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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위하여 ㅣ 한빛문고 15
황석영 지음, 이상권 그림 / 다림 / 2002년 4월
평점 :
황석영의 명작은 '객지'와 '장길산' 같은 작품들이다.
아이들이 읽기엔 아무래도 좀 어려운 것들이겠다.
이 책엔 아이들이 읽기 좋은 작품들이 수록되어있다.
아우를 위하여...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이나 '우상의 눈물(전상국)'류의 소설이다.
아이들의 교실에서 넘쳐나는 부조리와 불의에 항의하려는 마음을 그린 소설들.
재미는 있지만, 역시 추상적이다. 아이들에게 읽히기 좋은 글들이다.
그 뒤의 모자라는 고문관의 활약상이나, 동생과 헤어지기 싫어 일부러 다리를 다치는 누나 이야기도 아이들이 읽기에 좋다.
문제는 마지막에 실린 '입석 부근'이다.
황석영이 고3때 썼다는 글인데, 고3이 이런 글을 쓸 정도면 문학에 미쳐도 제대로 미친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나는 암벽 등반을 하는 그 인간들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취미라지만, 나는 몸으로 하는 취미에는 젬병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가끔 축구나 배구를 하자고 하면 나는 쉬는 시간에 왜 그런 험한 일을 하냐? 하면서 도망친다. 공만 보면 컴플렉스가 있는 모양이다. 배구공은 늘 내 뺨을 와서 철퍼덕 치지만, 축구공이나 테니스 공은 꼭 내 발이나 라켓을 벗어난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달리고 먼지를 일으키며 격렬하게 부딪히는 모습을 보는 일은 즐겨한다.
이웃 학급과 담임들이 국밥 내기를 걸고 아이들 리그를 시키는 재미는 남다르다.
눈병이 걸려서 조퇴를 시킨 녀석도 경기 시간이면 나타나는 걸 보면서, 아이들은 뛰면서 자란다는 걸 배운다.
한국의 아이들은 이제 더이상 가난하지 않다.
가난하지 않은데도, 영혼은 한없이 가난하게 자란다.
아이들에게 암벽 등반이나 수영대회, 아니면 축구 대회나 안되면 응원단으로라도 참여해보면서 리더십과 협동심을 기르는 일은 학교 아니면 가르치기 정말 어려운 것 아니던가...
더이상 가난하지 않은 나라에서 가난한 영혼만 기르는 일을 하는 데 나도 일조하고 있지않나 반성한다.
이 책을 내가 미리 읽고 아들에게 권했더라면, 아들 녀석이 입석 부근을 힘겹게 읽을 때, 그건 건너 뛰라고 했을텐데... 좀더 나이들어 고딩쯤 돼서 읽으라고... 황석영이 고딩때 쓴 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