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보림문학선 4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이세 히데코 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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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디서 이런 말을 들었다.

이 세상은 우리 선배들에게서 물려받은 불만투성이가 아니다.
이 세상은 우리 아이들에게서 빌렸고, 곧 돌려주어야 할 소중한 것이다.

한 순간에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이름은 별 셋에 반달 하나 '心' 라고 지어 놓고도, 그 마음을 늘 놓치고 사는 어리석음이란...

세상을 보고 있으면 팍팍하기 그지 없다. 창 밖으로 도시고속도로가 가득 밀려 있고, 하늘도 흐리다.
온통 신나는 일 하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모두 <그들> 탓이다. 그들을 찾아 나섰던 이들의 말을 들어 보면, <그들>은 없단다. 이 모든 것이 <그들> 탓인데도 말이다.

눈을 조금만 아래로 내리 뜨면, 거기에 새까맣게 더러워진 손이지만 하루에 열 번 정도 씻는 내 손보다 아름다운 손들이 가득하다. 다만, 진심으로 안타까운 일은 아파트 예쁜 놀이터엔 아이들이 없다는 것. 그 놀이터를 찾는 이들은 햇볕 쬐는 할머니들이나, 도둑고양이처럼 데이트를 즐기는 중닭들이란 것.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 무지갯빛 전설들을 풀어 낸다.

이 책의 주인공은 키가 크고, 얼굴이 기름하며, 안경을 끼고, 파이프 담배를 즐기는, 그리고 1년 내내 검은 옷만 입는 아마모리 할아버지다.

이런 특성이라면 뒤에서 스-윽 지나가도 파이프 담배 향이 남을 것이고, 멀리서 보더라도 헷갈리지 않을 외모인 것이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마음에 접근하는 마법사처럼 아이들의 꿈의 세계를 펼쳐 준다.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행복해 진다. 마치 추운 겨울 날, 따스한 아랫목에서 창문 가득 비추이는 햇살을 받으며 고구마를 까먹으면서 동화책을 읽던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세상은 슬프고 아픈 일도 많지만, 눈을 조금만 아래로 깔면, 천사보다 예쁘고 탐스런 아이들이 꽃밭보다 지천으로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것을 아마모리 할아버지를 통해서 보여준다.

참 예쁜 동화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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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11-2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셋에 반달이 그런 뜻이었군요.

글샘 2006-11-2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애기 잘 크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