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 아이들 - 개정판 카르페디엠 5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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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오전에 몰아치기로 하고... 출장을 갔다. ㅠㅜ
연구학교 담당자 연수... 가기 싫은 연수원으로 향하고 있는데... 양정 지하철역에서 도서대여센터가 눈에 띈다.
재빨리 가서 입회서 간단히 쓰고, 이 책을 빌렸다.
3시간 넘는 잡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어서 즐거운 발걸음...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글인데...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프다가, 심장이 울컥 했다가... 혼자서 난리였다.
연수장 앞에서는 시시껍질한 소리를,
학교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치 엄청 중요한 듯이 떠들어대고 있는데...

진부한 가치를 강요하는 학교.
틀에 박힌 수업이나 진행하는 교사... 이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이 번득인다.
그렇지만, 그 속에선 아이들과 교사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도 읽히고,
살아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질문을 통해 울린다.

종은 수십만 근의 무거운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종에는 언제든지 튀어나가려는 '소리의 가능성'들이 팽팽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 순간, 묵직한 통나무가 종의 허리께를 툭, 하고 치는 순간,
그 '가능성'들은 팽팽하게 튕겨져 나갈 듯하던 긴장감을 최고조에 달하게 하면서,
온 세상으로 달려 나간다.
하늘로 날아가 천둥 벼락 소리가 되기도 하고,
바람 위로 올라가 새소리, 빗방울 듣는 소리가 되기도 한다.

진부한 가치를 강요하는 학교에서, 틀에박힌 수업이나 진행하는 교사인 나는, 아이들의 뒤꼭지가 얼굴보다 더 낯익다. 아이들은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매점에서, 골목에서, 버스간에서, 소풍가던 산길에서 만난 아이들과 시시한 이야기라도 나누노라면 그 아이의 다양한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교무실에서 입시 상담한다고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만은 아닌 것이다.

'대등하게 이야기 나눌 수 없는' 관계. 학교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이다.
세상에 이상한 아이는 없어! 하고 하이타니 선생님은 이야기하지만,
나도 이상한 눈으로 아이들을 보곤 한다. ㅠㅜ

아이들의 목소리로 듣는
'폭력이 교육입니까?'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교육입니까?'
하는 소리들은 선생님에게만 다양함을 허락하고 학생들에게는 허락하지 않은채 폭력을 쓰는 교사들에게 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다.

종에 들러붙어 있던 묵직한 온음표인 아이들은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한 방에 온갖 자유로운 음색들을 활짝 펼친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화음이 되고, 삐걱거리면서도 서로 장난치는 천사들처럼 어울리는 생생한 소리로 살아난다.

죽은 교실에서,
참 쓸쓸한 규칙들로 가득한 학교, 라는 구속에서,
아이들은 살아 가고, 살아 있다.

아이들의 항변에 궁색한 답변을 늘어 놓는 선생님들 속에 나도 들어간다.
말도 되지 않는 쓸쓸한 규칙들...
교복을 단정하게 입어야 하고, 머리카락도 짧아야 좋고,
수업 시간에는 얌전하게 들어야 하고...

휴,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정말 우리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많이 미안할 것 같다.
그래, 얘들아.
일단 수능 마치고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이렇게 나가면, 이 자식들이 이야기 좀 해 줄까?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흙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박남수, 종소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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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9-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목표도 '수능' 이시네요.

글샘 2008-09-05 12:38   좋아요 0 | URL
휴, 빨리 수능 지났으면 좋겠어요. ㅠㅜ

순오기 2008-09-0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이 나왔으니 제 책은 이제 구판이 되었네요.ㅜㅜ
하이타니 선생님의 교육철학이 현실에서 꽃피우기 쉽진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