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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불편한 마음을 시인은 글로 남긴다고 한다.
불편한 마음... 하긴, 사랑을 해서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을 때도 사람은 불편하다. 순간 순간...
문태준은 수평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잠자리 꽁무니도 수평이고, 물도 그대로 수평이다. 바닥도 수평이고,
가자미(표준어)도 생선 중에 가장 수평에 가까운 넘이다.
그렇게 읽자면, 그에게 가장 불편한 마음이었던 것은 '수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시인이 된 것은 오직 '수직'의 질서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였는지도...
이렇게, 그의 시를 읽는 내 첫 번째 눈은 <수평>의 시선이었다.
그의 시가 내 눈을 끈 두 번째 덕목은 그가 쓰는 말들의 꽃밭이다.
꽃밭에 가면 맞춤한 이름으로 부르기 어려운 꽃들이 가득하다.
해바라기 밭에 가면 꼭 같이 생긴 해바라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봉숭아도 튼실하고 씩씩한 넘이 있나 하면, 여리고 수줍어하는 녀석도 있듯이...
그의 시어들은 부끄럽게 숨어있는 삶의 단편들을 수줍게 불러내는 느낌을 준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14)에서 외롭다와 따로따로 노는 느낌, 멈칫하는 생각과 멈춤의 의미가 겹치면서 떠오른다.
아파트 18층에 누워 살면서 밤은 꿈도 없이 슴슴해졌다.(70)... 에서 밤은 심심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심심한 것만은 아니면서 눈을 씀뻑거리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문태준을 찾아 읽을 때, 혜경 님의 페이퍼에 문태준의 <수평>이 올라왔다.
이렇게 문태준은 아는 사람들을 통해 세 번째로 나를 부른다.
드팀전 님 문간에는 그의 시 <그맘때에는>의 한 대목이 걸려있다. 라 만차의 돈키호테의 씩씩한 그림과 함께...
읽다가 나에게 주는 시를 하나 골랐다.
슬픈 샘이 하나 있다
맹꽁이가 운다
비를 두 손으로 맏아 모으는 늦여름 밤
맹꽁이는 울음주머니에서 물을 퍼내는 밑이 불룩한 바가지를 가졌다
나는 내가 간직한 황홀한 폐허를 생각한다
젖었다 마른 벽처럼 마르는
흉측한 웅덩이
가슴 속에 저런 슬픈 샘이 하나 있다
시인이랍시고 별로 불편해하지 않는 시인들도 있다.
또는 지나치게 불편한 시인들도 있다.
문태준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그의 시는 많이 불편하다.
세상에 많이 불편해 본 사람만이 멋진 시를 쓴다.
그가 더 불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영원히 수평의 눈을 잃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