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모든 것의 시작 - 우리 시대에 인문교양은 왜 필요한가?
서경식.노마 필드.가토 슈이치 지음, 이목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1. 교양이란 무엇일까? 

아직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대학 1학년을 '교양과정'이라고 하고, 작은 대학에는 '교양학부'하는 것이 있었다. 이 교양은 일본에서 쓰던 말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 이 말은 독일어의 '빌둥 Bildung'을 번역한 것이다. 

이것은 교육과는 조금 달라, 학습과 지식을 축적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격을 형성하는 것,
개성있는 인간이 자아를 실현해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학문을 탐구하고 공부하면 인격이 닦아져 자아를 풍성하게 실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38) 

요즘 개콘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데,
인기 코너 중에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하는 멘트가 있다.
상대를 아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는데, 아마추어 같이...하는 말은 스스로는 프로라는 말을 숨기고 있다. 

아마추어 같이...
나는 이 말 속에 '교양없이...'하는 뜻도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부족한 것. 학식이나 인격이 부족한 상태... 이런 것이 아마추어고, 상대적으로 프로페셔널은 자아 실현의 과정에 충실한 존재로 보이는 것이다. 

인문학적 교양이 부족한 정부가 땅에 삽질을 하네, 법안을 자기들 마음대로 통과시키네 하면서 난리를 떨고 있다. 그들의 심리에는 '돈'만이 자리잡고 있기때문에, 인격이나 자아에 대한 개념은 애초에 탑재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재일조선인 서경식이 도쿄경제대학에서 21세기 교양프로그램으로 실시한 강의와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2003년, 그해엔 탄핵과 이라크 전쟁으로 촛불이 1년을 끌었다. 이 시기에 일본의 루쉰이라 불리는 카토 슈이치 선생과 수잔 손택 버금간다는 노마필드 교수의 교양 강의는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에도 교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힘을 준다. 

2. 교양은 어떤 일을 할까?

교양이 없으면, 아무 목적도 없는 능률지상주의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48) 

조선이 멸망을 자초한 배후에는 성리학의 신봉이라는 관념적 학문 풍토가 상식을 닫아버린 탓도 있다. 그들의 교양은 더이상 세계인의 교양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이론 위주의 문학적 교양을 실용주의로 바꾼 이들을 실학자들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제 이 땅에 득세한 자들은 교양없는 '실용주의'를 떠들어 댄다.
그들에게 들려줄 가장 적확한 표현이 이것이다. 목적도 없는 능률지상주의 사회...

카토 슈이치 선생은 교양을 위하여 자유, 상상력,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이야기한다.
타인의 마음 속으로 감정을 이입하고 몰입하는 능력은 평소 시나 소설같은 작품들을 꾸준히 읽지 않으면 쉽사리 주어질 수 없다.(53) 
그래, 플라톤도 시인추방을 이야기하면서, 황당한 마음을 심어주는 시인에 한정했다.
문학의 가치는 바로 감정 이입과 몰입의 간접 경험 아니겠는가. 

노마 필드 교수는 "교양의 큰 과제가 정신생활과 물질생활을 서로 어떻게 창조적으로 관계를 맺을 것인가"라는 문제라고 한다. (67)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는 문제(77)... 이것을 기르는 일이 교양이다.
그러나, 국가라는 괴물은 전쟁으로 경제난을 해결한다.
전시체제는 맹목적 애국심(쇼비니즘)과 내셔널리즘이 필수이며, 쇼비니즘을 부채질해서 계급모순과 복지예산 삭감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호도하는 일을 저지르는 것이 국가다.
시민의 교양은 국가가 강요하는 단결과 다른 차원의 단결을 창조하는 일이 필요하다.(79)
한국의 촛불을 부러워하는 일본의 시선은 이런 것이다. 

민주주의란 한번 확보하고 나면 영원히 지속되는 존재가 아니며, 영구혁명을 필요로 하는 제도요, 사상이요, 삶의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 "상상력을 해방시켜 인문교양의 재생"을 도모해야 한다.(84)
아, 옳고 또 옳다.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막연하게 이런 것을 알고 있다.
자식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과 교양을 쌓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인데 말이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도 교양을 쌓아야 할 것이다. 

나는 책읽는 교장, 책 선물하는 교감이랑 한번 근무하고 싶다.
아,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진급이 잘 안 되더라...  

교양이란 보편적 이성, 인권, 휴머니즘 등과 같은 가치들을 견인해 내야 한다.(115)는 카토 선생의 담화에서도 교양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사르트르, 프란츠 파농, 에드워드 사이드 같은 이들의 특장이 바로 역지사지의 눈이고,
인간 개인의 실존을 소중히 여기자는 것이다.
이런 것이 교양의 역할이자 의미다.
그 반대편에 군산복합체가 있고, 그 군산복합의 현실이 바로 세계화의 모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로 대표되는 전쟁과 돈의 검은 연대. 이 연대에 반대하는 연대가 교양의 할 일이란 것이 서경식, 카토 슈이치, 노마 필드의 합의점이다. 

서경식은 그의 쁘리모 레비... 이야기에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 속에서... 그러한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덕과 지혜를 찾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고난에 맞서 싸워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에는 그 지옥으로부터 귀환하여 그 지옥의 경험을 말하고 증언한다.
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에게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주었다는 것이다.(203) 

아, 그러나 쁘리모 레비의 자살은 그런 힘을 의심하게 하기도 한다. 

카토 선생이 미셸 푸코와 에드워드 사이드를 인용하면서 (152)
권력의 횡포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
인종차별, 문화차별도 미분화 되어있다는 것이어서,
권력의 남용과 폭력의 남용은 정부를 타도해도 남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차원에 침투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모든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교양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논지를 펼친다. 

아, 이 몰상식, 비교양의 시대를 밝힐 작은 촛불은 다시 교양이다.
읽고, 생각할 노릇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니 2009-01-0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엊그제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그자리에서 주욱 읽고 온 책인데,
가끔씩 몰래 들르던 서재에서 다시 보니 반가워서
부끄러움 조금 무릅쓰고 글 남깁니다.
이 책을 읽고 자기계발서를 너무 좋아하는 이에게
이 책의 내용을 말해주며
차라리 인문학과 고전을 열 권 읽는게
자기계발서 백권을 읽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니 라고 했지만
잘 못알아 듣더군요.
아마도 저의 설명이 부족한 탓이었겠지요.
여기 내용을 추려서 다시한번 이야기 해 봐야 겠어요.

반가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글샘 2009-01-07 15:48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
그게 마약과 보약의 차이 아닐까요?
마약 하는 친구한테, 너한텐 보약이 좋지 않겠니?
하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