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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의 사진사 -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의 카불 일기
정은진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카불의 사진사라면... 카불의 사진이 가득 실려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빌려왔는데,
안타깝게도... 카불의 사진이 아니라 사진사 이야기가 주로 실려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사진가가 되려면 부족한 것이 무언가를 생각해 보았다.
세상을 보는 눈을 좀더 넓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가 있던 아프간에 간 샘물교회 광신자들을 '봉사단'으로 기록하는 것은 '사진가'의 시각치고는 상당히 '조중동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뭐, 이 책을 동아일보사에서 찍어낸 것을 본다면, 그런 것들에 대한 타협이 사전에 이뤄졌거나, 그가 동의하는 부분일는지도 모르지만...
아프간이란 골수 이슬람 국가에 예수님의 사랑을 전파하러 간 철부지들을 '봉사단'으로 부르는 것은, 사우스 코리아라는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 생각한다.
101쪽의 미군이 아이들에게 색지를 하나씩 나눠주는 사진을 찍으면서, 그의 눈에 미군은 무엇으로 보였을까? 글을 읽는 내게는 그가 미군을 점령군으로 바라보이지 않는 듯 싶다. 미군은 강자이며 승자이고 아이들에게 베푸는 자처럼 찍혀있다. 그의 사진은 중립을 가장하고 있지만, 늘 미군의 편에서 찍은 시선이 눈에 밟힌다.
그가 상을 받게 된 동기가 되었다는 출산과 죽음의 사진은 참으로 아름다운 색상 속에서 슬픈 죽음을 그려내고 있다. 아프간의 여성들이 품고 사는 비극적 '한살이'를 그가 이해하는 수준에서가 아니라 관찰하는 수준에서 찍은 사진들이 아쉬움을 남긴다. 그가 이해하는 수준이라면... 글에서 동정심과 함께 그들의 삶의 눅진한 냄새가 풍겨야 하는데... 이런 아쉬움.
한국에 있으면 일거리도 별로 없고... 그래서 기록 사진의 비주류가 되었다고 아프리카로 아프간으로 뛰었던 정은선.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촛불과 깃발' 부대와 '갑충류 전견' 부대의 폭우속 충돌 사진 같은 것을 찍을 용기는 없는 것인지...
미국 유학 기간을 자랑스레 생각하면서, 추억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좀더 근사한 '사진가'로 진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다면 책에 허섭한 사진들로 가득한 이런 책은 부끄럽게 생각할 날도 오겠지. 종이에게 미안한 작가가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