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힘찬문고 18
이가을 글, 정경심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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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군가 나에게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날마다 주문을 걸어준다면, 그리고 나는 그 주문을 다른 사람에게 걸어준다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수 있을까? 이가을의 장편동화인 이 책에서는 이런 뜻밖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서 하나의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난민촌이라고 불리는 '솔숲마을'이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가족을 잃고, 건강을 잃고, 꿈도 잃어버린, 아픈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사는 동네이다. 어둠과 절망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가슴에 빛과 희망을 불어넣어주기 시작한 것은 한마디의 간판 문구,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이다.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이 문구를 처음 본 유목수는 솔숲마을에 희망을 전하는 전령사가 된다.

김선생님, 팔도 고물상 강씨와 조수인 태수, 떠돌이 이발사 백씨, 혼자사는 처녀 정순이 그리고 모진 고문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대학생이었던 동욱이. 이 사람들을 주축으로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하여 '배움의 집'을 짓고 '솔숲마을 평화의원'을 짓는다. 그러나 이들이 이런 큰 일을 해내기까지 갈등과 위기로 작용하는 것으로 '울타리집'이 있다.

'울타리 집'은 비리를 저지르는 세무서 과장의 집으로 '솔숲마을'과는 여러모로 어울릴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상처주고 힘들게하면서 겉돌다 결국 도태되고 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어쩌면 전혀 어우러질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해버린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상투적인 결말이 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최소한 서로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가능성만이라도 비추어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집 사람들의 성격이나 외모도 다소 극단적이고 전형적이다.

전화위복이 되는 장면도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울타리 집의 세퍼드 사건으로 동욱이의 정신이 멀쩡하게 되살아난다는 설정이 그렇다. '수리수리 마수리 얍'하는 식이다. 이런 특별한 경우도 있을 수는 있겠지 하고 이야기를 읽어나가면, 울타리집의 몇차례 훼방에도 잘 견디고 목적을 달성하는 솔숲마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이루어내는 '배움의 집'과 '솔숲마을 평화의원'은 모두의 땀이 송글송글 맺힌 것들이지만, 울타리집 식구들을 몰아내고 - 고의는 결코 아니지만 - 얻은 것이다.

대립구조로 보여진 이 이야기의 모형이 화해를 이루고 함께 어우러질 가망은 애초에 계산에 두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어려운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끼리만 뭉쳐서 보란듯이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저, 웅변조가 아니라 부드러운 어조이다.

아쉬운 결말이었지만, 이런 것들을 상쇄할 수 있는 미덕은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라는 주문의 힘이다. 이 주문이 반드시 변두리의 사람들에게만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난민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는 작가의 바람이 무엇이라는 것과 우리가 다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는 것에 대한 답은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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