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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 -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9
고재은 지음, 양상용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7월
평점 :
요즘은 제주도 아이들도 표준어를 잘 구사한다. 경상도나 전라도 아이들도 국어 시간에 뉴스를 읽으라고 하면, 형님 뉴스처럼 '~~허요.'하는 말 하지 않고도 잘들 한다. 다 텔레비전이란 문명의 이기 덕이다.
그렇지만, 우리 입말에는 그 말을 구사하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한세상이 있다.
'강마을에 한번 와 보세요.'와
'강마을에 한분 와 볼라요.'의 차이는 얼마나 다르냐.
표준어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은 미국같은 다민족 국가에서 공부하고 온 이들이 강조하는 바다.
한국처럼 분단 조국조차도 말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나라에서 표준어에 지나치게 강조점을 찍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투리의 입말을 재미있게 즐길 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이제 2009년부터는 중학교 새 국어 교과서가 국정이 아닌 검인정으로 바뀐다.
아직 교육과정도 공표된 바 없고, 교과서 개발 지침서도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이런 입말은 교과서에서 읽을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동화에는 도시로 도시로 나가는 아이들, 그 도시의 놀이터에서 놀지 않고 학원엘 열라 다니는 아이들에게 더욱 읽혀야 할 미덕이 들어있다.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독바우처럼 이웃을 배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잊지 말아야하는데 잊혀져가는 세시 풍속들...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살림 살이들... 그 신산했던 역사...
역사를 모르고 왜 내가 학원에서 열두시까지 뺑뺑이를 치는지 모르고, 결국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내가 <소유>한 것만 생각하다 보면, 아이들은 간혹, 아니 자주 죽고 싶어질는지도 모른다.
땅바닥에 오징어를 그리고 라면땅을 하며 비석치기를 하고 술래잡기를 하던 아이들, 말타기와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엄마들이 밥먹으라고 부르면 제각기 어둔 등불 켜진 집으로 내닫던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들의 잃어버린 자리를 생각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문화는 전승되는 것이고, 우리의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이다.
내가 삭막하게 만드는 경쟁의 세상은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 살아야할 살벌한 미래다.
이 책은 따스하고, 뭉클하다. 포근하고 새큰한 눈물 내음을 풍긴다.
먼지 냄새와 땀냄새가 아이들의 아릿한 꿈 사이로 너울거린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돌밭 호박이 아이들의 공깃돌이라도 되듯이, 세상엔 푸진 호박도 돌밭 호박도 넉넉하게 살 만큼의 곡식이 있다. 언놈은 배터져 죽고 언놈은 굶어 죽는다면 그건 싸워야 할 세상이다.
한 이야기가 끝나는 문단에서 다음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입말의 묘미를 아는 고재은 선생님. 더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많이 낳아 주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