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힘 - 제3의 시, 제2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시인세계 시인선 12
함민복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이 다 미쳐돌아가는 것 같애도,
간혹 고맙게도 제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큰물과 수마 사이...
지구는 스스로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돌고 도는 것인데,
그 순환의 아름다운 원리에 기생하는 인간 주제에,
큰물을 수마라고 부른다.
온도가 조금 높거나 낮다고 이상 기온이라 부르고,
비나 눈이 조금 더 내리면 폭설이네, 폭우네 난리 부르스다.

스스로 컴퓨터 데스크 탑(塔) 속에 갇혀서,
지식의 극한을 자랑하는 어린석은 인간들은,
높다란 건물들을 자랑스레 지어 두지만,
결국 높다란 건물에서 자라는 것을 먹진 못한다.
쌀이나 밀도, 소고기나 닭고기도, 온갖가지 생선들도
낮고 낮은 땅에서,
아니 그보다 더 낮은 뻘밭에서
그리고 2차원과 3차원의 나눔이 없는 바닷 속에TJ
자연스레 살아간다.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시인 함민복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을 생각한다.

그는 물구나무 선 나무 그림자를 보면서
물 속의 생선 뼛가지를 느낄 줄 알고,
물가둔 논빼미에 비친 앞산을 보면서

멀리 출장나와준 산의 넉넉함에 감사할 줄 안다.

그에게 천성산이 아프지 않을 리 없고,
새만금이 저리지 않을 리 없다.
날마다 지뢰를 밟고 다리를 잃는 아이들 소식이 슬플 수밖에 없고,
지디피를 높이는 폭탄과 전투기 만드는 이야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인의 마음을 가지지 못한 인간들은
글을 통해서나마 시인의 마음을 나눠 가져야 하리라.

그래서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일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으리라.

이 책엔 시답잖은 ‘해설’ 따위 없어서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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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1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 출장 나와준 산의 넉넉함. 우리를 보고 놀랄 뱀과 나무와 하늘과 바위...
참 좋은 마음이 보여요. 해설 없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