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 - 왜 교육이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이득재 지음 / 철수와영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날마다 아이들과 투쟁하는 직업을 선택한 내게 이런 책은 당혹스럽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역사 자체가 모순투성이였고,
그 나라의 학교란 것이 제도권에서 필요한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던 것이었기에,
학교도 모순투성이였다.

그런데, 2008년 3월 1일, 3.1절날 나온 이 책이 외치는 '교육 부재'는 옳고 옳고 다 옳다.
그렇지만, 태생이 옳지않았던 '학교'에다가 이런 말을 퍼붓는 것은 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대한민국 학교는 다 없애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모두 학원으로 보내잔 이야긴지...
너무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래디컬한 비판으로 점철된 이 책은, 인간의 감성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통에 읽고 나서도 부아도 나지 않는다.

교육에는 메스를 댈 수 없다.
맹장조차 인체에 필요없는 부분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교육의 어디에 메스를 대겠다는 말인지...

교육은 학교의 문제도, 대학의 문제도, 교육부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국가 권력의 문제이고, 부를 가진 자들의 문제다.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렴결백한 나'들이 모여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학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든지, 학생들이 깨어나야 한다는 것은 모두 탁상공론이다.
정치에 철저하게 종속된 한국의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
그것도 철저한 노동자의 정권으로.

무상 교육을 실시하고, 대학을 평준화하면 된다.
대학1년 다녀보고 수학능력 없는 놈은 잘라버리면 된다.
선진국은 다 그렇다. 초중고생은 교과 선생님이 자유롭게 가르친다.
나도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작문 선생님, 독서 선생님이고 싶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언어영역 찍기 지도사...노릇을 벗어날 수 없다.
언어영역이 있는한, 나는 좋은 작문 선생님을 포기할수밖에 없다.
혼자서 언어영역을 접고 좋은 작문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를 괄호 밖으로 내치는 일이다.

한국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상적인 잣대로 재서는 안 된다.
머리를 길러 주라고??? 그러면, 동네의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선지망을 한다.
그런 아이들이 모인 학교는 성적이 떨어지고, 더욱 학교는 개판이 된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그렇다.
올해 머리카락 단속을 심하게 한다.
내년에 학부모들의 1지망이 부쩍 늘 예정이다.
이게 현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에다가 뭐라고 하면 한 된다.
한소리 하려면, 교육부에다하든지, 학원 없애라고 해야 한다.

밤 12시 넘어까지 학원에서 잡혀있는 것보다,
머리카락 자르는 것이 더 인권을 침해하는 노릇이란 말인가?
회초리로 종아리 한대라도 때려서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인권 침해란 말인가?

국가가 수능을 출제하는 이상, 대학의 서열화가 명백한 이상,
학교 교육의 정상화는 물건너간 노릇이다.

한국 교육의 현장에서 '공적' 개념이 사라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국 교육의 과열(무지한 시대엔 교육열이라고 했다. 미친~)은 모두 개인의 영달을 위한 <사교육>일 뿐이었다. 고시를 패스하고, 의사 선상님이 되라는 <개인 교육> 말이다.
그러니 학교 교문에 서울대 00명 합격 플래카드가 붙어도 말이 되는 거다.
공교육은 없었는데... 뭐가 무너진다는 건지, 난 도통 모르겠다.

아하, 한국 교육에서 '공적 개념'이 있던 적이 있었다.
교련 사열하던 시절, 철저히 국가에 복속된 '공공의 노예'가 되어 교복 후크 하나 풀지 못하고 다니던 시절엔 '반공방첩, 간첩신고'등의 모토를 보며 등하교할 때, 우리는 <개인>을 부정당한 <공인>이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날 정도로 <공인>이었다니깐.

그렇지만, 세계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여야 하는,
시쳇말로, '다중 지성'을 가지고 '제국'에 맞서야 하는 제3세계 시민을 길러내야 하는 공적 기능은 애초에 이 나라의 학교에는 주어진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전교조는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옳다. 전교조는 교육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전교조가 어떻게 교육운동을 하란 말인가.
조합원더러, 모두 교과서를 버리고, 수능을 등지고 좋은 선생님, 훌륭한 선생님이 되라는 이야길까?

간혹은 나도 수업 시간에 많은 자료를 편집해서 나눠주는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싶은 욕망이 불현듯 일기도 한다.
그, 러, 나, 현실로 돌아와 보면...
독일의 '문학'선생은 2,30년을 문학만 가르치지만...
나는 올해는 국어, 작년엔 독서, 그전엔 문학, 그전엔 화법, 국어 생활...
학교 옮기면 과목도 또 바뀌고...
자료를 만드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수업 18시간에 특활 2시간, 보충수업 7시간... 특강까지... 야간 자율학습 밤 10시까지... 놀토도 없고, 개교기념일도 없다...

거기다가 나는 날마다 교무업무시스템이란 정보시스템에 접속해서 생활기록부, 출결 등을 입력해야 하고, 애들 상담해야 하고... 대학도 점지해 줘야 하고...

그런데, 나는 국어과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연구부 소속이라서 맨날 <학습기술>을 활용한 학력 신장을 <연구>하고 있다. 미치겠다.

나도 제대로 교육을 하고 싶지만, 그저 비판만 하기엔 너무도 갈 길이 멀다.
학교에서 반장 선거하는데 제한을 두지 말자는 투쟁, 그 작은 거 하나도 20년 끌었다.
아직도 50% 이하는 반장 못하는 학교도 수두룩하다.

영국의 책,
1. 상상하라, 탐구하라, 즐기라
2. 전달하라, 설명하라, 기술하라
3. 설득하라, 논증하라, 충고하라
4. 분석하라, 검토하라, 논평하라
5. 계획하라, 초안을잡아라, 제시하라
6. 종합, 단어장...

이런 단원 구성의 책으로 내 맘대로 수업하다가는... 교원평가 왕따 1순위다.
간혹 그런 독한 선생도 있지만, 그건 교육이 아니다.
아이들과 교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옳은 것도 교육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것은, 조금 이상해도 교육일 수도 있는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잘못된 점을 냉철하게 비판할 때는, 애정을 가득 담아서 해야하는 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점이 부족하다.
그래서 별 두개도 많이 준 거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글샘님의 글을 보고 든 단상
    from 드팀전 2008-10-27 13:45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자주 뵈었던 분이 글샘님이다. 보신분들은 이미 알겠지만 글샘님은 넉넉한 미소에, 불꽃 같은 마음을 가지신 분이다. '외유내강' 을 말한다면 그와 유사한 이미지를 갖고 계시다. 더욱이 매일이라는 전쟁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모순들과 부딪치시며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본인과 아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계신분이다. 먼길을 마다 않고 서울에서 하는 촛불 집회에도 가시고, 개인적 손해를 감내하며 연가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