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 근대 망령으로부터의 탈주, 동아시아의 멋진 반란을 위해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극동. 유럽에서 보기로, 가장 대륙의 멀고 먼 동쪽이었을 게다.
왠지 far east에서는 야만의 냄새와 미개의 악취가 풍긴다.
그래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백인들이 원자탄을 터트릴 수 있었던 곳이 거기였다.
극동에서도 제일 동쪽, 섬나라.
1945년 8월이면 히틀러가 자살한 몇 달 뒤인데, 꼭 BomB!!! 할 필욘 없었다는데...

그리고 극동의 세 나라는 특이한 나라들이다.
아직도 '중화'의 자존감을 가지고 내년 올림픽으로 세계 국가를 꿈꾸지만, 너무도 가난한 이들이 많은 세계의 중심 차이나.
근대화에 성공하였지만 잔인한 학살과 전쟁으로 인심을 잃은, 그렇지만 반성할 줄 모르는,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다시 재기에 성공한 니뽄.
그리고 식민과 전쟁을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일어섰지만, 너무 부실성장을 하여 곪은 곳이 너무 많은 한국.

나는 박노자가 처음에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내놨을 때, 좀 별로였다.
코쟁이 백인이 치부를 그렇게 잘 아는 것도 별로였고, 사회 비판서는 워낙 넘치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박노자가 한국인이어서 정말 기쁘다.
그의 공부가 깊어지고, 그러면서 박노자를 읽는 일이 미래의 공부에 등불이 될 것 같아서이다.

왕에게 절할 필요 없다던 승려 혜원의 당당함, 국가주의에 엿을 날리는 통쾌함이 있다.
이지를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공자는 남에게 공자를 학습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자신에게 어짊을 구하라고 말했을 뿐이다... 백성들에게 획일적인 도덕과 예의를 강요하려고 국가의 형벌을 남용하려는 탐욕스러운 가짜 인자...'등의 구절을 읽다 보니 빨리 '분서'를 읽고 싶어졌다.

장렬하게 배를 갈랐다는 거짓말로 널리 알려진 이준 열사의 진실도 깜짝 놀란 일이고,
조병옥이 미국 사랑도 새로운 읽기 재미를 준다.

민족을 배반하는 민족 자본에 대한 비판과 건강하지 못한 국민이 스포츠에 미친 사실을 비판한 대목에선 간담이 서늘하다. 선진국 아이들은 주말이면 스포츠에 빠져 정신이 없는데, 한국 아이들은 공부 안하는 운동 선수 뿐이다. 미래가 없다.

가부장적 독재와 남성 우월주의로 가득 덮인 사람들의 시선을 걷어주기엔 충분해보이지 않지만,
성적 담론도 읽을 거리를 준다.

티베트가 중국의 압박을 받는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박노자를 읽다 보니, 미국 CIA의 간섭이 그렇게 티베트를 웬수로 만들었단다. 미국편인 걸 보면, 그 지도자란 넘들의 봉건적 착취의 정도도 알 법 하다.

박노자를 읽노라면, 한국의 근대에 그가 있어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여느 학자들은 근대를 공부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무식한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노력을 하지 않는지, 능력이 안되는지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밥그릇 싸움하느라고 국사 교육 운운 하는 꼬락서니라고는...

동아시아의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면, 권위에 대한 복종이 아닐까? 지나치게 어른의 권위가 컸던 과거가 아직도 이 나라들의 언로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공자가 죽었는데 나라가 안 사는 이유는, 아직도 모택동이 살아있고, 김일성과 박정희가 살아있고, 천황 폐하가 살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우승열패의 신화는 읽기가 힘들었는데, 이 책은 새로운 내용이 많음에도 쉬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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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9-10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외국인의 낯설게 보기여서 좋았어요.또한 시의적절했구요...학계 일각에서 과대평가받는 다는 말을 하던데...일정 정도 그런부분도 있다고 봐요.약간은 그의 인기에 대한 학계의 질투어린 시선의 냄새가 좀 나지요.그의 탈근대론적 해석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에요.그러나 그가 대중적인 글을 쓰고 있고 그게 호소력을 불러 일으킨다는 생각에는 동의해요.
아마 한국의 상아탑 내부에서는 크게 먹히진 않을겁니다.그가 주장하는 바들도 학문적으로는 새로운 것들은 아닐테고...학자들이 공부를 안하지는 않지요.^^그들의 언어가 대중과 친하지 않을 뿐이고 별로 친할 필요를 못느끼는 분들도 많을거고.

글샘 2007-09-1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노자의 장점이자 단점이 그것 아닐까요?
일반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글들을 쓸 수 있는 능력,
사학자들이 내지않는 책들을 내는 사회학적 역사적 저작들,
그리고 한중일러를 넘나드는 근대에 대한 새로운 시선들...
한국에서 '이지'를 칭찬하는 사학자들 거의 없잖아요.
조선인들의 지혜를 칭찬하고 한국의 얼을 본받자~ 이런 애국주의와 국수주의, 국가주의가 역사학과 너무도 긴밀한 밀월을 맺고 있지 않나요?
한홍구의 글처럼 현대사를 조명하는 글도 필요하지만, 고대, 중세조차도 우리는 너무 '신화' 속에 살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모르면서 존경하는 모든 인물들 - 세종, 김구 등- 을 읽어보면, 그닥 존경하지 못할 면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우린 유독 세종에게 대왕을 붙여 주고, 김구는 민족 통일을 염원한 지도자인 것처럼 착각하는 무지속에 살고 있죠.
박노자는 그런 면들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코끼리 엄니 뽑아다 만든 제국주의자들의 상아탑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지나치게 놀고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