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 조선 후기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 변동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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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회의 '고전 산문 산책'이란 책을 얼마 전에 읽었는데... 많은 부분 겹친다. 그의 '프로페셔널'과도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정민 선생의 글은 워낙 여럿 읽은 터라, 읽은 내용들이 많다. 그의 '미쳐야 미친다'와 함께 나눈 부분도 많다.

이 책은, 정민 선생이 쓴 논문들을 열두 편 뽑아 모은 책이다.
18세기... 서양은 산업 혁명의 시대가 개막된 시대고, 중세가 문을 닫으면서 땅따먹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대다.
그 서세동점의 시기에... 중국은 개벽을 한다.
주자학, 곧 성리학이 본좌를 이탈하고, 서학이 자리를 튼다.
조선의 지식인들도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으면서, '도'의 진리를 찾지 않고, '실사'에서 '옳음'을 발견하려 한다. 우주의 본성에 대한 이치의 탐구로서의 성,리,학이 붕괴되는 시대.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거대한 모순의 용틀임>의 시대라고 한단다.(52)

그 시대를 두 글자로 줄이면, 통변, 이겠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원리다. 궁하니 변해야 했고, 그래서 통하려 했으나...
정조는 문체 반정으로 잃어버린 수십 년을 돌이키려 한다.
바가지로 벼락 막는 셈이다. 

세상의 도를 탐착하기보다는 '벽'과 '치'에 몰두한 사람들.
꽃이나 차, 책이나 여행, 그림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
그리고,  <과거>라는 허상을 좇고, 입신양명의 꿈을 평생 꾸던 구차한 삶에서 눈을 획, 하고 돌려, <거짓 나를 쫓느라 잃어버린 참 나를 되찾는 일>에 착수한 사람들...(31)

 18세기 지식인들의 의식 전환을 저자가 몇 가지로 정리한 것은 적어둘 만 하다.
1. 정보가치의 우선순위를 바꿔 지식 경영의 중요성을 강화했다.
2. 외국 문화를 개방된 자세에서 주체적으로 수용했다.
3. 실천적 지식을 쌓았다.
4.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주체적 문화 역량을 강화하였다.(82) 

요즘 세상을 보면 참 우습다.
컴퓨터와 영어같은 '도구'가 '콘텐츠'를 역전하여 '실용'이란 우스갯소리와 함께 쓰이고,
오바마는 안한다는 협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애쓰는 딴나라당의 노력이 참 가관이다.  

어느날 술에 취해 아침에 일어난 송욱은 방안에 있는 물건은 모두 제자리에 있는데, 정작 이불 속에 있어야 할 자신이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내가 없어졌다!" 박지원, <염재기> 

마치 카프카의 변신과도 같은 이야기들은 당시 지식인들의 의식 세계에서 일어났던 공황상태와도 같은 혁명적 변신을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다. 박지원은 다시 이야기하지 않는가.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을 도대체 찾아다닐 수가 없다고. 그래서 눈을 감고 가려는가 하고... <재맹아>
새로움의 시대에 경악하지 말고 열심히 배우고 받아들여야 하거는...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자고 난리부르스를 떨어서 어쩌자는 건지...

정체성 상실의 비극적 결과는,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다. 뉴타운이란 설탕 공약에 꼬여버린 돈의 노예들... 

정민 선생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이가 연암 박지원이다.
그의 법고이지변 창신이능전... 옛것을 본받으나 변화를 알고, 새것을 만들어도 고전을 본다.
변화에 옛날에, 혁신에 올인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남은 것 없이 쪽박차는 자들은 연암을 보아야 할 지니... 

정민 선생이 이 책을 엮으면서 붙였을 법한 제목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내용이 분별될 만큼, 정성들여 소제목들을 붙였다. 아래 세목까지 적어 둔다. 

서설
18세기의 미친 바보들
정보 검색의 대가들-새로운 경의 탄생/ 좋아하는 것에 목숨을 건다/ 편집광들, 세계의 질서를 편집하다/ 나는 나다/ 꽃에 미쳐 정원을 꾸미다/ 지식 시장의 확대와 도서 유통/ 나는 존재한다, 고로 기록한다/ 다시 18세기를 위하여

1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과 세계 인식
1. 18세기의 문화 개방과 조선 지식인의 세계화 대응 
문화 콘텐츠의 변화와 실학 코드/ 편집되는 정보들 그리고 집체 작업/ 세계화의 경쟁력, 우리 것에서 찾는다/ 대변혁의 시대, 변해야 남는다

2.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벽'과 '치' 추구 경향
자의식과 집단 의식/ 벽과 치 추구 양상 

3.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 변모와 그 방향성
분열하는 '나'/ '가짜 나'와 '참나'/ 나만의 '나' 

4. 18,19세기 문인 지식인층의 통변 인식과 그 경로
의고와 창신의 길항/ 재맹아 설화와 주체의 문제/ 구진론과 조선풍

2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적 경향
1. 18세기 산수유기의 새로운 경향/ 소품적 특징
2. 18,19세기 문인 지식인층의 원예 취미/ 정원 경영
3. 18세기 지식인의 완물 취미와 지적 경향/ 호기심과 정리벽, 발합격과 녹앵무경
4. 18세기 원예 문화와 유박의 <화암수록>
5. 이덕리가 지은 <동다기>의 차 문화사적 자료 가치

3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과 내면 행간
1. <동사여담>에 실린 이언진의 필담 자료와 그 의미
2. 18세기 시단과 일상성의 시세계
3. 18세기 우정론의 맥락에서 본 이용휴의 생지명고 

오자 발견, 
52쪽의 '거대한 모순의 용트림'은... '용틀임'으로 바꿔야 한다. 
참고로 사전에서 용트림과 용틀임을 찾아 본다. 

용트림 [龍트림] [명사] 거드름을 피우며 일부러 크게 힘을 들여 하는 트림.  

용-틀임  -틀임  1 [민속]용의 모양을 틀어 새긴 장식. 2 이리저리 비틀거나 꼬면서 움직임 

그리고 지은이가 <체재>라는 말을 즐겨 써서 그 뜻을 '체제'와 견주어 본다. 

체재3    생기거나 이루어진 . 또는 그런 됨됨이. ‘형식’으로 순화.
비슷한 말 : 체제2()
예 : 작품의 구성과 체재, 체재를 개편하다, 체재를 갖추다, 체재에 구애되지 않다

체제 2 [體制]
1 같은 말: 체재(體裁).
2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볼 때에, 그 조직이나 양식, 또는 그 상태를 이르는 말.
3 일정한 정치 원리에 바탕을 둔 국가 질서의 전체적 경향. 
 
체재를 형식으로 순화한 걸로 봐서, 일본어에서 온 표현인 모양이다. 체제로 씀이 옳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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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12-2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민 선생의 글은 꼭 읽고 싶어요~~
용틀임과 용트림이 그런 뜻이 있었군요.

http://blog.aladdin.co.kr/trackback/borim/2478991
책 골라주세용~~

글샘 2008-12-27 20:11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사서 읽어 보셈.
요즘은 교육청에 계셔서 시간이 없으시겠군요. ^^
즐건 연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