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서평을 올려주세요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작품 속 인물의 이름 속에는 등장인물의 성격이 담겨있기 쉽다.
미달이가 미달되는 아이듯이, 구운몽의 양소유는 젊어 노세라는 향락적 이름이고...
큰바위 얼굴의 어니스트는 '좋은일이 일어날 조짐'이란 뜻이 들어있다.

옥타비아누스 황제의 고귀함을 담은 그 이름 뒤에 낫싱이 붙은 것은 이 소설의 성격을 가장 잘 규정하고 있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원 제목은 옥타비안 낫싱의 놀라운 인생 - 국가의 배신자... 뭐, 이런 건데...

미국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시대를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이 주목받는 것도 그런 반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얄팍한 상술을 등에 업은 뭐, 그런 것.

이 소설의 내용은 끔찍하다. 차라리 노예 노동에 내몰린 19세기의 상황이나 이름만 해방된 20세기의 노동자들의 비참함은 익히 들어보던 일이지만, 박물학적 관심의 대상에 불과하여 배변의 무게까지 측정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겪는 옥타비안 낫싱의 삶은 이름 그대로 '대접받지만, 인간으로서는 아무 것도 아닌...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옥타비안의 어머니 카시오페이아가 공주 대접을 받다가 사랑을 쟁취하려는 첫발을 내디딘 후, 좌절의 과정에서 "내 연약한 신체의 마지막 속껍질 너머로는, 그 누구도 내게 권능을 행하지 못하리라. 내 이 가련한 피부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면 나 스스로를 노예로 팔아버리는 일일지니, 고통을 통해 무엇이 나를 지배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셈(127)"이라는 자의식까지 가지고 있던 주인공은,

다시 잡혀온 뒤 사흘을 굶고 철가면의 고통을 받은 뒤 이렇게 말한다. "쇠사슬의 형질에 대해 관찰했어요. 그것이 제 몸의 형질을 확장해 주더군요. 자유롭게 다닐 때는 제 몸의 형질을 의식하지 못하지요." 그것이 노예의 본질이었다. (356)

프로 보노, 곧 '거저'라는 뜻의 노예는 어미가 임신한 상태에서 매매되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들이 우리한테 원하는 건 이런 거예요. 우리가 어디 소속인지를 말해주는 매매증서... 지시서 이상이 되는 걸 바라지 않아요. 우리가 텅 빈 상태이기를, 종이처럼 납작하기를 바라지요. 그들은 우리 영혼을 수중에 가지고 다니다가 법정에 가서 큰 소리로 읽을 수 있기를 바라지요. 자기들은 언제나 자기 마음속에서 자기를 찾는 내면의 여행을 하는지 모르지만, 우리 마음속은 텅 비어 있기를 바라지요. 그들은 우리한테 뭔가를 쓰고 싶어하고, 우리가 백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를 보세요. 저는 적갈색이지요."(155) 이런 말을 뇌까리는 보노가 뒤에 패션 카달로그를 만드는 등, 인권에 눈뜨는 대목은 당연하다고 느껴지면서도 상당한 선구적 발상으로 보인다.

하프시 코드를 연주하는 공주 어머니와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왕자 아들...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는 인류의 근원을 더듬는, 그리고 그 수원지를 헤쳐버린 문명이란 이름을 저주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우리의 언어는 말하는 게 아니라 노래하는 것이란다. 그냥 말이 아니라... 문법이 아니라... 멜로디지. 그래서... 영어를... 이 딱딱한 언어를 배우기가 어려웠단다... 옥타비안, 네 나라에서는 말을 전부 노래로 한단다." (247) 아, 우리가 알아먹지 못하는 영어... 그 언어를 배우기 어려워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것들이 도사리고 있었구나...

옥타비안의 기록물을 실은 것처럼 플롯을 짜고 있는데...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옥타비안의 흔들리는 심정을 표현하려 검은 펜으로 마구 지운 부분, 그리고 잉크가 뚝뚝 떨어진 것을 표현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그러나, 궁금증 많은 희한한 독자인 나는 그 검은 부분을 <오려 붙인>, 즉 황우석이 장난친 사진 같은 그런 부분이 없지나 않나... 하고 검은 부분을 비교해 보았는데...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250쪽의 윗부분 넉 줄은, 262쪽의 8-11행과 일치했고,
252쪽의 5-8행은 261쪽의 5-8행과 많이 일치한다는 걸 찾았다. 더 찾으신 분은 댓글 달아 보시길... ㅎㅎㅎ 숨은 그림 찾기도 재미있다.

탈출에 성공한 옥타비안은 민병대 안으로 가서 프린스란 이름으로 행세하는데... 그는 육식에 대하여 "우리는 다른 동물들의 살을 먹고 있어요. 우린 그들의 살로 우리를 채우고 있어요. 우린 그들의 묘지예요."(288)라는 말을 한다. 관찰자인 에브는 그를 가엾고 말없고 고통받는 친구...라고 평한다. 정말 고통받는 친구가 누구인지... 200년도 더 지난 이제 다시 고민해볼 때다.

닭의 질료를 가지고 있지만 그 형체를 갖고 있지 않은 "달걀"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옥타비안의 낯짝에 달걀을 던지는 스승 03-01(350). 인간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질료로 이루어진 옥타비안은 인간이란 존재, 곧 형체를 갖지 못한 반면, 숫자로 불리우는 그들은 인간답지 못한 마귀의 짓거리를 행하면서도 마치 자기들만 인간인 양 행세한다. 가증스러운 나라, 미국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적과 기회주의자가 우글우글한 이 살벌한 세상에서 자유의 비싼 대가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자.(368) - 이런 부분을 읽노라면 이 소설은 마치 철학 소설같다. ^^;; 모든 인과관계, 모든 선택, 모든 의지, 모든 정체성을 벗어 던지지 않고서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없다.
비존재의 비 실재의 텅비고 무한하고 적막한 공간이 아니고서는 해방을 맞이할 수 없다.
- 이 이야기가 그저 공허한 철학의 이야기였다면 좋았을 터인데... 하필이면 흑인 병사 호사이아 리스터의 비문을 읽으면서 흑인 병사가 죽어서 찾게 된 '자유 아닌 자유'의 역설로 들려 쓰디 쓰다.

"이 지구상에서 어떤 창조물들은 더 강하고 어떤 창조물들은 약하도록 다 정해 놓으셨고, 우리에게는 거대한 존재의 사슬에서 각자 위치에 따라 만물을 관리할 책무를 주셨지."(373) - 사슬에 대해서는 들을 필요 없어요.
"이건 상식인데" - 저한테 하신 일들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데요.
"우린 필요한 일만 한 거다." - 무엇에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란다. 넌 사업의 미묘한 측면들을 이해하지 못해." - 이건 사업이 아닙니다.
"나라의 이익이 줄어든다면, 그건 모든 사람들에게 문제가 된다." - 제 이익은 어디있지요?
"공익에 있지. 그건 상식이야." - 호의가 상식입니다.
"호의는 그런 게 아니다. 이익을 약속하지 않는 호의란 없다."... 여기서 대화는 끊어진다.
이 말을 하는 샤프씨는 잠시 후 더럽게 쓰러지는데... 속이 다 시원하다.
우, 씨... 책무, 상식, 필요, 안정, 이익, 공익... 국익... 결국 국가란 이런 것들로 점철되는 속박의 굴레 아닌가. 정말 남쪽으로 튀!!!고 싶다. 국가 같은 거 필요 없어. 국가가 뭔데??? 하고 말이다.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는 정치가들의 궤변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거기서 확장되면서 미국이란 나라가 내포하고 있는 모순이 바로 저런 것이 아닌가 하는 데까지 옮아가게 되었다.

미국이란 나라가 바로 옥타비안 낫싱이 아닐까?
옥타비아누스 - 그가 누구였던가. 세계 제국 로마의 초대 황제가 아닌가.
그 뒤에 붙은 Nothing! 아무 것도 아닌 존재. 그것이 무너지는 월가로 상징되는 거대 제국의 몰락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것은...
그리고, 이 책의 원 제목에 붙여져있는... Traitor to the Nation ... 국가의 배신자, 이 제목이 내포하려던 그 뭔가가 아닌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번진다.

책을 읽도록 보내준 '양철북'에 감사드린다. ^^(아, 참고로 이 책은 양철북에서 서평단 모집을 하여 당첨된 것임을 밝힙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준 것이므로 알라딘 서평단에도 트랙백을 걸어 두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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