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탁오 평전 - 유교의 전제에 맞선 중국 사상사 최대의 이단아
옌리에산.주지엔구오 지음, 홍승직 옮김 / 돌베개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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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焚書)란 이름의 책이 있었다. 이탁오의 글에는 감추어야할 책 장서, 속분서도 있다. 기회가 되면 그 책들도 읽을 수 있으리라.

왜 알지도 못하던 그에게 중국 제일의 사상범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도대체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몹시 궁금했다.

책을 읽고난 지금 그를 다시 그려 보자면... 열린 마음의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가 닫힌 마음의 시대에 살았으니 결국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중국 역사상 도전 정신과 진취 정신이 가장 풍부한 사상가이자 중국 역사상 최초의 순수 사상범인 이지(547).라고 지은이는 이탁오를 평했다. 중국 사상사에서 학술 문제로 죽음을 당한 유일한 사상가(36)라고도 했다.

그가 반대한 것은 문화 전제였다. 그가 추구한 것은 정신의 자유였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말은 성경에 없다. 불경에서 나온 말이다.
이지는 공자를 만나서 공자를 죽인 이였다. 결국 공자아닌 공자의 후예는 이지를 죽였다.

고대의 사상가, 교육자, 학자로서 이지는 공자를 존경했다. 하지만 그를 신성불가침의 우상으로 떠받들면서 살아 있는 천만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주술로 삼고, 중생의 성령을 조여 죽이는 법보로 삼는다면 이는 가증스러운 것으로... 차라리 머리가 깨져서 피를 흘리는 한이 있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 으로 이지가 공격하려던 공자는 춘추 시기의 공자가 아니라 '백가를 배척하고 오로지 유가의 학술만 존중'한 후대의 공자(143)...라고 함으로써, 이지의 뜻을 잘 드러내고 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던 이의 주장도 이지의 입장과 다르지 않으리라.

유교 문화를 주체로 한 중국 문화는 줄곧 사회질서를 강조하여 개체는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의 나사 하나에 불과하여 놓인 자리에 만족하게 (198) 하였고, 개인의 자유는 말살되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배운 조선이야 말해 무엇하리오...

옛것을 보고 베끼는 문화에 대하여, 하늘이 한 사람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면 그 사람의 쓰임이 있다. 망령 뒤를 따라다니며 그대로 걷고 뛰는 것은 너무 맥빠지는 일...(284) 이라며 유령 세계 같은 유학자들의 허상을 깨우치려 했다.

공자가 남겼다는 말을 책으로 엮어서, '그들의 말을 암송했을 뿐'이면서 '그들을 안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이지는 '나는 대중을 따라서 공자를 숭배한다'는 말을 남긴다.(376) 희한하게 비꼬는 투가 있다.

용담이란 곳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데, 용담이라면 바로 동학의 발원지의 지명 아닌가.
유교에 얽매인 양반들의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한 동학의 철학이 열매맺은 곳이 이탁오의 용담과 같은 곳이었던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었던 듯 하다.

인격은 독립된 것이다. 이것이 이지의 자유주의다.
부모에게 얽매인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사상에 얽매인 것도 아니다.
명분을 지키려고 '성을 지키느라 사람을 먹느니 차라리 항복하여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낫다.'는 대목에선 남한산성에서 고민하던 인조와 명분에 얽매인 양반들을 향해 한 대씩 주먹을 날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이 갔다.

그가 반대한 것은 공자의 후예들이 만든 '명분을 앞세운 개인 압살'이었던 것이다.

두꺼운 평전을 띄엄띄엄 읽으면서 그의 삶의 족적을 밟아나간 독서로는 그의 사상을 읽어내기 역부족이었지만, 이지를 안 것만으로도, 또 그의 자유로운 개인을 읽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뻘겋게 불타오르는 그의 분서와 속분서(한길사에서 간행되었다.)도 빌려다 볼 날이 올 것이다.
아직 그의 '장서'는 번역되지 않은 모양인데, 그의 장서도 읽을 기회가 있으리라.
요즘 꼬리를 비추지 않는 파란 여우 같은 이가 읽으면 좋아라 할 책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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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4-2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을 주문하려고 하다가
글샘님의 리뷰를 읽었습니다.
녜, 분부대로 딱 저 같은 할랑바가지 이단아들이 혹 할 책입니다.ㅎㅎㅎ

글샘 2008-04-2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낚이셨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