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지리교육연구회 지평 지음 / 푸른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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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교에 '지리'는 없다. 아, 있긴 하다. 수능 선택 과목에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의 세 과목이 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국민공통 교육기간의 교과목에는 '사회'만 있을 뿐이다.

문학, 역사, 철학의 근본학문에도 역사가 있었고, 지리학은 고대부터 문명의 기초 학문이 되었다. 문명은 자연의 도전에 대한 '지리학의 응전'의 역사였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그 지리학은 GPS의 손아귀에 들어왔고, 지구를 비행기로 한 바퀴 도는 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우리네 수퍼에는 남미산 과일들과 포도주가 그득하다. 그러나 아직도 남미는 멀기만 하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남미. 그래서 그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교역을 트게 된 세상.

그들의 삶을 사회적으로 읽으려는 노력들은 체 게바라나 미국의 전쟁 개입 등의 이야기를 통해 많이 있어 왔지만, 그 땅을 지리 교사의 눈으로 읽는 일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지리는 우선 땅의 생김새를 살핀다.
어떻게 튀어나왔고, 들어갔고, 활동하고 있으며, 뒤틀어졌고,
그 땅이 무엇으로 생겨먹었으며, 그 땅에선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가.
그 땅에 살고 있는 식생과, 동물들은 어떤 놈들인가.
과연 사람이 살기에 얼마나 적합한가...

그러나... 표지에서 말해주듯, 남미의 대표적인 잉카 문명('타완틴수요'가 원래 이름이란다.)의 마추픽추와 사라진 문명에 대한 아련한 아쉬움이 지리 교사들을 남미로 이끈 것은 아니었을까?

남미의 역사는 그 찬연했던 고대사는 모두 잃어버리고, 콜롬부스 이후 포르투갈과 에스빠냐의 침략사에 다름아니었고, 근대 이후로는 '민족 민주 정부'를 '아름다운 나라 미국'과 '정의롭지 못한 반군'이 무너뜨린 역사였다.

그 삶의 결과 빈익빈 부익부가 극대화되고, 환경은 파괴되며,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볼리비아의 소금 사막 우유니와 티티카카호의 안데스 산지,
아르헨의 팜파스와 브라질의 셀바스, 상파울로와 리우데 자네이루의 아름다운 항구들과 커피 농장의 팍팍한 삶을 읽는 동안 남미의 지도를 따라 마음도 즐거움과 무거움의 널뛰기를 하면서 배멀미가 난다.

역사 교사아닌 지리 교사와 답사를 하는 일도 재미있는 일이란 경험을 하게 해주는 책.

아빠따라 남미까지 간 중딩 주형이의 이름이 표지에선 '주영'이라 나와서 괜히 내가 미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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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0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많이 궁금해요.

글샘 2007-06-0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습니다. 한번 읽어 보시죠~

소나무집 2007-06-0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보거나 듣는 것하고 직접 가보는 것하고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제가 이 시골에 와 살면서 남쪽 지방을 좀 돌아다녀 보니 지도가 그려져요.
그 전에는 막연히 지도 속 어딘가에 있던 지명들이 이젠 살아서 움직이는 걸 느껴요.
지리가 없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네요.

글샘 2007-06-0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이 '사회'만 있대요. 미국은 사회 통합이 중요한 나라라나요?
미국엔 역사랄 게 없다 보니, 그리고 그 역사란 게 모두 살육의 역사다 보니 역사 과목이나 지리학이란 게 없다더군요.
근데, 정말 지리는 돌아다녀봐야 돼요. 그쵸?

pur456 2007-06-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형'이가 '주영'이로 나와서 제일로 미안한 사람입니다. 빨리 재쇄 들어가서 고치고 싶습니다. 글샘 님 리뷰-책 속으로 사람을 끌고 들어가는 맛있는 글이네요.

글샘 2007-06-1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 이런 일이 생기다니
반갑습니다.^^ 님은 왜 미안하신 거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