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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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성장 소설이란 이름의 작품들이 갖는 형식 중 하나가 역경을 이겨내는 장한 청소년 이야기다. 그렇지만, 공선옥은... 그런 달콤한 거짓말쯤 하지 않는다. 용기있는 작가이고, 용감한 작가여서, 꼭 필요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같은 공 모 씨의 글처럼 이제 쓰라린 과거쯤 잊어 버리고... 달콤한 현실을 즐기라는 사탕발림에 공선옥은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공 모 씨의 작품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때 공선옥은 가끔 울림을 주는 책 한 권씩 낼 뿐이다. 

청소년기의 소녀들은 요망스럽다.
얼핏 봐서는 어리삥삥한 중고등학생으로 보이지만, 그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그 아이들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규정할 수 없는 다양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 깜짝, 은 사람을 진저리치게 하기도 하고, 소스라치게 하기도 한다. 감동을 줄 때도 간, 혹, 은 있지만서도... 

공선옥의 시선은 늘 가난한 사람들에게 향해 있다.
1997년 겨울... 구제금융기 이후 가정은 파괴되어가고 있다.
인간들은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돈 앞에서는 후안무치가 되는 인간들로 변해버렸고,
그래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주고, 러시앤캐시에서 빌려서 꽃등심을 쏘아야 인간처럼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를, 그런 세상 앞에서 돈이 없는 어른들은 부끄럽다. 

아, 세상이 그런데... 그 어른들과 함께, 또는 떨어져 사는 아이들의 삶은 얼마나 신산하랴.
98년 그 이후로 학교에는 등록금을 안 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못 내는 아이들은 이리저리 해서 감면을 해 주지만, 졸업식날까지 기백만원의 식비, 수업료를 안낸 학생의 부모들이 졸업식날은 우아하게 차를 몰고 나타나기도 한다. 지겹다.  

여느 성장소설에선 여간해 보기 어려운 가난한 집 아이들의 고민을...
학원에 다니는 쳇바퀴 인생이 아닌, 가난해서 알바를 하고, 부모들이 헤어져 살고, 그래서 더 서러운 날이 많고 외로운 날이 많아 밤늦게 기댈 친구를 찾아 갔다가, ... 뜻밖의 임신을 해버리게 되는 승애처럼... '나는 죽지 않겠다'는 굳센 마음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이 어둔 밤에 어느 창문 안에서 저 별들을 깜박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서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고마운 소설집이다. 

많은 단편소설집들이 요즘 '소설'이란 제목으로 출판된다. 장편인줄 알았다가 단편집임을 알게 되면, 사기 당한 느낌이 든다. ㅠㅜ 공선옥은 그런 면에서도 정직하다. 

가난해서 삶의 희망이 없는 아이들, 그러다 보니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학교에서도 괄호 밖으로 내치려고 한다. 그러고 나면 학교는 조용하니깐...
그런 아이들을 학교에 두면 속시끄러운 일이 자꾸 생기기만 하니깐...
1차 집단과 2차 집단 사이를 오가는 정체성이 불명확한 학교라는 집단은 아이들을 내치기도 끌어안기도 힘든 애매한 집단이다. 

봉숭아는 아름다운데, 아름답지 않은 떡볶이집 아줌마. 아줌마가 원래부터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었을까? 원래부터 아름답지 않은 사람도 아름다운 꽃을 기를 수 있을까? 아줌마에게도 이 꽃처럼 아름다운 때가 있기나 했을까? <힘센 봉숭아>에서 민수가 뇌까리는 이 구절을 공선옥은 몇 번이나 고쳐썼을까? 

꽃같은 내가 풀이 되었다... 니 아버지가... 거친 파도와 같은 아이엠에프의 파고를 온몸으로 넘다 보니... 꼭같은 내가 풀이 되었지만서두... 나두 한때는...<울 엄마 딸>의 꽃같은 엄마가 풀이 되었다는 술주정이야말로, 이명박이라는 <괴물의 시대>를 잉태한 <계급을 배반한 의식>을 형성한 시대를 적실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그날 밤, 슬픔의 바다란 말을 몇 번이나 읊조렸는지 모른다. 그 말을 자꾸 읊조리다 보면 정말로 이스트 넣은 빵처럼 슬픔의 감정이 부풀대로 부풀어 올라 그것이 명분이 되어 내가 집을 뛰쳐나가리라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는 대목을 읽노라면... 이스트 넣은 빵이 일어나는 모습과 슬픔의 감정을 부풀대로 부풀린 삶에서 우러난 소설임을 실감한다. 

미친 것들이 미친 법을 만든다고 온통 광풍이 몰아치게 만드는 나날이다.
미친 어른들의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또다시 이스트 넣은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집밖으로 뛰쳐나가버릴 것인지... 그악스런 어른들만큼 딱딱해지는 아이들의 마음씀씀이에 공선옥 소설은 메마른 입술만 쓰디쓰게 만든다.  

힘든 삶을 앞에 두고 고민하던 경수에게 이런 소설 권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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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2-2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이 주신 별 다섯개 책은 꼭 사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보관함에 옮깁니다.^^

글샘 2009-03-02 01:36   좋아요 0 | URL
꼭 사 보세요. 재밌습니다. ^^

순오기 2009-03-0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은 한때 내 가슴 아프도록 보듬어 주고 싶은 작가였어요.
신산함은 작가의 삶에서 나온...공 모씨와 같으면서 다른 삶이라 작품도 확연히 다르죠.
이 책 나도 담아갑니다. 아드님 소감은 어땠는지요?

글샘 2009-03-02 01:37   좋아요 0 | URL
다른 공 모 씨는, 참 젠장이죠.
맨날 돈버는 데 재미가 쏠쏠한 모냥이에요.
이번에도 잡담으로 돈좀 벌더군요.
거기 비하면, 공선옥은 쑥구렁에 묻힌 옥돌같은 보배라고 생각해요.
순오기님과 제가 좋아하는, 그리고 알아 주는 보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