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는데 사서 선생님이 처음엔 좀 의도가 색다른 재미로 읽다가 결국 포기했다는 이야길 하셨다. 사서 샘이 좀 쉬운 책을 읽는 취향이긴 하지만...

이 책을 몇 장 읽으면서 쉽지 않지만, 결국 모자이크  시선으로는 세상의 진실을 모두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란 예감을 갖게 되었다.

이름도 참 강렬하고, 속표지도 그만큼 빨강으로 처리해 두었다.

노벨상 탄 작품치고 재미있는 작품 본 적 없고, 노벨상이란 것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는 아직도 나는 전혀 동감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이다.

1권에 등장하는 33편의 짧은 이야기들의 제목은 모두 '나'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그 '나'는 각기 하나의 시선들이 되는데, 그 시선은 카라, 셰큐레, 나비, 황새, 에니시테, 에스테르처럼 사람일 수도 있지만, 개, 금화, 죽음, 빨강처럼 사물이나 추상이 되기도 한다.

파충류의 홑눈은 사물을 각 홑눈에 비친 단편들의 모자이크처럼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인간의 눈도 신기한 것이 앞을 향한 서로 다른 두 개의 초점이 두뇌 속에서 하나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어떻게 뇌는 두 장의 다른 장면을 하나로 합성할 수 있을까?
그럼 풀을 뜯는 초식동물처럼 양편으로 달린 눈망울들이 합성한 그림은 가히 하나의 파노라마가 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다초점 소설이다.

터키의 세밀화 전통을 소재로 삼으면서 살인 사건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삽입하지만, 이 소설은 그저 추리 소설로 전락하지 않는 생각들을 그 하나하나의 시선마다에 부여하고 있다.

결국 삶이란 것은 하나의 시선으로 완성할 수 없는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담으려고 쓴 것일까?

여느 추리 소설이 한방에 주르륵 읽히는 반면, 이 책은 자꾸 독자의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게 만들기도 하고, 끊임없이 다양한 사념에 잠기게 하기도 해서 마지막까지 범인을 감추려는 작가의 의도라기 보다는 기법의 낯섦이 주제를 응시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또다른 생각에 빠지게 하는 좀 복잡한 책이다.

재미가 있어서 리뷰가 제법 많을 줄 알았는데, 아직 세 편밖에 오르지 않은 걸 보면... 역시 노벨상은 뻥인게야. ㅋㅋ(아, 실수... 2권의 리뷰가 세 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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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1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두고 아직 못 읽고 있어요. 추리적 내용인가 보군요.
어서 읽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