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쉽게 만나는 장자
윤재근 지음, 김광성 그림 / 나들목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장자를 읽노라면 장자의 넓음에 놀라고 만다. 다른 책들은 읽다 보면 '기시감'이란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전에 '선생님'이란 책을 아이의 초등학교 선생님께 선물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다시 읽다가 몇 년 전에 읽은 책이란 걸 깨달은 적이 있다. 그런데 장자나 노자 같은 책들은 다시 읽어도 낯설고 새롭기만 하다.

그게 장자의 맛이다.

만화로 된 장자는 원래 장자의 순서를 마구 뒤헝클어 두었다. 인물 중심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페이지도 두 페이지 아니면 네 페이지 정도로 이야기를 간추려 두었다.

장자란 이야기책이 원래 자잘한 이야기들의 집합이니 이렇게 만화로 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림 속의 장자가 좀 신선처럼 생겼지만, 어떻게 생긴들 어떠랴. 나비나 장자나 그놈이 그놈인 걸.

이번엔 장자를 읽으면서 아이들 생각을 좀 했다. 아무래도 학년말이라 새학기 계획도 마음에 잡히고, 지난 해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도 있고 해서 그런가보다.

안합과 백옥을 이야기를 읽으면서였을까? 문제아 태자를 가르치게 된 안합이 백옥을 찾아갔다.
안합이 문제아 태자를 올바로 고쳐야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자, 백옥 왈,
"등잔을 보게, 어디서나 등잔 밑은 어두운 법이네. 하지만 등잔 밑을 밝히기 위해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 불은 꺼지고 온 방 안이 어둠으로 변하지. 태자의 무모함도 이와 같네. 태자에게 나는 현인이니 나를 따라 하라고 하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태자를 무결점 인간으로 만들려는 것은 자네의 욕심이란 말일세.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르는 법이라네. 그러니 힘쓸 필요가 없네. 태자가 애처럼 군다면 그렇게 굴고, 철없이 군다면 같이 굴고, 방종하면 그렇게 해. 그러면 자연스럽게 바뀔 것일세."

그래도 안합이 도를 가르쳐야 한다고 하자,
"자신의 훌륭함에 도취되어 상대방을 거역하면 위험한 법."이라며 당랑거철, 수레바퀴에 맞서는 어리석은 사마귀의 예를 들어준다. 스스로 훌륭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태자를 가르칠 수 있다. 그것이 자연이다! 아!
호랑이 사육사의 예도 같다.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끌고가려 하면 화를 당하는 법. 호랑이를 말 잘 듣는 토끼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 본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아무리 다그쳐도 호랑이는 호랑이일 뿐, 인위로 되는 일이 아니다...

양자거를 비웃는 대목도 재미있다.
"훌륭한 왕의 정치는 공적이 아무리 커도 자신에 의한 것이 아닌 것처럼 한다.... 올바른 정치가 베풀어지고 있지만 나타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만족하게 한다. 헤아릴 수 없는 무의 세계에서 노니는 사람이 진정한 왕이다. 분별하지 않는자, 욕심내지 않는 자. 무엇을 다스린다고 생각하지 않는 자. 그것이 진정한 왕의 모습"이라고 한다.

재주에 매여서 개줄에 매인 개가 되지 말 일이다.
호랑이와 표범의 무늬는 사냥꾼을 불러 들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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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2-2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그 맛을 저도 봅니다.
아마 세월이 흘러 우리들의 아상이 조금씩 녹아내릴수록..
그 의미가 선명하게 와닿는 이유라 생각됩니다.
쉬운 한자로 된 노자는 글의 쉬움과는 달리 그 뜻이 현묘하고 어렵고..
웅대하고 화려하도록 풍자적인 장자는 그 품은 뜻이 깊고 웅장하니..
그야말로 읽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그 매력에 더욱 빨려드는군요..

글샘 2007-03-0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떨 땐 쌉싸롬한 술맛이고, 어떨 땐 시원한 음료수 맛입니다.^^
이번엔 아무래도 학년말 방학이라 아이들 생각을 하며 읽은 모양입니다.
달팽이님도 행복한 새 학기를 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