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왜곡과 거짓으로 점철되는 것인지를 한국 현대사만큼 여실하게 보여주는 일도 드물다.

한국의 현대사에는 '열전'과 '냉전', 민주와 독재, 부패와 개혁,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모든 대결이 물밑에서 흘러왔던 것인데, 언제나 승자의 몫은 가진자의 것이고 그들은 필연적으로 부패했던 것이다.

화려한 휴가가 영화로 만들어졌던 올해 여름.
그 영화의 어디에도 '전두환 찢어죽이자'는 글귀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히 보도통제가 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광주의 모토는 찢어죽이자였는데...

이 만화를 빌리러 도서관에 갔을 때, 고1 아이가 '선생님, 그거 보시면 열받으실 텐데요.'했다. 기특한 느낌이 났다. 그런데, 정말 읽으면서 혈압이 20은 올랐을 것이다. 부끄러웠고, 열받았고, 또 부끄러웠다. 이 부끄러움때문에 지난 역사를 이렇게 살아왔으면서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읽으면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슬프고 아프고 부끄러움에서...

박종철, 권인숙, 김근태, 건국대, 평화의 댐, 인천5.3, 이한열, 김현희, 지강헌... 슬픈 역사 속에서...

나는 아직도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 속의 한 사람임을 마음아파한다.
거짓 속에 파묻힌 역사를 잊어버린 사람들...
미국이 칼기 폭파를 이용했듯,
노태우가 칼기 실정을 이용했듯,
전두환이 이용했기 십상인 버마의 폭파 사건 같은 것들을 사람들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지나간 일이다.
그렇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미래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다.
역사를 읽을 때, 부끄러움은 살아나고 나를 개인으로 머무르지 않게 한다.

그래서, 오늘 캐롤도 들리지 않는 성탄절에 전두환 개*끼에게 감사한다.

 

그 날...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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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는 책들이 모두 우울모드네요.
그 중에서도 이게 최고일 것 같은데... ㅎㅎ

글샘 2007-12-26 10:32   좋아요 0 | URL
돌아보면 돌아보면 눈물 고개고 먼지만 팍팍한 역사였는데...
앞을 보아도 산 너머 산입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