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전면개정판) -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옮김 / 시유시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그런데 그 회사는 미국의 자본을 의미하고, 서비스 산업의 폭발적 확충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는 서비스의 시대다.
더 맛있는 것을 더 싸게 더 대중적으로 맛볼 수 있는 서비스의 시대.
그런데, 거기서 인간적인 측면의 서비스는 제거되고, 다만 속도와 가격에서만 서비스가 강화된다.
사람의 따스한 접대를 기대할 수 없고, 품질이나 맛은 제거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패스트 푸드다.

이렇게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부분들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현상>을 맥도날드화라고 이름붙였다. 적절한 표현이다.

이 책에선 주로 맥도날드화의 속성을 부정적으로 짚은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1955년에 시작한 프랜차이즈가 1998년말에 24800개의 맥도널드 황금아치를 세웠다.
저자가 주로 짚어낸 맥도날드화의 특성은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자동화를 통한 통제>라고 읽는다.
이것들은 프랜차이즈의 후발주자였음에도 관료제, 과학적 관리, 조립 라인의 기법을 결합하여 20세기 전반에 진행된 일련의 합리화 과정의 결정탄으로 <맥도날드제이션>을 읽어낸 것이다.
사회를 읽는 탁월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맥도날드의 효율성은 운전자용 창구, 손으로 먹는 음식, 고객에게 각종 일 시키기 등 끝도 없다. 저자는 효율적이라면 뼈없는 닭이라도 사육하려 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맥도날드의 효율성은 상당부분 성공하고 있다.

계산 가능성은 질보다 양을 우선한다. 그 사회 현상은 단순히 맥도날드 매장 안을 뛰어넘어 의료, 학교, 스포츠에서도 나타난다. 질을 저하시키고 수량화에 대한 강조를 우선하다 보니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고 건강에도 나쁜 결과를 빚게 된다. 이것이 <fast food>의 본모습인 것이다.

예측 가능성에서는 영화 트루먼 쇼를 빗대어 멋진 말빨을 펼친다. TV 프로그램이 어느 방송사나 그게 그것인 것들이나 영화 등의 속편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같은 결과를 손쉽게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 들어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냉동 식품과 방부제를 팍팍 쓰는 것은 고객의 예측을 빗나가지 않게 한다. 몸에는 치명적인 해를 끼칠지라도...

마지막, 정확한 통제는 인간을 로봇같은, 최소한의 지능을 가진 숙련공이 될 것을 요구한다. 유니폼의 색상, 인테리어가 같은 것은 사람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 머무르지 못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제의 기법이라고 한다. 불편한 의자와 불안한 음악, 옆 사람의 대화가 다 들리는 구조는 통제의 일환이었다. 요즘 대학생들의 새내기 기합주기도 맥도날드화된 통제의 일환이 아닐까?

가 보지 않아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거기서 거기다.
방이 세 개 정도 있을 것이고, 거실에 화장실과 부엌이 붙은 형태. 베란다는 안방 옆에 있고, 안방에 부부욕실 하나 정도. 우리 위아랫집은 우리집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구조에서 살아갈 것이 당연하지.

FTA라는 것이 결국 우리것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자유 무역으로 인해 더 싸게 더 많은 물건들이 들어오겠지만, 건강에 치명적이거나 방부제, 농약으로 칠갑한 상품들을 규제할 방도는 더이상 없어 보인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교육청은 늘상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평가에서 1위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 비결이 바로 맥도날드화다.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교육. 그러면 1등한다. 한국 사회의 맹점을 이 책은 잘 짚어주는 것 같다. 결국 한국 사회는 미국 사회의 축소판에 불과한 것일까? 수업도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시대가 온다. 각종 대회를 마일리지로 관리하겠단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따스한 시선을 교환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질은 환상으로 취급하겠다고하니 복장 터질 노릇 아닐까.

뒷부분에 가서는 맥도날드의 효율성의 비효율적임을 짚기도 한다.
빨리 가는 것이 늦게 가는 것의 역설과도 같다. 빨리 가려고 자동차를 탔는데, 그래서 교통 체증이 생기고 결국 늦더라는 이야기. 맥도날드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보다 더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종업원들의 웃음은 거짓 친근감에 불과하며, 질의 아름다움을 상실하게 되고, 영양가는 없고 칼로리만 높은 사회. 환경 오염과 비인간화에 가속이 붙는 사회.

맥도날드화는 스스로 증식, 확대되는 현상이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이 산부인과에서 태어나는 시대가 되었고, 엄마나 할머니의 보살핌 대신 산후조리원의 업무적인 규격화된 돌보기로 자란 아이들의 감성이 과연 어떨는지. 죽으면 같은 관에 들어가, 일사천리의 장례 절차를 밟으면 그만이다. 제왕절개는 출산 시간까지 예측 가능하게 하여 산부인과 의사가 퇴근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 준다. 등산하기 싫으면 산악도로를 내고, 리프트나 케이블카를 만들면 된다.

문화 제국주의의 대행자로서의 맥도날드화는 전쟁까지도 속성으로 정감없이 해치우는 일을 아무 거리낌없이 저지른다. 어느 무식한 넘이 인터넷에 불쌍한 영국 여성 병사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진을 보니 한숨이 포옥 나온다. 이라크의 수백만 민중의 죽음에는 아랑곳없던 인종들이...

우리의 심장혈관을 막는 맥도날드화가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위협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 책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작업은 남은 사람들의 몫으로 돌리고 있지만...

이 두꺼운 책은 400페이지에 달하지만 별로 지루하지 않다. 많은 사례들과 비유들은 책을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 문제의식은 두텁게 우리 머리 위를 덮고 있지만... 무릇 책은 이렇게 쓸 일이다.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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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11-2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관함에 넣어놓고 있습니다.FTA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미국화'겠지요.맥도랄드화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로 지적되는 듯 합니다.하나는 '합리성' 또 하나는 '패스트푸드의 비건강성'...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사회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보입니다.수치가 숨기고 있는 많은 가치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조절되는 것이 가진 단점뿐 아니라 장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고 보입니다.사람들이 시장에 가지 않고 마트를 이용하는 이유와도 비슷합니다.시장가라고 당위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말고 왜 마트를 가는지 실증적으로 물어본다면 합리적 관리,양질의 서비스,편의성 등이 지적될 것입니다..
패스트푸드의 반건강성은 또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물론 그것도 거짓말이긴 하지만 부모들의 귀찮음과 여가를 위해 상궤될 정도로의 영향력은 보입니다.웰빙버거..트랜스지방제거 감자튀김..해서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가더군요.
'의식의 전복'아니면 방법이 없나 궁금합니다...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긴 하겠지만'의식의 전복'이 너무 거창하고 무책임해보이며 좌파적으로는 가장 편안한 방법인 듯해서 다른 길은 없나 생각해 봅니다.무리한 도전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