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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왜 시험 점수를 높게 받는 아이를 그토록 원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스스로를 무척이나 나무랐고, 돌아보곤 하였다.
나의 삶과 아이의 삶과는 전혀 별개일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의 삶에 어른이 배놔라 감놔라 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이 또 있을까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나태한 모습에 실망만 거듭하다가 3년만에 도망치듯 옮겨온 지금 학교에도 거기나 별반 다름없는 아이들이 교실마다 가득하다.
별볼일 없는 산동네 주변의 고등학교는 아무리 일반계 고교라 하더라도 아이들의 성적이 형편없다. 서울에서 강남의 고교와 강북의 고교 사이에 보이는 격차가 이를 증명한다.
강남에서 선생하면 왠지 어깨가 으쓱하다가 강북으로 전근이라도 갈라치면... 죄인처럼 미안하다.
실업계 아이들은 입학할 때부터 자신감이 없다.
그나마 입학할 땐 조금 반짝이던 아이들도, 한 학기가 채 지나가기 전에 '공고생'이 되어버린다.
이 책의 표지에 쓴 글씨와 꼭같은 글씨를 아이들이 쓰고 있으며,
생김새도 이 아이들처럼 생겼다.
게으르기는 세상에 짝이 없을 정도이며, 어른들 말을 들은 체도 않는 데는 도가 텄다.
시험 공부를 시켜도 도통 관심이 없으며, 예상문제가 아닌 기출문제로 수업을 해도 아이들은 무심하다. 세상 많이 살아본 티를 낸다. 3학년 2학기가 되면... 빨리 어디로든 사라지려 온갖 수를 다 쓴다. 요즘엔 교육부에서 11월 중순까지 실습을 못나가게 만들었다. 참 무책임한 교육부다. 아이들은 그래서 학교에 와서 엎어져 잔다. 종일 교실엔 교사가 얼씬도 하지 않는데...
이런 아이들이 변칙적인 현장에 파견된다. 거기서 생기는 소동 속에는 학교의 모순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애정이 가지는 불편한 감정과, 어른들의 거짓된 면모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청소년이란 그야말로 세상의 블루오션이다.
인류의 미래는 청소년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국의 청소년은 가엾고 또 가엾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이유는... 교육 정책에 철저한 실패...에 있다.
결국 한국의 미래는 없는 셈이다.
지금도 한국의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고, 대학 졸업자들은 해외의 노동현장에 관리자와 기술자로 나가 일하는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이야기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만은 아니다.
어른들에게, 과연 공부가 뭔데, 애들을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지... 진지하게 묻는 이야기고,
공부 못한다고 자기 자식도 구박하는 나라가 과연 정상인지... 참담하게 되묻는 이야기다.
인문계 다닌다고 으스대고, 실업계(발음이 족같다고 전문계로 바꾼 넘들 대갈통도 참 전문적으로 돌대갈님이시다.) 다닌다고 고개 숙여야 하는 가엾은 아이들을 양산하여 결국 자본주의의 더러운 꼬락서니를 재생산하는 것이 학교가 아니라고 아니라고 부르짖지만... 정말 전문계에서 어떤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지...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참으로 재미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뒤로... 경찰차가 들어오며 마무리짓는 대목은...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다.
주인공이 상을 받든지... 어떤 오해가 있어 그 갈등이 풀리든지... 하지 않고 마무리 지은 데는 작가의 뜻이 있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어떤 뜻인지... 좀 다소 쫌, 이해가 안 간다.
소세지, 오이지, 단무지, 쓰리지란 농담이 있다.
A형은 소심하고 세심해서 지랄같고
B형은 오만하고 이기적이라 지랄같고
O형은 단순 무식해서 지랄같고
AB형은 지랄같고 지랄같고 또 지랄같은 성격이란 농담. ㅍ
웃자고 만든 소리지만...
사람을 이렇게 하나의 범주 안에 넣으려 하면 꼭 튕겨져 나가는 부분이 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도끼로 쳐낼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인데...
인간을 기르는 일에 종사하면서, 꼴찌들도 살아가는 이 세상을 더 즐겁게 만드는 길은 없을는지를... 다시 생각한다.
과연 머리를 기르는 일이 교칙을 위반하는 일이어야 하는지...
담배를 피우는 일이 다섯 번 거듭되면 퇴학처분 받아야 하는 일인지...
그런 것이 교육이란 이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