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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라면 누구나 '치욕스러움'을 참아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그 꼴을 겪었을 수도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잔인함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워커가 더럽다고 혀로 핥으라거나 변기를 깨끗이 닦지 못했다고 찍어 먹으라는 정도는 귀여울 정도다.
왜 군대에서 일년에 수백명이 자살, 타살로 죽어가는지... 그 답은 바로 홀로코스트가 벌어지던 수용소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우슈비츠 안에서는 인간이 득시글거렸지만, 인격은 없었다. 그 안의 유대인들은 오로지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졌을 뿐,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할 필요도 없었고, 그들이 인간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길도 없었다. 오로지 죽음을 향한 수용소였고, 죽기 싫어 어떻게든 잔머리를 굴려서 삶의 줄에 서 보려는 안간힘만 있었을 뿐.
그래. 이런 것이 인간인 모양이다.
가진자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못가진 자들은 전쟁터에서 빡빡 기어야 하고, 적어도 가진자들은 가지 않아도 되는 군대를(가더라도 사령부에서 근무를...) 못가진자들은 가야하는 것이 세계화의 일환인 모양이다.
그런데 꼭 군대 처럼 꽉 닫힌 조직에서나 그런 비인간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일은 아닌 모양이다.
sbs에서 방송하는 어떤 프로를 보니까 사회의 구조적 그늘의 틈바구니 곳곳에서 아직도 노예만도 못한 삶을 오로지 유지하기 위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는 감옥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양심수'들에게 가하는 린치 이야기는 아우슈비츠보다 덜하지도 않다. 박노자가 그렇게 치를 떠는 '양심적 병역 기피자들'에게 권하는 감옥도 치사스럽고 수치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군대 대신 종교적 신념에 따라 감옥갈 것을 고민하던 중학생 시절의 제자들에게 나는 해줄 말이 없었다. 아, 우리반에서 1,2등 하던 재영아... 넌 그래서 결국 감옥엘 다녀 왔는지...
세계적으로 보나, 지역적으로 보나... 인간은 말종인 모양이다.
오로지 눈치만을 살피고, 잔머리를 굴리고, 졸거나 잠자고 배곯기 싫고 아무튼 살아나가야 하겠다는 퀭한 유태인들의 눈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 지구 곳곳에서 신음하는 인간이란 종족의 암울한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군대를 3년은 가야 한다는 철부지 여자애의 발언을 텔레비전에 내보낸 선정적인 방송인도 또라이지만, 그 여자애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는 남자애들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진데, 이 와중에 힘을 얻는 것은 늘 가진자라는 것이 무섭다.
정말 군대라는 곳이 신성한 곳인지... 군인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전혀 신성하지 않은 곳임을... 월급 2,3만원으로 휴가비도 되지 않는 그런 곳이 아직도 우리 곁에 상존함을 생각하면... 인간에 대해 회의적인 나는 더욱 욕이 나온다. 지구가 싫어하는 인간종을 지구는 언젠가 멸종시키지 않을까? 두려울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