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어가 있다 4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 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9월
평점 :
중앙일보에서 '우리말 바루기' 팀을 구성하여 이 책을 낸 것이 벌써 네 권째다. 그놈의 '팀'이란 말이 우리말 바루기와 어울리지 않으나 시대가 하수상하니 봐줄까 한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국어는 정말 어렵다.
특히 그 올바른 맞춤법이나 옳은 용례를 헷갈리지 않고 쓰는 일은 힘들어도 정말 힘들다.
이런 책을 자주 접하면서 관심을 놓지 않는 길만이 우리말을 잘 쓰는 길이겠다.
우리가 잘 쓰는 설레이다, 날씨가 개이다, 목이 메이다. 길을 헤매이다, 나쁜 버릇이 배이다... 등의 말은
설레다, 개다, 메다, 헤매다, 배다...로 써야 한다. 나도 알면서 잘 틀리는 말이다.
217쪽에 이런 퀴즈가 있다. 다음 중 표준어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
ㄱ. 잎 ㄴ. 잎새 ㄷ. 잎사귀 ㄹ. 이파리
나는 정답을 딱 찍었다. 왜냐면 ㄴ은 표준어처럼 쓰이기 때문에... 정답은 ㄴ이다. 쳇.
상고대도 아름다운 말이다. 호숫가나 고산 지대의 나뭇가지 등에 밤새 내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눈꽃처럼 피어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
인용, 원용의 구별도 재미있다. 그대로 가져다 베껴 쓰면 인용, 빌려다가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으면 원용이란다.
공짜와 무료는 어떻게 다를까? 제공받는 사람은 공짜지만, 무료는 주고받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즉 박물관을 무료로 제공하고, 공짜로 관람한다고...(헷갈리나?)
조우와 해후, 조우는 우연한 만남을, 해후는 오랫동안 헤어졌다 뜻밖의 만남을 의미한다. 그냥 '만남'으로 쓰면 틀리지 않을 수 있다.
일본에 1년 나갔다 온 제자 녀석이 '완소남, 훈남' 이런 말을 못 알아 듣는다. 재미있다.
언어란 이렇게 급격히 바뀌어 가는 것이다. 인터넷에선 나날이 새로운 말들이 생겨난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알아야 좀더 잘 가르칠 수 있으니, 읽고 또 읽을 일이다.
이 책의 '옥에 티'
1. 머리말 7쪽, 200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8차 교육과정...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교육과정에 대해 모르면 입 닫고 있으면 2등은 한다.
2. 13쪽에서 '제일 차 세계 대전'이라고 썼는데, '제일, 제이...'는 차례를 매길 때 쓴다. 제삼 차 세계 대전을 바라는 이가 아니라면 그저 <일 차 세계 대전>으로 쓰는 것이 옳다.
3. 160쪽의 맛뵈기 사진이 하필이면... '사용하신 이쑤시게 버리는 곳'이란 사진을 갖다 붙였을까... 이쑤시개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