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전한다 나의 첫소설 2
클로드 카레 지음, 이브 칼라르누 그림, 유정림 옮김 / 함께자람(교학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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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난 참 겁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육체적으로 부딪혀야하는 일이라면 더욱 오금이 저리고 식은땀이 비직비직 나곤 했다. 극기훈련 따윈 엄두도 못 내었고 학교 체육시간만 되어도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다. 뜀틀을 뛰어넘어야 할 때면 정말 지옥에라도 달아나고싶을 정도였다. 그 높고 딱딱한 장애물을 두 손을 집고 훌쩍 뛰어넘으라니 이건 완전 불가능한 일로만 보였다. 체육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뛰어가다가는 뜀틀 중간에 털썩 걸터앉아버리기 일쑤였다. 내 얼굴은 달아오르고 가슴은 콩닥댔다. 백 미터 달리기도 거의 2박3일이 걸릴 정도였는데, 이유는 날쌔게 달리면 넘어져서 다칠 것 같으니까 속도를 붙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두 발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쌩하니 달리던 친구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곤 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숏트랙 신발을 신고 300미터정도를 48초에 달린다. 스케이트를 배운지 그럭저럭 일년이 좀 넘었다. 예전같으면 꿈에도 생각 못할 운동을 제법 잘 해내고 있는 셈이다. 나를 아는 친구나 식구들은 상당히 의외라는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해 본다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됨을 인정한다.

<나는 도전한다>는 여주인공 솔렌의 한방 먹이기이다. 대상은 허풍쟁이 오빠들이다. 사실 솔렌이 극기훈련에 참가한 것은 오빠들을 한방 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격에 한방을 날리기 위해서였다. 자신감이 없고 소심하며 무엇에나 '예'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성격을 고쳐보는 게 목적이었다. 솔렌은 래프팅, 암벽타기, 동굴탐험 그리고 밤에 텐트 안에서 자기 같은 일들을 통해 자신에게 숨어있는 용기와 지혜를 발견한다. 반대로, 솔렌의 오빠 위그와 그의 친구들에게 숨어있었던 것은 공포증과 허세, 위선과 겉멋 같은 것들이다. 오빠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차분하게 해결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솔렌이었다. 

이 책은 남자들에 비하여 약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여자아이들에게 통쾌함과 자신감을 줄 것이다. 누구든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 본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자신의 본모습을 발견하는 날 어떠한 일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참용기가 생겨날 것이다. 

문장이 참 쉽게 읽히고 군데군데 유머가 있다. 활자도 크고 여백이 많아 눈이 시원한 장점도 있다. 지리하지 않고 손에 땀을 쥐며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빠져있다보면 어느새 그들 일행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 있다. 오빠들에게 드러난 문제점들로 인해 훈련의 일정은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헛점 때문에 일정대로 다 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오빠들은 여전히 허풍을 떨고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도전에 참가하면서부터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자신의 목표를 잊지 않았던 솔렌은 마음의 키가 성큼 자란 것 같다.  자신의 소심한 성격에 크게 한 방을 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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