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발자국 - 사라져 가는 동물들 이야기 1
공지희 글, 강신광 그림 / 도깨비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착한 발자국>이라는 제목만 보면 이 책이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책표지의 제일 위에 쓰여있는 것을 보면 비로소 짐작이 된다. 표지에는 야생의 사자가 멋드러진 갈기를 두르고 어슬렁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아프리카 북부에 서식했던 바바리사자다. 그 뒤로는 푸른 하늘과 초원이 아스라이 보인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멸종'이라는 단어를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지구상에 멸종되었고 지금도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은 많다. <착한 발자국>에서는 모두 여섯 마리의 동물들이 나온다.  셰이셀코끼리거북, 바바리사자, 해변밍크, 붉은머리오리, 황금두꺼비 그리고 거미원숭이가 주인공이다. 각각 여섯가지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엮어놓았다. 작가는 황금두꺼지와 거미원숭이를 제외한 네가지 동물에는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이야기 속에 빠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두 가지 동물은 왜 이름을 짓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고유의 이름을 지어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 독자로 하여금 더 이야기에 빨려들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에는 각 동물의 고향부터 생김새, 자연환경 같은 것을 풀어서 써놓았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자연에 원주민이 아닌 이방인(개척자)들이 들어오면서 동물들은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고 사람으로부터 피하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잡혀서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는 희생자가 된다.  원주민들은 배가 고플 때만 필요한 양만 사냥을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허영과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동물들을 유인하여 이용한다. 실험용이나 애완용으로 팔거나 동물원에 가두어놓고 자유를 박탈한다. 게다가 박제가 되어 쇠창살이 몸을 관통한 상태로 유리상자 안에 앉아있는 분홍머리오리를 그린 삽화는 섬뜩하다. 아이들은 분홍머리오리의 이야기가 가장 슬펐다고 말했다.

이 책을 보면 동물들이 사는 환경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무서운 행동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숲의 나무를 함부로 베는 행동이 결국 동물들의 살 곳을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삶까지 황폐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됨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동물들의 생각이 대조되면서 자연의 일부인 동물에 대한 이해나 애정이 너무 없는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멸종동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구슬픈 문장이 많다. 동물이 화자가 되어 말을 걸고 들려준다. 또한 각 동물들의 고향을 묘사하는 문장이 아름답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도를 넣어 각 동물들의 고향의 위치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명시해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물론 지구본을 돌려가며 찾아보긴 했지만 정확한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있나 찾아보고 그것들에 대한 '발자국'도 이야기로 쓰면 좋을 것 같다.

왜 '착한' 발자국이라고 했을까?  제목의 숨은 뜻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대답을 유도해보면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고향을 잊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라도 '고향'을 향하는 발자국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남자아이가 더욱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대답을 했다. "사람들보다 동물들이 더 착하기 때문이에요." 난 이말에 동감이다.

이 책의 이야기에 나오는 지구상의 단 한 마리 남은 동물들은 모두 자신의 선택으로 '죽음'을 택한다. '죽음'으로밖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슬프고도 단호한 결심이 안타깝다.  이들은 스스로 사람들로부터 발자국을 돌렸다. 결국 자연을 함부로 대하면 자연이 먼저 우리로부터 돌아설 것이라는 은근한 경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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