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신 - 21세기를 사는 지혜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5
김용철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아, 이 가을을 우울하다.
아이들 입시도우미로 상담하느라 바쁜데, 그 일이 아이들 미래에 희망을 주는 게 아니어서 우울하고,
연구학교를 맡아 이제 일덩어리에 시달리느라 매일 지쳐서 우울하고,
뭣하나 즐거운 뉴스가 없어 우울한데, 5년만에 탱크는 큰길을 활보하고,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서 우울하다.
최진실까지 자살한 세상은 온통 우울하다.
부와 명예까지 거머쥔 미녀가 자살하도록 세상은 우울한 모양이다.
인문학 파티가 열리는 한겨레 신문사.
이번 파티엔 명사들이 총출동했다.
김용철 변호사, 진중권 교수, 정혜신 교수, 정태인 박사, 조국 교수
주제까지도 절묘하다. 배신.
사람들은 이명박이 국민을 배신했다고들 하는데, 나는 전혀 그에게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다.
분노한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엉뚱하고 멍청해서 화가 난 것이다.
황우석에게서 배신감을 느꼈던 사람들만큼이나 이명박에게서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듯 한데, 그는 누구도 배신하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내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노무현이고, 진보적 인사들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배신을 때린 것은 교과서들이었다.
한때 법조인을 생각하기도 했던 나는 고딩때 정치경제 교과서와 국사 교과서를 달달 외었더랬다.
그랬는데, 대학에 가고 보니... 그게 다 거짓말 투성이고 억지더만.
사회는 정치경제 교과서랑은 완전 딴판으로 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배신감이란... 아직도 모골이 송연하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그런 사회는 결코 건강한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전태일이 죽던 시절에 사회책에는 노동 3권이 실려 있었고,
이한열이 죽던 시절에도 교과서에는 언론 집회의 자유가 실려 있었다.
애인의 배신에서 역사의 배신까지...
배신이란 주제는 2008년 촛불 정국에 어울리는 주제인 듯 하면서도,
이 국민은 아직 배신이 뭔지 모르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배신한 사람은 배신했다는 죄책감을 갖지 않을 것인데,
그리고 자기합리화를 통하여 잘도 살고있을 것인데,
배신당했다고 억울해하는 사람은 원망만 하며 눈물흘릴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배신으로 점철된 역사였다.
박사라고 일컬어지는 초대 싸이코부터 그다음 독재자, 군바리들까지... 정치권은 오로지 돈을 좇아 헤매는 불나비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그 미친갱이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이 땅값비싼 한반도일 따름이다.
돈이 되는 곳이라면 교회도 있다. 예수를 팔아 돈을 벌어들인 유다같은 먹사들.
그나마 배신을 주제로 인문학 파티를 벌이는 곳이 있고, 그곳이 목마른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데 희망을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