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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최승범 지음 / 이가서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좌르르 톰방톰방 술 거르는 소리부터, 홰홰칭칭 맷돌 소리, 에라욱여 풍년풍 물레방앗소리까지...
최승범 교수가 몰입한 소리들은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서...'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들을 되살려 낸다.
명주실 내리는 소리, 봄비 내리는 소리, 서걱서걱 오슬오슬 쓸릴듯 쓸릴 듯한, 갈댓잎소리
장지밖 양지에 똘랑똘랑 맑은 음향 낙숫물 소리, 양글지고 당찬 천둥 같은 소리, 앵앵 모깃소리
이런 자연의 소리도 다 담아 낸다.
한낮에도 하늘 함빡 위윙대는 별소리, 왁자히 자지러질 듯 눈부신 웃음, 꽃피는 소리
수월수월 방안에 일렁이는 묵향, 위엄과 사랑으로 서늘한 바람 가르며 철썩, 회초리 소리
애간장이 다 녹아나던 울음, 전봇줄 소리...
이런 것들은 모두 삶의 애환이 담긴 소리들이다.
깡깡이의 거친듯 쉰듯한 소리나 먼 변두리를 휘돌아 가랑잎 지는 소리 아쟁소리
잊어가는 소리들을 이렇게 글로 적어 내려니 얼마나 구절구절 펜자국을 남겼을까 생각하면,
요즘같은 컴퓨터 세상에 인터넷에 적힌 글들 중에도 아롱아롱 아름다운 글들이 얼마나 많을까 반추하게 되고, 그런 좋은 글 남기지 못하는 자신을 괜스레 지청구도 던져 본다.
글 한 편 한 편들이 누에고치에서 신비스레 쏟아져나오는 명주실마냥 친친 감기는데,
이 가을 교정에 가득한 금목서 향은 왜 이렇게 가슴을 후벼파는 것이냐.
아,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란 말을, 이제 좀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