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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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엔 꼭 여자 주인공이 백혈병이 아니어도 괜찮다.
세상엔 어차피 1류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은 것만 같은 김중혁의 소설.

아니, 2류, 3류도 아닌 '미달이'들이라고 해도...
백수가 츄리닝 입고 동네를 어슬렁거린다고 해도... 그 또한 한 생애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들도 라디오 속에 나오는 소녀 시대의 태연이를 좋아할 수도 있고,
소희 사진을 붙여둘 수도 있으며, 노래방 가면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소,핫을 부를 수도 있을지 알 게 뭐냐.

키치(kitsch)란 말이 있다.
키치는 원래 긁어모으다, 아무렇게 주워 모으다.는 의미였다.
그러다가 은밀히 불량품을 속여 판다...는 의미로 파생되었고,
결국 이미 '윤리적으로 부정'하다거나, '진품이 아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일정한 양식에 구애받지 않는 양식, 편안함을 충족시키는 기능'을 포함한다.

'아비투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과 하류층의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할 때,
그 하류층의 아비투스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접하기 쉬운 문화를 키치 문화라 보면 되겠다.

김중혁의 소설은 키치이기도 하고, 무방향 소설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은 유리 방패를 가지고 장난치며 노는 실업자풍이기도 하고,
노래도 못하면서 부득부득 노래방으로 향하는 엇박자  팬이기도 하다.

마치 디제이가 돌아가라고 존재하는 음반을 벅벅 긁어대면서 리믹스 음악을 만들어 내듯이, 그의 소설들엔 음악과 키치 인생이 리믹스되면서 굴러간다.

이 인생들에 인상적으로 각인될 만한 순간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매일 매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김중혁의 날카로움은, 그것들을... 그 조명받지 못하는 삶들의 지루하고 자칫 권태로운 삶을 자기의 창틀로 옮겼다는 데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꾸며 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리믹스되고, 그 리믹스들이 모여서 도서관이 되었다.

그의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방향 버스였다.

어머니는 아마도 도나스(도너츠는 상류다. 도나스가 키치다.)를 납품한 후 남겨진 도나스 하나를 들고 종점의 어느 정류장 의자에 앉았을 것이다.(버스 종점... 이곳은 주로 도시의 가장 외진 곳에 있다.) 거기 앉아서 버스를 바라보았을 것이다.(아, 바쁘게 뭘 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지만, 이 도시에서 그이는 자연의 순환에 맞춰 할 일이 없었다. 그저 가끔 도나스를 만들어 팔 뿐.) 도나스를 먹으면서 버스를 유심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버스에 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버스의 뒤꽁무니를 지켜보았을 것이다.(그들은 어디론가 바쁘게 길을 재촉하고 있으므로... 결석한 날, 아이들의 발걸음이 그토록 부럽듯이 말이다.)

키치라 해도 좋고, 리믹스라 해도 좋다.

그는 입사(initation)에 순응하기를 강요하는 폭력적 사회에 대하여,
저항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놀 따름이다.
비장하게 맞서지 않으면서, '면접 시험관'들이 보자면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결국 그 한심함으로 '면접 시험관 전문가'들이 된다.

세상은 그런 곳이다. 반드시 골프와 승마를 즐기고 클래식에 몰입할 줄 아는, 와인 맛을 느끼는 삶이라야 그럴 듯하다고 '그들'은 가르치지만, 어떤 허섭함도 웃으며 즐길 수 있는 '피터팬'들이 세상에는 살아 있다.

김중혁 소설의 힘은, 그런 것들의 발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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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8-1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이 팍팍 꽂히는 리뷰인데요. ^^
지난번에 소개해주셨던 위화의 형제 재밌게 읽었어요. 워낙 바쁠때 읽어서 리뷰는 못썼지만... ㅎㅎ 악기들의 도서관도 다음에 도서관 가면 찾아봐야겠네요.

글샘 2008-08-17 00:18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 ^^ 한번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