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부터 해마다 독일언어 전문가들의 모임인 ‘언어비판적 행동’은 ‘단어 아닌 단어’를 선정하는데,2004년의 최악의 단어로서 ‘인간자본’(Humancapital)을 선정했다. 이 단어는 원래 기업경영에서 직원의 지식, 경험 그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인간자본’은 고객과 조직관리를 근간으로 하는 ‘구조적 자본’과 함께 기업의 ‘지적 자본’을 구성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어 이 단어가 최악의 단어로 선정되었는가.

▲ 송두율 교수

인간을 자본증식을 위한 재료나 소재(素材)로서 바라보는 발상은 ‘인간자본’이 물론 처음은 아니다. 산업자본주의 선두주자였던 영국의 19세기 중엽의 노동자의 생활참상을 런던에서 한때 기자로 일하면서 목격한 독일의 작가 테오도르 폰타네도 ‘인간소재’(Menschenmaterial)라는 단어를 이미 사용했다.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그의 동시대인 칼 마르크스도 역시 자본주의의 어두운 모습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이 단어를 구사했다.

이 ‘인간소재’라는 단어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인재’(人材)가 된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등치(等値)시킬 수 없는 어떤 의미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인재등용’이니 ‘인재양성’처럼 ‘인재’는 다분히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있는데 대하여 ‘인간자본’이나 이의 원조(元祖)라고 할 수 있는 ‘인간소재’는 주로 경제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지구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강조되고 있는 ‘인재’의 경제적 의의는 한국사회에서도 중시되고 있다. 이른바 ‘지식기반사회’에서 ‘인재’의 중요한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재벌기업들도 이제는 ‘인재’의 국적조차도 문제삼지 않고 ‘인재사냥’(war for talents)에 나서고 있다.

막스 베버는 동양사회에서 ‘자본주의의 정신’을 발달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요인중의 하나를 동양사회의 인문적인 ‘문화인’에서 찾은 적이 있다.‘선비’가 아마도 이의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서양의 기능적인 ‘전문인’과는 완전히 대립되는 ‘인재’의 이념형이었다.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제 이러한 ‘인재’는 대학사회에서조차 발붙일 틈이 없는 것 같다. 교육은 경제발전에 종속되어야 하고, 대학도 기업체처럼 운영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관철되고 있는 조건에서 위에 말한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는 ‘인재’의 개념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처럼 보인다.

‘인간자본’을 최악의 단어로 선정한 배경에는 분명히 사회전체를 곧 시장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철학에 대한 강한 비판이 깔려있다. 이에 대해서 ‘인간자본’을 옹호하는 측은 자본과 인간을 결합시킨 이 새로운 개념이야말로 소재라는 물질적 개념에 의거해서 ‘인간착취’나 ‘인간소외’를 연상시켰던 과거의 ‘인간소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지식’의 의미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오늘날의 경제사회에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반박한다. 비물질적인 정보가 주도하는 탈현대적(postmodern)인 사회의 자본과 인간관계를 기존산업사회의 그것처럼 단순하게 보아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이해에도 불구하고 ‘인간자본’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있는 우리의 ‘인재’가 담고있는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 우리의 ‘인재’는 단지 ‘학식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인재’(人才)의 사전적 정의를 넘어 ‘사람이라는 재목’을 키운다는 뜻의 ‘인재’(人材)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교육이 단순히 경제의 종속변수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꼬리를 물고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물론, 온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준 엽기적인 사건들이 이러한 의미전화(轉化)의 당위성을 설명해 주고 있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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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5-02-05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소실된 채 경제적인 자원이나 부품으로 환원된 인간자본이라는 섬뜩한 단어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주간 페이퍼의 달인 리스트...

놀랍게도 복돌이님, 가을산님 등 쟁쟁한 멤버들을 제치고 86위!

내 이름이 이렇게 리스트에 올라있는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높은 순위에 있다는 것도 의외.

달인(達人)[명사]

1.학문이나 기예의 어떤 분야에 통달한 사람.

2.널리 사물의 이치에 정통한 사람. 달관한 사람. 달자(達者). 명인(名人).

나는 어느 분야에 통달하지도 않고 달관하지도 못하니 달인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든 서재지수가 1000을 넘었다.

 

그러나 인간은 경쟁의 동물인가..... 상위로 랭크되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1. 클래식님

2. 水巖(수암)님
3. 데메트리오스님
4. 청포도사랑님
5. 놀자님
6. 로렌초의 시종님
7. 바람구두님
8. stella09님
9. 지족초5년박예진님
10. 아구찜님
11. 울보님
12. 모과양님
13. 보슬비님
14. 아프락사스님
15. Kel님
16. 깍두기님
17. 미스 하이드님
18. 찬타님
19. 플라시보님
20. 토깽이탐정♪님
21. 플레져님
22. 숨은아이님
23. 물만두님
24. 선인장님
25. 조선인님
26. 자명한 산책님
27. 비연님
28. dohyosae님
29. 날개님
30. 미미달님
31. 세실님
32. balmas님
33. 박찬미님
34. 로드무비님
35. 부리님
36. chika님
37. 행복박사님
38. 마태우스님
39. 사고뭉치님
40. mannerist님
41. 연두빛나무님
42. 진/우맘님
43. 올리브님
44. 열린사회의적님
45. 파란여우님
46. 미설님
47. 휴이님
48. 따우님
49. 젊은 느티나무님
50. 어항에 사는 고래님
51. 아이섬님
52. kimji님
53. 운영님
54. 하얀마녀님
55. 비발~*님
56. 작은위로님
57. 꼬마요정님
58. 반딧불,,님
59. 글샘님
60. sooninara님
61. 모해짐님
62. 설박사님
63. 승준아빠님
64. toofool님
65. LAYLA님
66. ceylontea님
67. 기다림으로님
68. 책읽는 나무님
69. 즐거운랄랄라님
70. urblue님
71. Epimetheus님
72. 야간비행님
73. 명란(明卵)님
74. 연보라빛우주님
75. 새벽별을 보며님
76. sa1t님
77. 갈대님
78. 소용돌이님
79. 라이카님
80. 미네르바님
81. Nanni님
82. 여울마당님
83. 카를님
84. 얼룩말님
85. mingming님
86. 서림님
87. nowave님
88. Chin Pei님
89. 맑은바람님
90. 찌리릿님
91. 키노님
92. 짱구아빠님
93. 잉크냄새님
94. 미누리님
95. 서연사랑님
96. 복돌이님
97. 가을산님
98. kleinsusun님
99. nandy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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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2-0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인등극...축하합니다...! 히..

물만두 2005-02-0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30위로 어여 올라서시길^^

마태우스 2005-02-0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부리랑 비슷한 등수군요. 37위, 39위. 호홋.

조선인 2005-02-0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서재의 달인말고 분야별로 다 순위가 매겨지나요? 몰랐어요, 제가 25등이나 될 줄이야 @.@

엔리꼬 2005-02-0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복순씨의 언니이신지? 복순이란 이름의 언니이신지?
물만두님/ 30위면 뭐 주나봐요? 제 내공에 무슨 30위인가요.. 그냥 글쓰다보면 성적이 나오겠지요...
마태우스님 / 요즘 국공립 대학도 통폐합하는데 부리님과 합치시죠. 그러면 단번에 확 등수가 오를텐데요...
조선인님/ 저도 처음 알았어요. 무심코 눌렀는데 제 이름이 있다니, 신기하고도 이상했어요.. 님이야 각종 차트를 섭렵하지 않으신가요?

2005-02-02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5-02-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곳에 처음 왔는데, 저 위 14위에 제가 기록되어 있군요. ^^; 자주 와서 글 좀 읽겠습니다.

엔리꼬 2005-02-0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아, 그렇군요.. 그리고 동생분들이 섭섭할만하네요..^^
아프락사스님 / 닉네임부터 범상치 않으십니다. 저도 자주 방문할께요.. 반갑습니다.

털짱 2005-02-05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대단하십니다. 벌써 달인에 등록되시다니...
이렇게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치는 군요.ㅜ_ㅜ
저도 열심히 해서 다시 도전해볼랍니다.
아참, 전 털짱이예요.^^
 

글: 이진경 연구공간 수유 + 너머 연구원, 서울산업대 교양학부 교수  /  씨네 21

언젠가 주변의 한 친구가 연구실 홈페이지에 올렸던 이야기다. 그의 절친한 친구가 우산이 고장나서 함께 학교의 우산수리점에 갔다고 한다. “고치는 데 얼마나 들어요?” 고장이 좀 크게 났던지 3500원 든다고 했단다. “3500원? 약간만 더 보태면 새로 하나 사겠다. 그냥 가자.” 망설이다 나온 두 사람. 그러나 그의 친구는 다시 되돌아가서 3500원을 주고 기어이 우산을 고쳤다고 한다. “새로 사면 이 우산은 버려야 하잖아!”

버려진다는 것, 그것은 우산으로서는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것이다. 고치면 더 지속할 수 있는 생명이 우리의 약은 계산 속에서 쉽게 중단되고 버려지는 것이다. 만약 고장난 게 우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신체였다면 어떨까? 심지어 엄청난 돈이 든다고 해도 고쳐서 “쓰려” 하지 않을까?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는 그토록 애지중지하건만, 그 신체가 남의 것이 되고, 더구나 다른 생물의 것이 되면 우리는 아주 쉽게 생각한다. 더구나 이처럼 그게 어떤 물건이나 ‘생명이 없는’ 사물이 되면, 고상한 윤리학자도 윤리학적으로 사고하길 멈춘다. 그건 윤리학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사물들은 쉽게 버려지고, 쉽게 삶을 마친다. 자신에게 허용된 것보다 훨씬 빨리. 지금처럼 물건이 흔해진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 돈 들여 수리하느니 새로 산다는 식의 생각은 너무도 익숙한 태도 아닌가! 뿐만 아니라 멀쩡한 것이지만, 유행이 지났다거나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팔리고 버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리하여 옷은 2년을 채 가지 못해 옷장 속에 버려지고, 자동차도 3∼4년이면 버림받는다. 옷장을 열면 옷을 걸 틈도 없이 빼곡하건만, 어느새 “입을 옷이 없네”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우리는 사물들과 결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 아니, 사물들은 우리 인간들과 아주 나쁜 관계를 맺고 있다. 목적에 맞추어 만들어지고, 비용에 비추어 버려지는 그런 존재, 그게 바로 사물인 것이다. 철학자들은 인간이나 생명체와 대비되는 ‘도구’라는 말로 그런 태도들을 정당화한다. 그들에게 사물이란 인간이나 생명의 소중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워지고 스러져야 하는 ‘배경’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는 사물에 대한 거대한 저주다. 물론 그것은 흔히들 말하듯 “생산력을 해방하여 물자의 유례없는 풍부함을 산출한 시대”다. 그 거대한 ‘풍요’ 앞에 우리는 또 얼마나 쉽게 매혹되고 도취되는지! 그러나 그것은 사물들에 관한 한, 극단적인 속도로 사물들의 죽음을 촉진하고 가속화하는 시대임을 뜻한다. 사람들의 손에 있는 상품들을 가능한 한 빨리 자신이 새로 만든 상품으로 대체하는 것, 그것이 사물에 대한 자본의 원칙이다. 이를 위해 유행의 형태로든, 신제품의 형태로든, 혹은 기능을 통해서든 새로운 스타일을 통해서든 사람들의 손 안에 있는 것들을 급속하게 ‘낡은 것’, ‘구닥다리’로 만든다. 사물들은 자신의 생명이 채 다하기 훨씬 전에 버려지고 폐기된다. 사물에 관한 한, ‘자연’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는 ‘죽음의 체제’요 ‘파괴의 체제’다.

‘철학’이나 ‘윤리학’이 사람들의 관계를 다루는 데서 멈춘다면, 그것은 너무도 안이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그 ‘관계’ 속에는 이미 수많은 사물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생산력이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투입량과 산출량의 비”로 정의되는 ‘생산성’과 결코 동일한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마르크스의 그 개념은 자연에 대해, 사물에 대해 자신의 삶의 일부로 다루고 사유하라는 암묵적 권유처럼 읽힌다. 자연 내지 사물에 대해 자본주의가 생산하고 유포시킨 것과는 다른 관계를 구성하라는 강력한 권유처럼 들린다.

얼마 전에 몹시 가난한 한 친구가 나에게 난데없이 양말을 선물했다. 아무 말 하진 않았지만, 아마 내가 구멍이 난 양말을 그냥 신고 다니는 것을 본 모양이다. 그러나 구멍이 났다고 양말을 버릴 순 없는 일 아닌가! 청바지에는 일부러 구멍을 내기도 하잖아! 그러나 그게 시각적으로 불편한 사람들도 있는 듯해서, 구멍 난 양말을 모아, 잘할 줄도 모르는 바느질을 했다. 구멍을 메워 번듯하게 양말의 체면을 세워주는 게 나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것의 ‘생명’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나는 그 양말들을 다시 꿰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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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대학생 취업정보'라는 책자를 입수하였다.작년과 올해 졸업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과 관련된 전수조사를 한 결과를 학문별로 소개한 것이다.

각 학문별로 소개를 하고, 관련 학과는 무엇이며, 졸업 후 취업 및 진학 상황, 가장 많이 취업한 직업 분야와 그 분야 종사자 총 수, 월 평균임금을 보여준다. 이 중 월평균 임금은 샘플조사한 것이다.

샅샅이 훑어보지는 못했지만, 취업 전쟁 상황이라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다.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56.4%에 불과하다. 이는 진학자와 입대자를 제외한 숫자이며, 주당 18시간 이상 근무하고 보수를 받는 자를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 졸업자들이 체감하는 취업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일 수 있다.

전문대학의 취업률은 77.2%로 4년제 대학보다 훨씬 높다. 그래서 전문대학의 각종 광고에서는 이러한 수치를 자주 인용한다. 그러나, 이는 양적인 자료일 뿐, 질까지 담보하지는 못한다. 월 120만원씩 받는 3D 사업장에 비정규직으로 100% 취직한다고 하더라도 취업률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무조건 양적인 자료만이 능사는 아니다.

취직만 하면 다인가? 과연 어떤 곳에 취직을 했나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전공을 제대로 살리는 곳에 취직했는지 또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학과별 취업정보 자료는 흥미롭다. 4년제 대학에 한해서 몇몇 학과 졸업생들의 진로를 살펴보자.  조금은 우울하다.

1. 일본어/중국어/서반아어문학 남자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직업 분야는? 

: (해외)영업원이다. 그래봤자 10% 남짓이다.

2. 그렇다면 언어학/국문학/중문학/영문학/독문러시아문학 학과 여자 졸업생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취업한 분야는? 

: 아쉽게도 문리어학계 학원 강사다.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 문헌정보학 졸업생들은? (여기서 세실님 눈 번쩍)

: 다행히도 사서 및 기록물관리사가 남녀 모두 독보적 1위다. 그러나 그 비율은 30-40%대에 그친다.

4. 가족,사회,복지학 졸업생들은? (평범한 대학생님 눈 번쩍.. 아참 여기 안오시지?)

: 사회복지사가 남녀 모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나, 월평균임금은 현저히 낮다.

5. 자기 전공을 최대한 잘 살려서 가는 졸업생들은?

: 예상하셨듯이 특수교육학, 초등교육학, (치, 한)의학, 약학, 간호학, 디자인 정도이다.  모두 80%대 이상. 전산, 컴퓨터, 정보통신 등 일부 공학계열도 비교적 전공을 잘 살리는 편이다.

6. 그렇다면 농업학은?

: 남녀 불문 5순위 안에 들어있는 직업 분류 중 '농'자가 들어있는 직업은 없다. (전문대는 그래도 '농'자가 몇개 들어간다) 점수 맞춰서 학교이름 때문에 왔다가 후회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그만큼 전공을 써먹을 곳이 없다는 뜻인가?

7. 수학과 역시 수학 강사들을 배출하는 든든한 통로가 된다. 압도적 1위다.

순수미술 학과도 마찬가지다. 동양화, 미술학, 서양화, 회화학과 학생들 중 남자의 18퍼센트, 여자의 47.8%가 학원업계에 종사한다. 음악 분야는 작곡, 성악, 기악, 음악학을 가리지 않고 학원 강사로 가장 많이 흘러들어간다.

8. 영상예술계열 학과(공연영상, 영상처리, 예술경영학과 등) 남자 졸업생 397명이 진출한 가장 빈도가 높은 분야는 어이없게 일반영업원이다.

전문대에서 특이한 것 몇가지 :

일본어 남자 졸업생 1위 : 웨이터 ,  영어 남자 졸업생 1위 : 전기, 전자제품조립 및 검사원, 문예창작 남자 졸업생 1위 : 상점판매 및 관리인 (슬프다)

 

너무 암울한가?

순수 학문들(인문학, 자연과학, 예능학)은 싸그리 통폐합을 해야 마땅한가? 아니면, 점점 커져가는 사교육계의 핵심 주역으로 키울 수 있도록 오히려 더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오늘은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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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01-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딩동댕동. 맞습니다.3번 문항. 눈이 동그랗게..반짝반짝~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사서가 아니면 갈데가 없으니..원~ 어여 빨리..모든 초,중,고에 사서교사가 의무적으로 생겨야 할텐데...그러면 저도 전직을~ 흐흐

2005-01-27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5-02-0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이미 버렸다... 한표.
 

내가 자주 가는 우리집 옆 슈퍼마켓은 24시간제로 운영된다. 카운터를 보는 여직원도 교대로 돌아가면서 일한다. 요즘같이 추운 날 출입구 옆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근무하는 여직원들은 주로 중소기업에서 단체로 맞춰 입는 군청색 잠바를 입고 있다.

그런데, 아무 관심없이 지나치기 마련인 카운터 직원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한 명이 있다. 주로 카운터를 보는 여직원은 평범하다못해 펑퍼짐하고 못생겼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으나 이 여직원은 그야말로 출중한 외모를 지녔다.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군청색 잠바를 입어도 스타일이 산다), 목소리면 목소리. 자연스런 긴 머리는 또 어떻고.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물론 옅은 화장 이외에는 치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 정도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풍기는 외모를 지닌 여성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바구니를 들고 계산을 기다리시는 한 아주머니는 연신 '참 곱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같이 일하는 남자 직원은 한 번이라도 말을 더 걸려고 수작 걸기 바쁘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나도 이쁜 여자를 보면 정신 못차리는 스타일인지라 그 여직원이 있는 날이면 물건 사는 척 하면서 힐끗 힐끗 쳐다보기에 바빴고, 어쩌다가 눈이 마주치면 죄지은 듯 고개를 훽 돌리며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

그런데 이 직원을 보면 드는 생각이 어이없게도 '기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마운 느낌마저 드니 이게 웬일인가.

물론 그리 높지 않은 학력에 따로 익힌 기술도 없으니 흘러 흘러 여기까지 들어왔겠지.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손님 장바구니에 든 상품들 바코드에 찍는 일이 대부분인데 재미는 또 있겠나. 이 일을 자부심 느끼면서 하는지 당장에 때려치우지 못해 안달인지는 몰라도, 일단 그 외모에 이런 일을 최소 몇개월동안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룸싸롱엔 대한민국에서 이쁘다고 하는 애들은 다 모였다고 하지 않나? 굳이 그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요즘은 조금이라도 이쁘게 생기면 연예계니 모델이니 외모로 한 몫 하려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이들의 직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학벌도 딸려, 외모도 받쳐 줘, 마음만 크게 먹으면 어디 가서 외모로 벌어먹을 수 있는 길이 널려 있는데. 그것도 박봉인 카운터일보다 재미도 있고 크게 돈을 모을 수 있는 일이 많고 많을텐데.

이 환락의 시대에 아직도 공장에서 조립 생산 활동하면서 열심히 일하거나 외로이 슈퍼마켓 카운터를 지켜내는 젊은이들이 갑자기 이뻐 보인다.

그 직원이 내 글을 본다면 분노할 지도 모르겠다. 외모가 정신을 지배하냐고, 자기는 자기 길을 묵묵히 갈 뿐인데 니가 뭔데 기특하다느니 고맙다느니 운운하는가 라고. 그렇지만 고마운 마음이 드는건 사실이다. 앞으로도 계속 물건사면서 힐끗 훔쳐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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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1-2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슈퍼마켓의 이쁜 아가씨를 보면 넋이 나갑니다. 게다가 상냥하기까지 하면...금상첨화지요. 서림님의 고운 글도 좋구요, 그 여직원이 꾸준히 그곳에 있어줘서 더 좋구요~ ^^

깍두기 2005-01-2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계속 물건사면서 힐끗 훔쳐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ㅎㅎㅎ 서림님, 전 갑자기 님이 아주 좋아질려고 합니다^^

엔리꼬 2005-01-2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여자분이 그러신데 남자인 저는 어떻겠습니까? 이건 남자의 본능이라서 결혼 유무와는 관계도 없습니다.
깍두기님~ 유부녀와 유부남끼리 서로 너무 좋아하면 비극이 됩니다. 적당히~ 적당히~

세실 2005-01-2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솔직하십니다 그려~ 흐흠. 하긴..저도 뭐...울 도서관 공익이 4명이 있는데 그중 한명이.... 일이나 생김이나, 과묵함이나...아주 똑 떨어지네요....그러면...그저 흐뭇해서 바라본답니다~

털짱 2005-02-06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글이라 뒤늦게 추천 한방 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