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 서경식 김상봉 대담
서경식, 김상봉 지음 / 돌베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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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상봉과 디아스포라 서경식의 만남이 이뤄졌다.

김상봉은 서로 주체성이란 개념을 이야기한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 주체적인 존재이면서 영향을 미치는 사회를 바라는 뜻인 듯 하다.

서경식은 일본 내의 타자이면서, 한국내에서도 '우리'에 들지 못한 삶을 이야기한다.

'우리 나라'는 왜 지금 여기에 와 있는가...
한국 내의 수많은 '그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한국의 '우리'는 누구이며 '그들'은 누구인가...

질문과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계속 되지만,
김상봉의 5.18 이야기는 심정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한계를 노정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한국 사회가 5월과 6월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언론이 툭하면 '폭력'으로 몰아붙이는 그 '정신'이 다시 분출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함석헌의 '뜻'과 '씨알'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뜻'은 의미 meaning 에 부가적으로 의지 will의 의미가 들어있다.
씨알은 민중에 비하여 훨씬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단어다. 민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처럼 보이는 반면, 씨알은 가능성의 총합이고 힘을 내정한 존재로 읽혔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변혁을 주도하던 사람들은 이미 가진자의 편에 서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국가보안법 철폐나 탄핵 반대, 파병 반대, FTA 반대 등에 힘을 모을 수 있던 사람들의 세력이 너무도 미약한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두렵기도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생각 많은 사람들'의 뜻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서 다시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김상봉이 말미에서 이야기한 '고통에 대한 경악과 절망에서 시작하는 철학'만이 인간의 편에서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이런 철학적 대담을 나누기에 서경식 일가만한 슬픔을 가진 이들도 드물지 않을까. 디아스포라로서 '한국'이란 국적을 가지고 '일본땅'에 살면서 '한국 학교'에서 간첩으로 잡혀 20년 가까운 기간을 형제가 감옥살이를 한 그런 지겨운 일가의 비극을...

서준식 씨가 유럽으로 훌쩍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내심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가끔 홍세화씨의 강연 모습을 보면, 그도 빠리의 택시 운전사 시절을 그리는 꿈을 꾸지 않을까...하는 몽상도 해 본적이 있다.

서경식 씨의 고통에 대한 천착이 김상봉과 어울려 한국 사회의 지금을 읽어주는 대담은 <가슴 답답한 한국인>들이 반드시 어울려 들어야 할 이야기다.

가슴 답답함에서 온 슬픔은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그 슬픔은 낯을 찡그리고 피부를 상하게 하지만, 그 고통에 대한 인식에서 김상봉이 이야기하는 <서로 주체성>을 회복하게 할 것임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상이 하루하루 밝아오는데,
학벌사회, 자본신권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은 무섭기만 한데,
섬진강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는 덩치 큰 서경식 선생님과 깐깐한 몸매의 김상봉 선생님의 따로 또 같이 걷는 걸음이 '우리' 안에 있음에 낮게 한숨을 쉰다.

섬진강가 그 찻집에, 나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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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1-1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너무 밝은 면만 보시네요.글샘님답게..신자유주의도 어둡고 학벌사회도 어두운데 우문인가요?

만약 '타자'가 지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옥만은 아니겠지만..)만약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을숙도 하구언처럼 이미 '나'와 '타자'가 도대체 구분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르한 파묵의 <하얀성>의 주인공들처럼..
재미있는것은 이미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집단'의 정체성이 또다른 '집단'의 정체성을 만나는 제목이네요.

글샘 2008-01-12 19:24   좋아요 0 | URL
현답을 듣기 어려운 시대이니 우문일 밖에요... ㅠㅜ
서경식 선생님을 모신 이유가 바로 그 '우리'아닌 '우리', 한국인 아닌 한국인의 경계선을 철학적으로 논해보려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밝은 걸 봤나요? 요즘 밝은 게 도통 안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