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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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이 한국에 유학생으로 왔다가 간첩단 사건 조작으로 20년 가까이 감옥 생활을 하게 된 사연도 처절하지만, 서승, 서준식의 동생으로 알려진 서경식의 성장기를 그 시절 읽었던 책을 통해 되돌아본 이야기다.

서경식의 문체가 갖는 힘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물론 번역가의 탁월한 풀이 덕이기도 하다.

재일 조선인의 문제를 소년시절, 자기 정체성에 알 수 없는 좌절감을 갖게 된 경험을 통하여 담담하게 쓰고 있는 이 책은 분단이란 모순이 얽어낸 인간사의 고난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공부를 잘 해도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신분,
일본어를 잘 해도 자기나라 말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언어의 감옥,
모국을 알려고 돌아가 봤댔자 간첩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국가...

근대 사회가 만들어낸 국가, 법률, 이념의 수레바퀴 아래서 목을 졸리는 신세가 되어버린 한 가정의 이야기가 서경식의 독서 편력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나 산업 혁명 이후 발흥한 제국주의가 아니었던들, 재일조선인이란 특수한 계층이 생길 이유조차 없었으리라.

독서 편력이라고 해서 그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나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앞세우고 책을 읽어나갔는데, 그가 읽은 책들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동하고 마음아파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이미 질러져버린 빗장을 해제시킬 능력이 과연 인간에게는 있는 것일까?
제국주의 전쟁과 인종에 대한 편견과 빈부에 대한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차별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편협된 인간의 뇌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종군위안부조차 성노예가 아닌 매음녀로 생각하려는 일본인의 뇌 구조라면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핍박과 이지메는 얼마만한 것일는지 상상을 불허하는 수준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맹수도, 귀신도 아닌 인간이란 말이 옳다.
가혹한 정치가 무서운 호랑이보다 무섭댔는데,
그 정치는 이제 한 국가의 범위를 넘어 세계를 뒤덮는 그것이 되어버렸다.
IMF나 세계 은행, UN, FTA 같은 것들이 호랑이보다 무서운 '苛政'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무섭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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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5-3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읽으셨어요?
서경석님에게도 저에게도 그 책은 정말 '마의 산'이더이다!!
그나저나 새서재에서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화면이 참 거시기해요.
서재가 그림 먼저 보라고 하니, 글이 쏙쏙 들어올지 앞으로 걍 대략 난감입니다.
여튼, 어디 가지 마세요!

글샘 2007-05-3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당근, 안 읽었죠^^ 그 마의 산을 어찌 읽을 수 있겠나이까. ㅎㅎㅎ
교양 소설이란 넘들, 정말 교양없이 짜증나죠. 저는 새 서재가 어떤 건지 잘 몰라서리... 그냥 옛날 서재를 이대로 쓸 수 있는건지, 적응이 안 되면 대충 사는 거죠, 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