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의 아이들 - 세계화 시대의 야만, 어린이 노동
제레미 시브룩 지음, 김윤창 옮김 / 산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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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으면, 우문인가?
그렇지만, 이런 대답도 있다. 당근, 꼭 필요하다.

70년대 한국을 일으킨 사람들은 어린이들이었다.
10대 소녀들의 농촌 교실에 사장님들이 들어간다.
고등학교 공부시켜주고 월급 줄테니 우리 공장으로 오라고...
어린 소녀들은 바로 서울 구로공단으로, 마산 수출자유지역으로, 부산의 신발 공장으로 밤봇짐을 쌌다. 그리고 남동생 하나쯤 대학 공부 시키는 걸 삶의 희망으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것들도 모두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행복한 꿈이었다고나 할까.

지금 중국의 소년 소녀들이 그렇지 않을까?
중국을 여행하던 때, 발 마사지를 무료로 받을 기회가 있었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의 청소년들이 모두 이성 성인의 발을 정성스레 마사지 해 주었다. 한 푼의 대가도 없이. 물론 곰이 부린 재주로 뗏놈이 발에 좋다는 약을 팔았음은 당연지사다.

한국에 멀리멀리 노동력을 팔러 온 노동자들은 그래도 행복한 축인지도 모른다. 제 나라에서 희망도 없이 하루 몇 백원을 받으며 축구공을 꿰매고 돌가루 펄펄 날리는 채석장에서 돌이나 깨고 있는 아이들에 비하면... 꽤나 배운 이들이 이주 노동자라도 할 수 있다.

19세기 영국의 어린이 노동은 지역을 옮겨 가면서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그 어린이들의 손으로 이룩한 부는 대부분 선진국의 아가리로 들어가고 있다.

수입된 후 9년 넘게 생존하는 노예는 거의 없었다... 노예무역상의 이야기.
20세기 초, 코카콜라 초대 회장의 이야기는... 어린이 노동은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든 최상의 성공을 안겨준다. 실제로 보다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 소년일수록, 그의 삶은 더욱 아름답고 유용해 진다. 아이구, 그렇구나.

많은 피고용 어린이들의 노동이 가정과 국가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리고 국가가 잘 살게 되면 어린이 노동은 사라진다는 주장도 한다.
일면 옳아보이는 이런 논리들은 글로벌 시대의 노동 순환을 무시하고 지껄이는 소리다. 한편의 국가가 조금 잘 살게 되면서 어린이들의 노동 대신에 학습과 소비를 조장하는 반면, 또 다른 국가에서는 마찬가지 일들을 마찬가지 아동들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십자군 전쟁부터 세계 대전까지 모두 어린이들이 치른 전쟁이다. 참전 군인들은 3,40대 성인이 아니라,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청소년들이었던 것은 크게 외쳐지지 않는 진실이다. 당장 지난 몇 년간 이라크에서 죽어간 미국의 군인들도 20대 초반의 아이들일 것은 불문가지다.

한번 감옥에 들어가면 그곳이 자신들의 생활환경보다 훨씬 더 편안하다는 사실을 알고 그곳에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는 현실은 생지옥이 아닐까?

피파에서 15만원짜리 피버노바에 어린이 노동은 없다고 하던 뻥이 있었지만, 진실은 아이들의 작은 손가락이 축구공 꿰매기에 더 적합하다는 것으로 밝혀졌던 일도 있다.

아, 노년을 가난한 나라에가서 편안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 이야기 중에, 그 나라 아이들을 가정부로 몇 명을 써도 한 달에 몇 백원만 주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욕심을 재생산하는 욕망의 자본주의 구조가 팽창하는 한, 어린이와 노인까지 노동 구조는 더욱 고도화 될 것이고, 자본이 살찌고 노동자는 피폐해지는 고용 구조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미국도 대선 후보들이 한미 FTA에 부정적이라는데, 한나라당은 빨리 국회에서 비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건 숫제 친미 정권이 아닌, 골수 미국 정권이 아닌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서 미국으로 성큼 걸어가고 싶은 욕망이 부글부글 용천을 하는 나날이다. 어린이 노동이 한국에선 많이 사라졌지만, 세계는 좁고 나비는 많다. 방글라데시의 돌깨는 아이의 눈물이 한반도에서 폭우가 되어 쏟아지기도 할 나비효과를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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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1-2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문제지만...글샘님은 점점 더 한 숨만 깊어지시네요...한숨 또 한숨...
희망을 가지세요 ^^ ...저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글샘님이 희망을 갖지 않으신다면 곤란하겠지요.욕망의 자본주의를 인정하시구요..^^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욕망을 추구하라는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존재 토대를 헛되게 부정하지 말고 직시하자는게 제 생각입니다.화이팅!!

글샘 2008-01-24 23:12   좋아요 0 | URL
글쎄요. 희망을 이야기하긴 힘들 것 같구요. ^^
근원이 욕망의 자본주의인 것은 맞는데, 그 욕망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을 실현시킬 방안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일' 뿐이라서 좀 민망하죠.
아이들과 교실에서 함께 희망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