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 프로메테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지구를 휘감는 21세기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아니 이미 엄청 진행되었다. 신자유주의라는 그럴듯한 말의 이면에는 <다국적기업>과 후진국 정부의 검은 고리가 '정경유착'의 형태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읽어주는 책이다.

나쁜 기업들의 검은 속을 들여다 보려는 듯, 표지는 온통 새카만데, 그 속에 번득이는 대자본들의 로고가 돋을새김으로 찍혔다. 섬뜩하다. 우리가 잘 아는 삼숭도 거기 보인다.

GDP라는 국민 총생산에는 선악의 개념이 없다.
지뢰가 되었든 핵무기가 되었든, 그것을 수천만의 아동이 생산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생산>이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른다. 아, 아름다운 생산이여. 숭배와 경외의 대상인 물신이여!

한미FTA를 필사적으로 체결하려던 노무현은 전원일기의 '노회장'처럼 인기가 좋다. 뷁!이다.
미국은 대선으로 정신이 없는데, 바나나 국가의 국회에선 어서 그걸 비준하려고 몸이 달았다.
정철의 사미인곡의 마무리는 느끼한 사랑 고백이다.
"차라리 스러져서 범나비 되오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간데족족 앉았다가 향묻힌 날개로 님의 옷에 옮기리라. 님이야 날인줄 모르셔도, 내 님 조츠려 하노라."
여자든 남자든 이렇게 스토커짓을 하면 정나미가 떨어지는 법이다.
한국 정부의 "용미어천가"는 슬픈 메아리로 울린다. 서글프다.

나프타 이후 관련국간의 무역량은 3배 가까이 늘어난데 반해, 저임금국가 멕시코는 단지 몇백개 기업, 그것도 외국인 소유주의 큰 수출기업에서만 이익을 얻었을 뿐, 지역주민들은 더욱 궁핍해졌다. 가난한 사람들의 몰락을 보여준다. 한국의 미래를 보는 듯 하다. *B은행이나 POSCO 같은 영어로 된 기업이나 살아 남겠지. 역시 영어 몰입교육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 무슨 메르디앙 같은 집에라도 찾아가려면 말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세금도 내지 않고, 국민을 실직시킨다.
가난한 나라의 정부들은 점점 더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뿐.

물론 이 책에선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생명이 이해득실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한다."고 외치는 올바른 세계화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존재도 소개한다.

아프간과 이라크를 두들겼다고 일방적으로 비판받는 미국은 억울하다.
얘들보다 4년간 330만의 사망자를 낸 콩고민주공화국 전쟁에 대해 거대기업들의 원자재 이해관계가 훨씬 더 추악하고 컸지만, 소리소문없이 모르고 넘어간 데 비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인권이 경제적 행위의 기초이자 나아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세계 무역의 발전을 기반으로 여기는 지도자들의 공약 대부분이 사회적 불균형을 고착시키려는 구실에 불과한 것(49)은 슬프지만 현실이다.

아프리카의 빈민국들이 가난한 이유는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실상 자원 부유국인 그 나라들은 기술이 부족하여 "자원과 에너지의 채굴" 과정에서 과도한 노동 착취의 악조건과 부패정권의 이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코코아를 마시는 것은 아이들의 피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54)
그렇다면 커피도 마찬가지고... 축구공도 마찬가지다.

제약회사들은 최대한 실험결과를 얻기 위해 규제 엄하지 않은 나라의 환자를 실험 원료로 이용한다. 거액의 커미션이 오가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다국적 기업들은 빈민국의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미명을 내세운다.
사실은 아동노예, 기아임금노동자, 내전 병사들, 실험용 모르모트 인간들을 양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콘체른이라 불리는 거대 기업이나 한국의 특수한 정경유착 기업인 '재벌'들의 <만행 蠻行>들을 다양한 예를 들어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기업별 만행 사례를 정리해 두고 있어 독자들에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노키아 등 거대기업의 휴대폰에 들어가는 '탄탈' 광석을 둘러싼 콩고의 불행.
바이엘 등 콘체른들이 저지르는 실험용 모르모트 인간으로 가득한 남아공 등의 현실.
셸로 대표되는 불결한 석유 산업을 둘러싼 독재세력의 악행들이 횡행하는 나이지리아, 앙골라, 수단 등 아프리카의 나라들의 비극.
네슬레, 맥도날드, 델몬트같은 바나나, 오렌지 기업들의 먹고 먹히는 식료품의 악순환들에 얼룩지는 상아해안과 가나 등의 아동노동, 노예착취, 동물 학대, 환경 오염, 살충제 등이 인체에 미치는 아득한 해악들의 실상.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가득한 현실을 그들은 <증산>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려 하지만, "기아는 생산 부족이 아니라 분배의 불평등이 기인한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거짓된 논리는 수긍할 수 없다.

빵과 장난감을 만드는 아시아 저임금 국가들의 소녀, 임산부들.
"아이들이 만드는 아이들의 장난감"은 슬프고도 슬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용품과 의류를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에선 70년대 경공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전태일과 여공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 외에도 해외로 떠넘겨진 문제들로 금융업이나 원자력 등이 덧붙여져 있으며, 이런 구조들의 뒤에는 항상 부정한 정권과 거대 다국적기업의 로비가 상존함을 적나라하게 까밝히는 것이 이 책의 집필 의도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아무래도 멋들어진 로고가 붙은 스포츠 매장이나 된장녀 소리를 듣게 하는 매장들에 한 번이라도 덜 가게 될 것이고, 가게 되더라도 깨어있는 민중의 의식을 가지고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랜드의 투쟁이 그렇고, 비정규직이 확산 일로에 있는 모습이 그렇다.
거대 기업의 이윤을 위하여, 국민총생산은 늘어날 것이지만 빈민층에게는 곧 '타락'의 길로 활짝 펼쳐진 신자유주의 한미 FTA의 피비린내 진동하는 장밋빛 미래를 앞둔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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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0607 2008-04-26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음을 소리 높여 말하는 클라우스 베르너와 한스 바이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나쁜기업이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합니다.

글샘 2008-04-28 01:44   좋아요 0 | URL
그런데... 나쁜 기업이 이 지구를 다 사들인 것 같은데 어쩌죠?
도저히 좋아질 가망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ㅠㅜ

pw0607 2008-04-2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을 읽으며 가장 섬뜩했던 것은... 기업들의 실상에 적힌 기업들이 갖고 있는 브랜드와 상품들이 우리 삶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였습니다.
내가 먹고 있는 오렌지주스와 초콜릿이, 내가 쓰고 있는 가전제품이, 내가 타고다니는 자동차가... 등등... 하지만 희망은 여전히 있습니다. 소비자운동이 성공한 사례도 책에 나와 있잖아요,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어갈겁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글샘 2008-04-28 22:59   좋아요 0 | URL
그래요. 포기하지 않는 자세. 그래서 이런 책들이 필요한 것이겠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파란여우 2008-04-2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다 읽었고, 글샘님이 제가 할 말을 다 써버림 전 어떡하라는 말입니까!!!
이래서 먼저 쓴 사람 리뷰 읽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낚였습니다.
정철의 사미인곡만 인용 안하면 되죠? ㅎㅎ

글샘 2008-04-29 17:18   좋아요 0 | URL
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수없어요... 엥??? ㅎㅎ

pw0607 2008-05-0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과 글샘 두분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정말 놀라곤 합니다.
알라딘 서재를 돌아다닌 보람이 있네요. 이렇게 좋으신 두분을 만나다니...말입니다.^^

글샘 2008-05-02 20:36   좋아요 0 | URL
놀라울 겁니다. ㅎㅎ
별소리를 다 적어 대니 말씁입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