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인용이야
김점선 지음 / 마음산책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너무너무 익숙한 화투장의 그림들을 소재로 삼아서 컴퓨터로 그림을 그렸다.
화투장 속의 그림들이 새로 탄생하는 느낌이 든다.
5짜리를 나타내는 띠에다가 무슨 말일가를 적어 넣었다.
뭔가 하자는 자기 암시 같은 거다.

그의 이름대로 점들과 선들로 죽죽 그은 그림이다.
거기다 제 이름자도 좀 어눌한 필체로 적어 넣었다.
잘날 것도 없는 제 이름 두 글자를...
그런데 그게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나는 내 이름자를 어디다가 그렇게 당당하게 적어 보았던가.
내 몸과 함께 생겨난 그 글자들을...

김점선을 전에도 읽은 적 있지만, 이렇게 통쾌한 글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장영희의 책에 그려진 김점선의 그림은 별로 다정하지도 않았던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의 화투장 그림은 참 다정다감하다. 익숙해서 그런가?

제목은 성인용이지만, 내용은 그야말로 수필이다.
마음 내키는대로 마구 적어내려가는 달필이다.
마음 속에 드는 생각을 가지런하게 정리하지 않고 막 적어서 부쳐버리는 스타일이다.
조금 거칠기도 하지만, 나도 이제 그렇게 살고 싶다.
늘 껍질 투성이였던 내 모습을 확 드러내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그가 그토록 좋아했던 책들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 아내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책읽는 것을 탓하진 않는다.
그걸로 됐다. 책을 못읽게 하는 허생 마누라같으면 같이 살기 힘들지만...

그가 읽은 너새네이얼 웨스트의 <메뚜기의 하루>도 읽고 싶다. 엉성한 미국을 비판했다는 그를.


에니어그램 공부도 더 하고 싶고,


황인숙의 <지붕 위의 사람들>도 좀 보고 싶어 졌고,


엉성하게 살다가 죽기 전에 홈런을 날렸다는 미셸 깽의 <처절한 정원>도 보고 싶다.

새롭게 주어지는 40년!
10년 공부해서 10년 수련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그의 말이 나는 좋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나는 그런 내가 좋다.
남들은 내가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이유가 뭔지 모른다.
사실은 나도 모른다. 피아노를 치는 일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 똑같은 일을 수십 번 반복해야 겨우 한 소절을 이루니깐.
그렇지만 나는 피아노 치는 내가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더 나이들어서 못할는지도 모르니까.
한 살 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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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7-04-0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랑 비슷하시네요. 울신랑도 책을 좋아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책 읽는 절 타박하지도 않구요, 아마 그랬다면 벌써 소박맞았을듯...
그나저나 김점선...이분의 책 저도 읽어봤는데 느낌이 무척 좋았어요.
이름에서부터 화가의 느낌이 팍! 느껴지지요? 김 점.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