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밤을 까 먹는다. 올해 들어 처음 먹는 밤. 밤은 이로 반 쪼개 티스푼으로 떠 먹는 것 보다는 힘은 들어도 과도로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만 온채로 입 안에 쏙 넣는게 훨씬 더 맛있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얼얼해 질 정도로 다시 과도를 휘두른다. 그 사이 기다림은 온채인 밤 알맹이가 더욱 더 맛있게 만들어 준다. 여하튼, 난 내가 이다지도 찐 밤을 좋아했는 줄 몰랐다. 찐 밤을 까 먹으면서 '참 맛있다.'라는 생각을 연발하고 있었다. 이것은 혹시 무럭이가???  

 말꺼내기 힘들었지만 월차를 썼다. 하지만 월차 쓴 보람도 없이 오전10시쯤 전화가 왔고, 만약 내가 일을 못한다면 공사는 다른 업체를 시키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도대체 내가 그걸 거절할 짬밥이나 되냐고.  

 사실 J는 금요일 밤부터 바짝 긴장해 있었다.  

 "마취제는 어떻게 넣어?? 주사로??" 

 "잠 들때 어떤 느낌이 들어??" 

 "과연 하나도 안 아플까??" 

 '도대체 이 인간은 왜 이리도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냥 모든 마음을 놓고 가만히 있으면, 병원에서 다 알아서 해 줄 텐데. 

 여하튼 검사가 끝난 후 J의 반응 또한 특이하다. 무사히 검사가 끝난데 대한 기쁨이 무한히 넘쳐 흐르는 얼굴.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그 감정의 기복 상태.   

 한가하고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기대하고 있었건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한다. 세상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몇 개나 될까? 

 그리고 이제 J는 좀 잠잠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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