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참는 것이 우리 의무라면, 아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는 생태학 연구의 어머니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지난 봄을 통해 읽었다.

반복되는 사례들을 읽어내는 일은, 이것이 1960년대의 일이라면 지금은 얼마나 더 두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말 알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인데 그 중요한 권리가 짓밟히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한미 FTA는 영광스럽게 체결되었고, 오염덩어리 소고기가 상륙하게 되었다. 두려운 현실이다.

불길한 망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카슨은 너무도 쉬운 문체로 풀어 준다.

과학자도 아닌 주제에, 그것도 여자가, 그것도 국가의 기간 산업을 망쳐 먹으려도 <살충제의 혜택과 도덕적 존엄성에 도전>한 취급을 받은 이 책, <침묵의 봄>으로 인해 출간 16개월만에 그녀는 암으로 사망한다.
무지하고 막지한 20세기와 21세기 미국과 권력자의 '힘 force'에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는 그 당시 권위적인 남성 과학자를 모욕하는 일에 다름아닌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황우석의 잘난 얼굴이 떠오른다. 그 서울대와 과학의 아성에 도전한 아마추어리즘의 승리에 못이겨하며 식식거리던 관료와 남성 과학자들의 파렴치한 얼굴들이...

엘리어트는 그의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 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나오는가?
사람들이여, 너는 말하기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여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른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주리라 /한 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恐怖)를 보여주리라

대지가 봄이 되면 꾸물거리고 살아 움직이는데, 내가 숨을 곳은 붉은 바위 그늘 뿐이라는 절망감을 나타낸 시인데, 이제 그 대지조차도 봄이 되면 꿈틀거리고 생명을 움틔우지 못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장기적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수백만 파운드의 화학 살충제를 곳곳에 뿌려대는 사람들의 무책임함을 지적하는 그의 글은 <정부가 자신들을 보살펴 주리라 믿어선 안되고, 시민 개개인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살피며, 자신을 잘못된 길로 이끌려는 의도에 도전해야>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오만함은 어디까지 달려갈 것인가... 인간은 정녕 겸손함을 배울 수 없는 '지구 생물의 말종'에 불과한 것일까?

자연을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생명체로 이해해는 대신 인간을 위한 일회용품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경향은 그가 이 글을 쓴 50년 뒤에도 심각하게 심화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4월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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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5-1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이 체르니를 언제 띠실까 했더니 레이첼 카슨을 읽으셨군요 ㅋ

글샘 2007-05-1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르니도 종류가 많더군요.-_-;;b 간추린 체르니 100번은 다 했구요, 이제 체르니 30번인가를 치고 있답니다. ^^ 뭔가 새로 배우는 건 참으로 어렵단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