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 세종이 발명한 최고의 알파벳
김영욱 지음 / 루덴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한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질문자'임은 새삼 밝힐 것도 없다.
한글의 음운 자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한글 창제의 뒷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이 책에 건 기대가 너무 커서였는지 실망도 컸다.

우선 작가가 교수라는데... 한글 자모는 글자 수가 24개밖에 없다(219)는 황당한 발언을 한다.
한글 자모는 글자 수가 40개다. 자음 19개, 모음 21개.

임금 세종에 대한 극찬도 좀 역겹다.
조선의 27명의 임금 중 2명은 '군'으로 폄하되고 있다.
그 중에 대왕을 붙인 것은 세종 뿐이다. 왜 세종만 대왕이냐... 를 궁금해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한글을 만들어서... 라고 잘못 알고 있다.

1959년부터 1966년까지 장장 8년간 조선일보에 연재된 월탄 박종화의 <세종대왕>이 그 이름의 연원인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박정희가 충무공 이순신을 신격화했듯이, 세종대왕의 업적도 과장된 면이 크다.
신화의 시대를 살던 60년대 이야기다.
이제 세종대왕은 <대왕, 세종>으로 다시 보아야 한다.
그는 세종 임금일 따름이지, 굳이 대왕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리고, 훈민정음 창제와 연관지은 이야기라면 당연히 '용비어천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면, 훈민정음을 만들어 제일 처음 만든 것이 용가라면, 훈민정음은 용가를 짓기 위한 글자였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용가는 시험용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만리를 역적처럼 보는 자들도 있지만, 최만리가 살던 시대에 중국의 철학을 거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으므로, 상소를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훈민정음 창제될 때까지만 해도 조선은 50년밖에 안 된 '왕조'였다. 임금이라곤 <연쇄살인범> 태조와 태종밖에 없던 시대였다.(정종은 생략) 이런 역사적 배경을 거세한 세종대왕 예찬론은 사회적 이면을 제거한 박정희 예찬이랑 다를 것도 없어 보인다.

디 워, 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면, 공공의 적이 된다.
국민 배우, 국민 여동생...이란 인물들에 대해서도 나는 못마땅한데... 다들 무덤덤하다.
세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다 보면, 여기서도 그런 벽을 만난다.
이 나라엔 애국자가 너무도 많다.
세종때, 그의 나라는 <근대 국가>로 보기보다는 <왕조>가 어울리는 고대 국가였음을 사람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더 신기한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면(실제로 어제 저녁 먹으면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 나를 역적 내지 비애국자를 보듯 싸~~~~~~~해진다.

문제는, 그 애국자들이 하는 짓거리가 별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이 책을 쓴 사람도 꽤나 애국자고, 세종 팬이다.
그런데... 책이 한글에 대한 애정으로 넘쳐서 객관적인 학문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댓글(6)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10-21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가 한글자모가 24개뿐이라고 책을 내다니~~ 놀라워라!!
아니 그런 책을 버젓이 낸 출판사가 더 놀라운가~~~ ??

글샘 2008-10-22 12:28   좋아요 0 | URL
세종을 너무 사랑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한글 자모 24개로 글씨를 쓴다는 게 놀랍죠. ^^
ㅐㅔㅚㅙㅞ...없이 어떻게 쓴다는 건쥐... ㅎㅎ

곰탱이 2008-10-22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에 대해 다룬 책이라 그래서 보려고 했는데...에고 다른 책을 찾아봐야 겠네요. 쩝.

글샘 2008-10-23 13:44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비추입니다. ㅠㅜ

별밤 2013-07-1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과 관련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교양책을 살펴보다가 님을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한글 자모와 관련해서 님이 지적하신 부분은 물론 제가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이런 말씀 드리기 염치없으나, 중세국어 당시 실재하던 음운을 말씀하신거거나 훈민정음 해례에 언급된 것 등 여러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책을 사진 않더라도 서점에서 이 부분 확인해보겠습니다만, 교수나 되시는 분이 음운의 수가 24개다라는 말을 비상식적으로 하셨을까란 제 의심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해례에 있는 자모가 비현실음인 경우도 있었고, 실재 쓰인 음운이 훈민정음에는 없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드린 말씀입니다.

그것보다 한글이 용가를 짓기위해 창제되었다고 하신 부분은 심히 유감스러운 부분입니다. 민중을 어엿비 여겼다는 것은 차처하더라도 당시 중국음을 통일되게 표기할 필요가 있어, 한글창제 후 동국정운을 편찬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외람되게 나서봤습니다. 책을 두둔하거나 님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시고 전공자의 기우라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토끼 2014-05-06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준발음법과 한글 맞춤법안이 나눠져 있어서 그런거에요
표준 발음법에서는 자음을 19개, 모음을 21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글 자모의 수를 24자로 제시한 어문 규정은 ‘한글 맞춤법’입니다.
‘한글 맞춤법’의 제2장 제4항에서는 한글의 기본 자모를 24자 제시하였습니다.
제4항의 [붙임 1]에서 “위의 자모로써 적을 수 없는 소리는 두 개 이상의 자모를 어울러서 적되, 그 순서와 이름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라고 하여 ‘ㄲ, ㄸ, ㅃ, ㅆ, ㅉ, ㅐ, ㅒ, ㅔ, ㅖ, ㅘ, ㅙ, ㅚ, ㅝ, ㅞ, ㅟ, ㅢ’의 16자를 추가로 덧붙이고 있어요.

한글 맞춤법의 시선에서는 한글 자모는 24개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