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꾸리찌바 - 증보판
박용남 지음 / 이후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꾸리찌바라는 도시가 브라질에 있다.

그 곳에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그곳이 꿈의 도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도시 공학에 대한 이야기여서 읽을 책이 아닌 이런 책을 내가 읽고, 또 꾸리찌바의 행정에 대해 상당한 공감을 갖게 된 것은 그 도시의 역사가 가진 장점 때문일 것이다.

도시라면 지하철을 파고, 고가 도로를 놓아서 멀리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도심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보통인데, 꾸리찌바에는 기본 교통 수단인 버스가 다니는 길을 가운데 놓고, 승용차 길을 양 옆으로 만들어 둔다. 무엇보다도 원통형 버스 정류소가 이색적이다.

정말 거기 사는 시민들을 생각하는 '행정'이 있을 수 있는 걸까?
그런 거야 말로, 꿈 속에서나 있을 법한 도시가 아닐까?

내가 본 행정은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아 먹기 위해서 일을 계속 만드는 자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많은데... 연말이 되면 보도 블럭이나 깔아 대는... 복지부동, 무사안일... 공장이 자동화되면 일꾼이 짤리는데, 행정이 전산화 되어도 공무원을 짤리는 법이 없다. 전에 서울 어느 구청에서 출장 나가서 일을 봐주는 공무원을 선뵈었다가 욕을 먹은 적도 있었다.

꾸리찌바 이야길 읽으면서 앞만보고 달리는 맹인 기관차같은 사회에 사는 일에 염증이 난다.
자전거를 타고 조금만 가 보면, 이건 인도가 아니라 화물 적재 도로이고, 울퉁불퉁 요철투성이 도로다. 느긋하게 자전거를 타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자전거를 느긋하게 타고 싶은 바람이 일었다.

GDP란 것이 있다. 국내 총생산이라는데 이게 커지면 잘 사는 걸로 본단다.
이 총생산에는 마약 생산이나 무기의 거래도 들어간다. 한국의 지디피를 가장 키우는 것은 뭘까?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마구 퍼붓는 술과 담배, 그리고 여성들의 얼굴에 발라야 하는 위선의 화장품들이 아닐까?

꾸리찌바를 읽으면, 그들이 천천히 가더라도 사람 생각하며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벨라라는 가난한 밀집지역에 있는 <지혜의 등대>는 숫제 감동적이다. 어찌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을까?

집집마다 인터넷이 들어가 있고,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는 이 땅에는 '시민'을 위한 기관이 별로 없는데... 그리고 시민을 위해 만든 기관들도 정말 시민을 위해 일하나 싶을 정도로 부실한 것이 수두룩한데...

그들의 타자 연습 교재에 실린 시라는데...

당신이 울고 싶을 때 나를 불러라. 그러면 나는 당신과 함께 울어줄 수 있다.
당신이 웃고 싶다고 느낄 때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필요치 않을 때도 역시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

'창조성이 자본을 대체할 수 있다'는 꾸리찌바.
생태 도시는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통과 토지 이용, 보행자에 대한 배려, 리사이클링 프로그램, 시의 보전 정책 등... 시 개발 정책을 공부하는 이들이 제발 생각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그 상가에는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간판이 더덕더덕 붙는 현실을 보면, 쉬운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결과와 작은 것에도 미리 관심을 두는 것의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곳곳에서, 꾸리찌바는 정말 '꿈의 도시'에 불과할는지 모른다는 우려도 비친다. 많은 이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 같지만, 또 많은 이들은 그런 짓거리를 마뜩잖게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는지도 모르겠다. 유명해져서 남들이 배우려도 찾아올 만큼의 훌륭한 도시는 아니잖는가... 하는 스스로의 비판일 수도 있겠고...

꾸리찌바가 계속 더 생각있는 도시로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한반도에도 그런 생각있는 행정가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70년대에 남들이 필요없다는데도 부산에 10차선 이상의 부둣길을 만든 옛시장처럼...
지금 이 도시엔 시장이 있나? 뭘 하긴 하나? 줄 서는 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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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7-2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리찌바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은 도시빈민층 끌어안기 정책이라고 봅니다.
빈민촌까지 자원재활용 수거차량이 나가고 그 대가로 야채를 공급해서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잖아요.
지속적인 공원가꾸기나, 자원 재활용 사업에
빈민층을 정규직으로 승격해서 취업시키고, 무엇보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도록 유도하는
이런 꾸리찌바를 보면서 님처럼 우리나라 공공정책의 한심함에 한숨이 나왔답니다.
우리도 충분히 지속 가능한 정책인데 말입니다.
방학이실텐데 곧 리뷰의 융단폭격이 왕창 시행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요.
하루에 다섯편 이상이면 즐찾에서 뺄겁니다. 흥!
그 이상은 읽는데 어렵다구요.^^

글샘 2007-07-2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다섯 편이 아니라...
닷새에 한 편 쓸까말까예요...
방학이면 더 바쁘네요.
정말 정책의 부재... 선거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넘 심하죠.

향기로운 2007-07-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하셨지요? 저도 다음주면 휴가라서 시골에 가요. 닷새동안이지만, 약속된 이틀을 빼고나면 사흘은 그냥 쉬기만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읽을 책 몇권 챙겨보다가 글샘님의 리뷰를 보고 또 혹하지 않았겠어요^^;;; 보관함에 두었던건데.. 이제야 꺼내어봅니다^^ 방학 잘 지내세요^^ 언제 오실런지 몰라서 이참에 인사드립니다. 무더위에 건강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글샘님의 닷새에 하나정도 올릴까말까 할 리뷰는 돌아와서 찾아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