일이 내 일일 따름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심을 다해서 들어주는 일이 한 해를 잘 넘기는 일일 것이다. 

한자를 파자(破字)하는 걸 보면서, 느낄 감(感)자도 새로운 의미를 가진 거 아닐까 싶다.
느낌은 할 말(口)을 병장기(戈)로 가둬버리고, 전심을 다하는(一心) 태도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쏠려있을 때, 도움이 되는 책을 얻게 된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청이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게 다가온 책.
이 책이 도움이 되는 것은, 이 책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책이 될 것이므로... 

얼마 전, 중앙대 총장이란 작자가 딴나라당에서 무시기 강연을 하면서(그 색긔들은 맨날 술집에서 기생들 엉덩짝이나 주무르던 시절이 그리운지, 풍류를 알면 정치를 잘한다는 주제를 씨월렁거렸단다. 퉷, 이다.) 판소리하는 제자를 가리켜 '감칠맛이 있다'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물론 앞뒤 판단해 볼 때, 야한 소리를 하려던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진중권이 '^^ㅣ바, 넌 맛이 갔다!'고 항의할 정도로 또라이같은 소리임엔 변함이 없다.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도 잘 낳고 살림도 잘한다고 했단다. 주둥아리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다. 지금의 가진자들, 정권을 잡은 자들... 주둥아리에서 산더미처럼 튀어나온 말말말들이 조만간 '암'이 되어 자멸의 길을 가게 할 것이다. 

왕처럼 듣고, 말을 할 때는 굽히고 또 굽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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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6년 저자인 조신영씨와 인연이 있었죠. 디와이학습법(오차원이라 불리는..)배울 때 이분이 우리팀 매니저였어요. 당시에 인생그래프를 그렸는데 이분은 그때 그린 대로 살고 있고, 나도 조금은 흉내내며 산다고 봐야죠.^^
때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경청을 보니 바이올린을 좀 아는거 같죠?^^

글샘 2009-03-02 01:35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 님의 마당발은... ㅎㅎㅎ
인생 그래프... 같은 걸 그려 두고 사는 것도 멋지겠지요.
저는 한치 앞도 모르고, 하루하루 살고 있답니다. ㅠㅜ
그러게요. 바이올린 공부 많이 하신 것 같더군요.
저도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

바람돌이 2009-03-0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처럼 듣고, 말을 할때는 굽히고 또 굽힐 일이다. 인상적이네요. 근데 보통은 잘 안되죠? 잘 듣는거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듣는건 어느만큼의 수련이 있어야 가능할까요?

글샘 2009-03-02 01:36   좋아요 0 | URL
ㅋㅋ 선생은 들을 청, 보다 암 암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죠.
그야말로 웰빙 반대인, 밷빙입니다. ㅠㅜ
수련보다는... 마음이 남들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야... 저절로 될 거 같애요. 신경질 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