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전집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스 테그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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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화가 있지만 안데르센 동화처럼 시대를 초월해서 읽은 동화가 있을까 싶다. 지금도 읽는 동화지만 과거 어른들이 어렸을때도 흔하게 봤던 동화가 바로 안데르센 동화다. 이런저런 책에도 많이 있었고 무슨 세계 동화 모음집 이런데서 꼭 끼는게 안데르센 동화다. 그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교육적이며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내용이 많기에 그런것이 아닐까.

 

귀에도 익숙한 인어공주, 성냥팔이소녀, 미운오리새끼 등등...제목은 기억나지 않아도 내용을 보면 기억날듯한 그런 동화들이 참 많다. 인어공주는 뭐 워낙 유명한데다가 2차 가공물의 원전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고전중의 고전이고. 많은 이야기들이 뒷날 소설이나 영화, 만화등에 영감을 주고 뒷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은거 보면 그 얼개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것인가를 알수가 있다.

 

그런데 그 안데르센 동화가 전집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는가? 사실 동화책을 많이 읽긴 했지만 안데르센의 동화만을 모은 전집을 읽은적은 없었다. 내가 아이였을때는 그게 안 나왔을꺼 같은데 아무튼 최근에 안데르센 동화만을 모은 전집이 나왔다. 여러 출판사에서도 나왔는데 현대지성에서 벌써 몇년전에 출간했었는데 이번에 합본으로 최신판으로 새로 나온걸 알게되었다. 어렸을때 봤던 다른 동화나 추리물 같은것도 완역전집이 나왔는데 안데르센 전집이 안 나왔을리가 없었겠지.

 

우선 이 책은 무려 1280쪽이라는 장대한 쪽수를 자랑한다! 책을 그냥 봤을때는 조금 두껍네 그랬는데 한장 한장 넘기면서 보니깐 아니 밑도 끝도 없는거였다...정말 내가 갖고 있는 책중에서는 가장 두꺼운 책이지싶었다. 그런데 안에 내용을 보니 더 입이 벌어졌다. 무려 168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보통 책의 글자보다 더 작고 조밀하게 있었다. 한권에 이 많은 내용을 넣을려면 어쩔수 없긴 없겠다 싶었는데 아무튼 몇년동안 본 책 중에서 가장 내용이 촘촘하게 많이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동화지 않는가. 그리고 그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도 있는. 그래서 많은 장수에 비해서 책을 읽기는 수월했다. 간간히 나오는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는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원래는 총 156편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판본은 거기에 알려지지 않은 12편을 합친거라고 하니 더 소장성이 좋은거 같다. 많은 내용이라서 분권을 하는것이 좋지 않은가 싶기도 한데 원래 단권짜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판본이 훨씬 좋아보인다. 두꺼운 책은 보통 제본에 문제가 있는데 제본도 튼튼하고 종이도 보통 종이가 아니라 좀 맨들맨들한 종류의 종이를 써서 좀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책은 정말 헉헉 거리면서 읽었다. 학술서도 아니고 어려운 소설도 아닌 동화여서 술술 넘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주는 뜻을 생각하면서 읽을려니깐 봐도 봐도 진도가 안 나갔다. 하지만 꾸준히 읽고 주말에 많이 읽으니까 거의 대부분을 읽을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원래 알고있던 유명한 이야기는 넘어간 덕분이었다.

그래도 몰랐던 이야기가 거의 3분의 2....이야기는 안데르센 특유의 부드러운 감성에 뛰어난 창작력이 돋보이는 내용이 많았다. 과연 안데르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좀 재미없거나 별 감흥이 안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읽을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책의 처음에 보면 어른을 위한 동심의 세계라고 나와 있는데 내용은 어른과 아이를 막론해서 세대를 초월한 동화집이 아닐까 싶다. 아이나 어른이나 마음속에 간직한 동심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책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마음에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것이 아닐까 싶다.

 

168편의 이야기다. 긴 내용이다. 그런만큼 두고 두고 읽으면서 처음부터 읽을꺼 없이 아무편이나 편하게 펼쳐서 읽어도 좋을 책이다. 마음이 심란할때 마음이 괴로울때 마음을 정화시키는 의미에서 읽어도 좋을꺼 같은 책같아서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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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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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의 이름을 가리고 보면 딱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게 한 책. 무코다 이발소를 다 읽고 느낀 감정이었다. 지금 현재 우리의 시골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있는 풍경이 아니었을까하는.

이야기는 쇠락한 한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다. 한때 탄광도시로 이름을 날렸지만 폐광이후로 그야말로 고즈넉한 곳이 되어버린 도마자와.

 

여기에서 25년째 대를 이어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야스히코가 우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일찍이 대도시에서 직장을 다녔지만 이발소를 대물림하기 위해서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은 또 다른 시기. 자신의 아들만은 변화없는 도마자와에서 살지말고 더 넓은곳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런데 그 아들이 집에 돌아왔다! 그것도 이발소를 물려받겠다고. 야스히코의 어머니와 부인 모두가 기뻐하면서 찬성하지만 정작 야스히코는 떨떠름하다. 과연 아들이 그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갖고 있을지...무엇보다 점점 더 활력을 잃어가는 마을에 남아서 무엇을 얻겠다는것이지 걱정이 한아름이다.

 

사실 무코다 이발소가 쳐한 상황은 뭐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본다. 어릴때부터 대도시에 나가서 공부하고 직장다니고 거기에서 살다보니 시골은 점점 더 사람이 없어진다. 젊은 사람은 거의 눈에 안 띄고 나이든 사람들만 있다. 게다가 나이든 사람들도 하나 둘 세상을 뜨니 마을이 점점 더 조용해지고 활기가 뚝 떨어진다. 이런저런 이벤트나 산업 구조 개편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려고 하지만 도시화의 물결을 거스를수는 없다.그 속에서 어떤 변화를 찾아야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마을의 이발소도 다 없어지고 무코다 이발소와 다른곳 이발소 딱 두군데만 남았다고 한다. 이발소에서 보는 세상을 책에서는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여자들이 미용실에 모여서 수다를 떨듯 이 시골에서는 무코다 이발소가 일종의 앞마당이다. 꼭 이발을 안한다고 해도 여기에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는것이다. 야스히코는 입이 무겁고 경우가 바른 사람이라서 더 사람들에게 신뢰가 가는거 같다.

 

책은 몇가지 중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인데 중간에 중국에서 온 신부편에서는 남일같지가 않다. 노총각으로 늙어가던 한 남자가 중국에서 신부를 구해서 결혼하게 되지만 그 자체로 마을 사람들에게 나서기가 주저한다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농촌 총각들이 그런 국제 결혼을 하고 있는것이 대비가 되었다. 사실 몇번 본걸로 문화가 다른 나라에 와서 산다는게 쉬운게 아닐것이다. 또 남편입장에서도 그런 신부를 사람들과 잘 어울리게 하는게 어려울텐데 이 책에서는 여러 주위 이웃들의 호의로 조금씩 마음을 열게되는 장면이 나온다.

 

제일 웃음을 짓게 한것은 조그만 술집편이었다. 쇠락해가는 마을이라서 새로 술집이 여는건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조그마한 술집이 문을 연다. 술집 주인은 과거에 이 마을에 살았던 사나에다. 도시에서 비슷한 업종을 했던 사나에가 마을에 술집을 열면서 변화없는 마을에 파장이 인다. 상냥한 사나에의 모습은 뭇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 서로 눈치를 살피면서 술집에 가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또한 변화가 없는 마을에 하나의 활력소가 되었을것이다. 물론 어떤 선 이상이 되면 안되겠지만.

 

사실 시골에 산다는게 쉬운게 아니다. 사생활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생활도 분명 존중받아야할 것이긴한데 이런 시골에서는 그게 어렵다. 이웃간의 정을 나눈다는 의미도 있고 유사시 도움 받을 사람의 존재가 있는것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인 생활을 해온 도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좀 성가신 느낌도 들것이다. 책에서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면서도 혹시나 너무 간섭하거나 귀찮게 하는건 아닌가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보여서 미소짓게도 했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있을수 있는 이야기라서 더 편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도 눈에 선하게 잡히고. 따뜻한 이불 아래에서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질 그런 이야기? 큰 부담없이 읽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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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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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달려온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가 중간역인 4부에 이르렀다. 이번 4부에서는 로마시대 최고의 풍운아라고 할만한 카이사르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내용이 펼쳐진다.

이번호의 제목은 카이사르의 여자들. 사실 그 당시 로마에서는 결혼과 이혼이 흔했다. 결혼하고도 여러가지 이유로 이혼하기도 했고 또 이혼한 사람과도 큰 무리없이 결혼하기도 했으며 바람에 맞바람에 뭐 요즘 기준으로는 정말 자유연애가 활발한 시대였다. 그런 때였으니 야심만만하고 괜찮은 청년인 카이사르가 조신하게 있진 않았을터. 그는 이미 가장 사랑했던 조강지처를 잃었던 시기였다.

 

가장 사랑한 부인인 킨날라가 죽은 이후에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자유연애를 하는데 정작 재혼은 권력과 재력의 가문인 술라의 손녀 폼페이아였다. 외모는 정말 이뻤으나 그야말로 머리는 텅 빈 그녀는 카이사르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 나라를 경영할만한 큰 마음을 가진 카이사르에게 바람앞의 허수아비같은 그녀가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못했을껀 당연지사. 그에게는 술라가문이라는 배경이 필요했을뿐이리라. 그러면서도 카이사르는 세르빌리아와 정을 통한다. 아마 겉모습으로는 그리 뛰어난 인물은 아니었을테니지만 지모가 있는 세르빌리아였기에 카이사르의 눈길을 끌었던것이 아닐까싶다.

 

책은 이렇게 재혼한 부인, 그리고 그 부인이랑 잘 어울리는 방탕한 여인들, 세르빌리아와 그녀의 자식들 또 카이사르의 딸인 율리아 등이 등장하면서 제목에 어울리는 많은 여인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주목행야할 또 한명의 여인은 아우렐리아이다. 바로 카이사르의 친어머니. 아우렐리아는 독재관 술라와도 염문이 있긴 했는데 아무튼 학자 집안 출신답게 아들을 세심하게 잘 교육시킨 사람이다. 카이사르의 그 뛰어난 능력은 어머니에 의해서 훈련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책속에서 아울렐리아는 아들의 정치적인 행보에서 적절한 조언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게 도우는 장면도 나온다. 카이사르가 진정으로 사랑한 어머니 아울렐리아의 활약아닌 활약을 보는것도 책의 흥미를 돋구는 부분이었다.

 

2권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4부는 외적인 전쟁의 묘사와 암투같은것보다는 로마의 내부가 배경이다. 제목처럼 여러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여인들도 등장하고 조금씩 전진하는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펼쳐져서 어찌보면 더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시리즈다. 대세를 이끌기전에 아직 풋풋하지만 나름의 노련함을 보이고 있는 카이사르의 모습을 볼수 있는 기회랄까.

 

1권의 마지막 부분은 최고신관에 뽑히는 카이사르의 이야기로 끝난다.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에 있었던 카이사르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최대한 역이용하여 결국 최고신관 자리에 오른다. 여론을 움직이고 그 여론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밑작업등은 이후에 더 크고 대담하게 펼쳐질것이다. 그런 보이지 않는곳에서 권력을 움직이는 카이사르의 모습에서 역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나중에 삼두정치를 펼치게 되는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는 나름의 탄탄한 기반을 세우고 있었고 카이사르가 그들에게 맞서리라는 상상을 못할때였다. 그런데 최고신관이 되기 위한 그 과정을 보면 앞으로의 행보가 심상치않을꺼라는 예상을 할수 있는것이다.

 

콜린 매컬로는 '가시나무새'로 유명한 작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로 그녀를 기억해야할것이다. 30년의 시간을 바쳐서 완성한 대작답게 정말 세밀하면서도 치밀한 구성과 과정으로 당대 로마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는것 같다. 이 시리즈만 읽는다면 로마사에 관한한 전체적인 얼개를 다 알수 있을꺼 같은 생각도 든다.

책 쪽수가 꽤 되고 내용도 많은데도 술술 읽히는것은 그만큼 빼어난 문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다만 띄엄띄엄 읽다보니 비슷비슷한 등장 인물들의 이름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어서 내용 파악이 좀 어려웠던것이 아쉽긴했다. 그 권의 주요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책 앞에 수록하면 더 이해하기가 쉬울꺼 같다.

 

아무튼 로마사의 대장정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카이사르의 일대기가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권이다. 2권 3권에서는 어떻게 발전을 하게 될지 그리고 4부 이후에는 어떻게 전개가 될지 기대가 되는 시리즈다. 로마사를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꼭 읽으면 좋을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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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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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라는 작품을 읽었을때 처음에는 이게 뭐지 그랬다. 이상한 내용이다 싶었는데 그대로 빨려들어가는듯한 느낌을 준 책이었는데 그 이후로 이 작가의 이름이 선명히 각인되었다. 시쳇말로 구라를 치는데 우리나라에서 다섯손가락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구라를 잘 친다는 말은 말은 안되어도 그 말을 재미있게 잘 잇는 능력을 말하는건데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거짓말도 어느정도의 개연성을 있게하면서 그럴싸해야 사람들이 귀를 귀울이기 때문이다. 천구라는 그런것을 잘하는 작가라서 그의 책을 읽으면 끝까지 읽을수밖에 없는것이다.

 

다작하는 작가가 아니라서 참 아쉬웠는데 그만큼 이야기꺼리를 만드는게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선명한 이름 천명관 작가가 오랜 공백을 뚫고 새로운 구라쟁이로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른바 조폭이야기. 응? 흔해빠진 조폭이야기는 왜 들고 나왔을까. 이미 많이 아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그 뻔한 이야기가 천작가를 만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뭔가 그럴싸하면서도 기가 차기도 하고 창의적이면서도 어디서 들어본듯한 전형적인 이야기가 버무러져서 한편의 그럴싸한 이야기가 된듯하다.

 

배경은 인천의 뒷골목. 한 조폭 주목이 있고 거기에 끈이 이어진 여러 인물들이 있다. 직업은 다양하지만 그냥 다 조폭들이다. 큰 조폭 작은 조폭. 조폭들에게 의리란게 없다는건 뭐 다들 아는 사실이고 이 책에서도 그 의리없는 조폭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서 여기 붙고 저기 붙는 행태를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터라 속으로 생각하는 오해가 서로의 뒤통수를 친다. 결국 더 많은 돈을 먹기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군상들의 모습을 웃기면서도 흥미롭게 잘 전개시키고 있다.

 

뒷부분에서는 경상도 부산과 전라도 영암의 오래된 건달 두목들도 등장한다. 그야말로 인천이 전국의 멍청한 건달 조폭들의 일대 전쟁터가 된 것이다.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였을까.

 

제목은 그럴싸하게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라고 했지만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꺼다. 이놈들이 무슨 남자의 세상이냐고. 이들이 무슨 남자를 대변하냐고. 오히려 창피하다. 멍청한 남자들이니까. 제목은 반전이고 내용상 어리석고 욕심많은 남자들의 모습을 코믹한 부분을 반영해서 서술한 내용이라고 할수 있다. 남자의 세상이라는게 얼마나 허황된것인가라는것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작가는 주위에서 줏어들은 이야기들을 이야기로 각색했다고는 해도 어느정도 자료 조사는 했을듯. 뒷골목 사내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잘 그려낸 책이다. 내용이 아주 재미난 건 아닌데 끝까지 책을 읽을수밖에 없는것은 역시 작가 특유의 이야기를 이끄는 힘에 있을 것이다. 진짜 뒷골목 세계의 모습일수도 있고 구라쟁이답게 만들어낸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흥미롭게 웃으면서 읽을수있는거 자체가 작가가 의도한것이 아닌가도 싶다.

 

데뷔작의 그 선명한 충격에는 못미치는 작품이긴 하다. 뛰어난 글쓰기 솜씨를 갖고 있는거 같은데 '고래'이후로 몇편의 작품에서 처음만큼의 기세가 보이진 않는거 같다. 그래도 천명관은 천명관이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내가 말이야 옛날에..'로 시작되는 구라섞인 재미난 이야기의 솜씨는 이 책에서도 잘 엿볼수 있어서 많이 실망하기는 이르다. 그저 다음작이 기다려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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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코끼리 끌어안기
네이선 파일러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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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책이 있다. 흡입력 좋게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다. 그런데 어떤 책은 처음부터 어려운 책이 있다. 두번 세번 읽어야 겨우 이해될 정도의 책. 뭐 그런책은 글쓴이의 언어실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 그냥 넘긴다. 문제는 쉽게 잘 쓴 책인데 쉽게 잘 안 넘어가는 책이다. 쉬운데 왜 안 넘어가. 분명 어려운 글귀도 없고 내용 진행도 복잡하지도 않고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롭다. 어려운 책도 아니고 이해하기도 어려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잘 안넘어가나. 그런데 딱 그 시점에서 다시 읽으면 쑥 하고 넘어가게 되는 책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 아닐까싶다.

 

쉽지만 쉽게 안 넘어가는 책...마음이 아픈데 뭔가 뭉클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단 생각이 든 책이다. 책은 일종의 성장 소설이다. 마음을 다친 한 사람이 조금씩 나아가게 되는 내용인데 우리가 흔히봤던 소재랑은 좀 다른 색다른 성장소설이라고 할만한 책이다.

 

주인공인 매슈는 그 나이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이 호기심많고 장난끼도 있고 활달한 아이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사이먼이라는 형이 있었는데 다운증후군환자였다. 하지만 사이먼은 동생을 무척 사랑했고 매슈도 늘 형곁에 있었다. 어느날 가족여행을 갔는데 한밤중 매슈가 사이먼을 깨워서 밖에 나간다. 그리고 어쩔수 없는 사고로 매슈는 사이먼을 읽고 만다.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큰 충격이 왔을까...매슈는 자신탓에 형이 죽었다고 생각하고서는 자신과 세상을 향해서 마음을 닫고 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사이먼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일종의 환청...사이먼의 소리를 들을수 있어! 나만이 사이먼을 만날수 있어! 매슈는 자신의 삶에서 사이먼과 함께 갇혀버리게 되고 그는 힘겨운 성장 과정을 겪게 된다는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세상에는 참 어이없는 사고도 많다. 그 사고로 삶을 잃게 될때 그 주위의 사람들이 겪게 될 정신적인 충격도 보통은 아닐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기도 하지만 결국 또다른 슬픔으로 남게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매슈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간다. 아마 언젠가는 사이먼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책은 매슈의 시선에서 차분하게 일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느낀것 그가 생각한것 그가 행동한것들을 마치 그의 눈으로 그의 마음으로 보는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매슈가 느꼈을 슬픔도 묘하게 느끼게 되는거 같았다. 매슈가 더 악화되는듯할때는 참 안타깝기도 했고 끝내 조금씩 나아진다고 여겨질때는 마음에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아 이 녀석 매슈. 이 어쩔수없는 녀석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건 숨길수 없는 사실이었다.

 

매슈가 걸린 병은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의 한가지다. 약을 먹고 꾸준히 재활하면 호전되기도 하지만 병 자체가 쉬운병은 아니다. 이런 소재를 가지고 흡입력있는 책을 쓴 작가가 참 놀랍다. 수많은 문학상을 탔는데 뭐 그리 호들갑을 떠나했는데 읽어보니 그럴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많은 좋은 성장 소설이 있는데 이 책도 그 계보에 충분히 들어갈 책이란 생각이 든다.

 

책은 매슈의 시선에서 진행이 되는데 매슈의 마음을 잘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가지 형식을 도입한 점이 눈길을 끈 작품이었다. 그냥 글만 진행한게 아니라 시나 그림이나 편지, 일기등을 중간중간에 적절하게 삽입해서 상황을 좀더 이해하기 좋게 했다. 그래서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아졌고 글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더 잘 보여준거 같아서 좋은 안배였단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과는 별도로 배경이 된 영국의 지역 정신 보건 센터의 존재에 대해선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각 지역별로 정신적 문제를 치료 상담해주는거 같은데 그 시스템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에게 없는것이라서 부러웠다. 그 존재가 없었다면 매슈는 결코 사회로 나오지 못했을꺼니까.

 

이 책은 쉽다. 그래서 처음 읽어도 쉽게 읽힌다. 그런데 빨리 슉슉 읽으면 뭔가 허전하다. 조금 느리게 매슈처럼 사이먼처럼 천천히 가거나 두번 읽으면 딱 좋은 책이다. 분명 슬프다. 슬프긴 한데 뭔가 따뜻하달까. 마음이 아려오는 그런 아픔보다는 따뜻한 슬픔이 느껴지는 그런 책 같았다. 그래서 더 눈이 가는 책이다. 천천히 매슈와 함께 간다면 더 좋을 책.

오랫만에 슬프면서도 웃음을 짓게하는, 웃픈 소설을 보게 되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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