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이야기 1부 - 그 여름날의 기억
박건웅 지음, 정은용 원작 / 새만화책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No Gun Ri 영어로 이렇게 쓴다.

gun은 '총' 아닌가. 총을 반대하는 마을에서 일어났던 '총격'은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던가...

이 사건은 양민 학살이 아니다. 학살은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해서 폭탄을 퍼붓거나 총으로 한꺼번에 싸그리 죽여버리는 행위다. 차라리 학살이었으면 노근리처럼 울음 소리로 가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은 양민임을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분명한데, 그들을 토끼몰이하듯 몰아 놓고 기총 소사, 폭격 등으로 죽게 만든 사건이다.

거창 학살 등을 보면, 마을 사람들을 조용히 골짜기로 몰아다 놓고는 한꺼번에 총으로 갈겨대지 않았던가.

노근리에서 있었던 일은 '미군'의 실체를 밝혀주는 명백한 백서가 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떠벌이지 못하게 한 것이 미국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였으니...
역사는 그래서 슬프다. 누군가는 '국사' 과목을 많이 가르쳐야 한다고 하지만, 난 반대다.

거짓된 역사, 왜곡된 역사, 날조된 역사, 입막힌 역사는 가르칠수록 손해다.

바닷가 개펄 흙을 개간하여 소금기를 없애고, 그 땅에서 낟알이 '대추 나무 열매 열리듯' 풍성하게 열리라고 '대추리'라고 이름지은 땅에, 코쟁이 양키들이 터잡고 군사지역으로 만들 줄 누가 알았으랴마는, 노근리 쌍굴다리의 귀곡성은 이 만화의 흩어진 수묵화 사이에서 아직도 여전히 서글프게 울린다.

전선을 통과하는 모든 피난민을 적으로 간주해 총격을 가하라!

이런 명령은 미국인 병사들에게 늘상 하달되는 것이 아니던가.

아, 전쟁... 그것은 어떤 명분으로든 긍정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조국 통일을 위한 것이든, 민족의 자존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든...

한국 전쟁에서 미국이 얼마나 정신 못차라고 헤매고 있었던가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머나먼 조선 땅에서 하루에도 수십 리를 전진하는 북한군에게 그들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겠는가. 그러니 양민들에게 토끼몰이처럼 기관총을 갈겨대는 <미친 놈 람보>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책으로 읽는 것에 비하여 시각적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는 그림이다.
먹의 농담과 번짐에 의하여 전쟁의 참혹함에서 피비린내가 흑백으로 가셔지기도 한다.

전쟁은 전체적으로 보면 수백 만이 죽었다는 통계로 존재할는지 몰라도,
미국의 전비가 베트남 전과 이라크전이 맞먹는다는 숫자 놀음이나 하고 싶은지 몰라도,
아이를 잃은, 애인과 가족을 놓쳐버린 한 사람에게 전쟁은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무'로 돌리는 일이다.

전쟁은 총들고 멀리서 쏘아대는 넘들에게는 '장난'이자 '국익을 위한 놀음'일는지 몰라도,
주변으로 손가락과 대갈통이 날아다니는 사람들에겐 '지옥'이고 '평생 용서 못할 원수'를 만드는 일이다.

모든 전쟁의 <축>에 있는 한 나라. 그 나라여, 회개하라!
이미 지은 죄만 해도 끝없거늘... 너희에게 재앙만이 있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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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1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만화책이 나왔군요. 찜해갑니다.

글샘 2007-07-17 01:01   좋아요 0 | URL
이 만화는 정말 참혹한 장면을 비극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먹의 짙은 농담이 지나치게 잔인한 화면을 감싸줍니다. 다만 값이 좀 비싸더군요. 3만원.

순오기 2007-08-0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독서실의 구입도서 목록에 올리고 추천합니다. 만화는 좀 가볍게 취급되는 거 같아 망설였는데...그래도 청소년들을 접근시키기에 만화만큼 좋은 것도 없겠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