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조경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발칙하다. 통쾌하다. 속이 시원하다... 그러나... 마음은 답답하다. 답이 없어서...

스스로 교사이면서도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면 어떤 담임과 교과 교사를 만나느냐가 1년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은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가 실려있다.

교사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가 여럿 있다.
수업 시간에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도 있고, 아이를 오해해서 야단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오류를 저지르거나 늘 아이를 야단치기만 한다면, 교사는 더이상 신뢰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교사는 비판의 대상이다. 그 이유는 너무 많은 오류를 너무 오랫동안 저질러 왔기 때문이다.

수업의 질은 갈수록 떨어진다.
변화하는 입시 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수능에 없는 교과목도 교사가 있어서 가르치거나 배정해서 자습을 해야 한다. 선택과목을 고를 수는 더더군다나 없다. 아이들이 보충수업을 싫어하는 이유는 보충수업 시간에 와서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선생님들을 만나는 빈도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학생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 주고 모색할 만한 능력과 마인드를 가진 교사도 많이 부족하다. 각종 상담 연수를 받거나 진로에 대한 사례를 공부할 여건도 부족하지만, 선생님을 상담 상대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만나기는 가물에 콩나기 아닐까.

열린 교육의 광풍이 한국 교육을 뒤집어 놓은 후에도 한국의 교육 성과는 2003년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서 문제해결력, 읽기, 수학, 과학에서 조사대상국가 41개 국가 중 각각 1,2,3,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학에 대한 흥미도 동기등 질적 능력에서는 38위의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 책은 독일이 그 시험에서 20, 21위를 해서 충격을 먹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쓴 책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이런 책 쓸 시간에 열심히 아이들과 문제를 풀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을 3% 퇴출시킨다고 한다. 그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잔인한 일이다.
공무원이 더이상 철밥통이 아닌 시대가 불현듯 오고 말았다. 학교에선 누구를 내 쫓나?
나이 많은 교사? 그가 따스한 인품의 소유자인데도?
인기 없는 교사? 그가 정말 생활 지도에 열과 성을 다하는 생활지도부장일는지 모르는데도?
수업이 안 되는 교사? 그의 지적 능력이 세계 수준일 지도 모르는데도?
비주요과목 교사? 국어 선생보다 훨씬 좋은 체육 선생은 수두룩하다.
불평 분자 교사? 그의 불평들이 귀에 거슬리지만 쓴 약이 될는지 모르는데도?

교사를 줄을 세우고 잘라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이 버팅길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교육부는 어느 날 교육 공무원을 잘라내야 할 시점에서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세상에 좋은 교사를 내 놓아라! 그것이 교육의 미래다.
정부는 젊은 교사들이 세상에 충분히 많이 나와서 아이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모든 교사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야 한다.
복지부동하는 교사를 만드는 것은 그런 제도의 탓이 크다.
남들 월급 많을 때 참고 견뎠더니 돌아오는 것은 욕됨 뿐이란 말은 이제 먹혀들지 않는다.
어느 날 나도 길거리에 나앉은 교사가 될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그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여는 일이라면...
뭘 하든 먹고 살 힘은 내게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너무 겁이 많고 변화가 적다.
담임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고, 수업 적게 하고 싶어하는 교사가 너무도 많고, 보충수업에만 용심을 내는 교사들이 너무도 많고,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사가 너무너무도 많고, 수업이 지루한 교사가 너무도 많고, 그저 월급을 타러 학교에 오는 교사들이 너무도 많다.

학교에 20대 선생님이 20%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0대 선생님도 30% 정도 있어야 한다.
40대 선생님은 부장 정도 하면서 2,30대 선생님들과 팀을 잘 맞출 수 있어야 한다.
50대 선생님은 10%로도 충분하다. 지혜를 모아 학교를 잘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40대 교사인데도 우리 학교에서 하위 20%안에 든다. 미칠 노릇이 아닌가?
내가 학년 부장을 한다면... 우리 학년에서 막내 바로 위의 나이 정도 될까?
이곳이 한국 교육의 미래가 없는 지점이다.
20년 전부터 그대로 늙어가고 있는 한국의 교육.
더이상 창의성도 재기 발랄함도 기대할 수 없는 곳.

그러나 오늘도 우리 아이는 학교로 갔고, 나도 수업을 간다.
돌틈에서도 민들레가 피듯이, 옥상의 민들레꽃을 찾을 수 있으려나...

이 좋은 책의 치명적 오류는, 맨 뒤에 덧붙인 몇 사람 한국인 독자의 논점이 완전히 개판인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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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2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07-04-0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입학한 큰아이 선생님도 나이가 젤루 많으시더군요. 최하 50대...
좀 젊은 선생님을 기대했건만...ㅠㅠ
그나저나 한국인 독자가 뭐라고 덧붙였길래...그 내용이 무척 궁금한데요.

글샘 2007-04-0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학교가 미래를 담기엔, 공적인 기반이 너무도 부실합니다. 한국의 학교는 사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기관으로 이미 변질된 것 같애요. 그래도 아직은 학교에 의지하는 부분이 크니깐 어쩔 수 없기도 하죠. 힘내라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몽당연필님... 초등 1,2학년 담임 교사가 나이가 많으신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수업이 적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것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도입니다. 아, 한국인 독자가 뭐라고 덧붙인 게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인 자들이어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정확하게 적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